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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Feb 12. 2021

애비규환 영화 리뷰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하려는 당찬 딸에 좌충우돌 한판 이야기

애비규환(2020)

드라마/코미디 한국 2020.11.12 개봉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최하나

주연: 크리스탈,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네티즌 평점: 6.4

- 다음 영화 참조 -


아비, 애비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아버지의 낮춤말이라고 한다. 영화 애비규환에서는 여러 명에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에 대한 현실적이면서 재미있는 해석이 담겨있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갑자기 임신하게 된 여대생, 아이 아빠는 고3, 과연 이 둘은 난관을 헤치고 결혼할 수 있을까?


평범한 아버지는 이 영화에서는 없다. 다만 현실적이고 약간은 우스꽝스러운 아버지가 존재한다. 하지만 나름대로 가족을 챙기는 정이 많다.


감독에 자유분방한 생각이 그대로 영화에 재미있게 그려진다. 다른 집은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편안하게 보면 좋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대학생 토일(크리스탈)은 고등학교 3학년 호훈(이해영)에 과외선생이다. 호훈은 어려운 역사를 잘 이해하는 똑똑한 토일이 우러러 보인다. 토일은 마냥 자기를 존경하는 순수한 호훈에게 호감이 간다.


불꽃 튀는 사랑이 싹튼 두 사람이다. 호훈이 콘돔이 없다면서 그냥 껴안고만 있자고 하는데 토일은 그럴 수가 없다. 결국 둘 사이에 아이가 생기게 된다.


토일은 임신 5개월이 되어 배가 나오자 부모님에게 연하 남자 친구를 소개해주고 아이를 낳아 키울 거라고 말한다. 그녀가 작성한 5년간 학업과 육아 병행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기가 막히는 토일이 엄마 아버지다. 이게 무슨 날벼락같은 상황인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다니. 너는 도대체 누굴 닮아서 일을 저지르고 나서 통보를 하느냐고 엄마가 말한다.


하지만 당당한 토일은 내 일은 내가 결정한다고 집을 나간다. 갑자기 자기 성격에 뿌리가 궁금해진 토일은 생부를 찾아 떠난다. 지금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아버지는 15년 전 엄마와 재혼한 새아버지이다.


일주일간 혼자서 생부를 찾기 위해 고향 대구로 내려갔다. 생부를 찾는 과정에서 여러 남자를 황당하게 만들어버린다. 임산부가 낯선 남자(?)를 찾는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지점들이 코믹스럽게 그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만난 생부는 약간에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기까지 한다. 그녀에 즉흥적인 성격은 닮았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토일은 남자 친구 호훈을 만나려고 하는데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틀 동안 남자 친구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미래에 내 아이에 아빠가 될 사람이 갑자기 사라졌다. 아버지라는 의무감이 무거워서 도망쳤나? 상상을 해보지만 알 방법은 없다. 호훈이 부모님도 걱정하며 찾고 있는 중이다.


마침 토일이 생부도 그녀가 대구에 두고 간 여행가방을 전해주러 서울에 왔다. 토일이, 엄마, 새아버지, 생부까지 함께 호훈이를 찾으러 길을 나선다. 황당 시추에이션이다.


호훈이가 절에 가서 한자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서 산 위에 절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곳에도 없다. 남차친구를 찾는 과정에 웃기는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황. 당. 하게도 호훈이는 독서실에서 이틀간을 잠을 자고 있었다.


이유는 예비 장인 장모께 인사하러 갔을 때, 한문 선생인 토일 새아빠에 대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한자를 공부하려고 밤샘을 했다가 그 여파로 내리 잠만 잔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실이다.


토일이는 이런 상황 설명을 듣는데 왠지 그가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그녀는 과연 이 결혼을 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고민에 빠진다.


호훈이, 호훈이네 부모, 토일이네 가족들, 모두 토일이 결정만 목이 빠져라 기다리는 중이다. 마침내 그녀는 결정을 했다.


그녀는 임신한 채로 생부도 새아빠도 아닌 엄마에 손을 잡고 결혼 식장에 입장을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보는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드물 것 같은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라 생소하지만 재미있다.


그녀는 자기 본능에 충실하고 솔직하면서 상황을 잘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만 실수투성이다. 솔직하지만 그게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면도 살짝 있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들 평점을 보니 점수가 너무 낮게 평가된 것이다. 페미니스트 영화라는 둥 하면서 말이다. 내가 보기엔 전혀 그런 영화가 아닌데 말이다. 그냥 가족 해프닝 코미디인데 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고정관념 속 여자는 남자에 권위에 순응하는 존재로 그려졌었다. 사랑을 받아들이는 존재로 설정되었는데 이 영화는 아닌 것이다.


사주명리학에서도 과거 해석으로는 여자는 '관인상생'이라고 해서 남자에 사랑을 수용하는 존재로 설정을 하고, 남자는 '식상생재'라고 해서 여자에게 사랑을 베풀고 아껴야 할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서 그렇게로만 해석하지는 않고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영화 속 토일이는 여자이지만 남자 같은 성향이 짙은 면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직접 선택하려 하고, 자기가 원하는 아이를 나아서 키우려고 한다. 자기 주도적인 면이 크다.


사주로 따지면 식상 기운이 강하고 관성 기운이 약한 사주팔자라고 생각된다. 그러다 보니 남성에 권위에 따르기보다는 자기가 스스로 권위를 만들려는 성향이 강하다.


토일이 주변에 남자들 역시 흔하게 접하는 남자 캐릭터는 아니다. 생부는 책임감이 부족하고 자식보다는 자기를 먼저 챙기는 그런 아빠에 모습으로 그려진다.


새아빠는 아내에게 잡혀서 꼼짝 못 하는 그런 남자로 나온다. 항상 장바구니를 들어주고 집안일도 더 많이 하고 아내 눈치를 보는 캐릭터이다.


거기다가 미래에 아빠가 될 남자 친구는 순수하지만 맹한 구석이 있고, 여자 친구를 존경하고 그녀가 말하는 것에 순응하는 캐릭터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이런 남자 캐릭터들은 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잘 부각되지 않았던 캐릭터이다.


토일이 캐릭터 역시 현실에서 많지는 않아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그리 선호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어쩌면 여성에 활동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 시대에는 많이 나타나는 캐릭터이다.


요새는 토일이 같은 성격에 여자들이 굉장히 많아졌다. 어쩌면 예전과 비율은 그대로일 수 있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편하게 자기 개성을 드러내고 사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토일이 캐릭터가 나랑 비슷하게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영화가 유쾌하고 즐거웠나 싶기도 하다.


토일이는 학생이지만 똑똑해서 자기 할 일을 잘 처리할 것 같다. 물론 실수투성이긴 하다. 생각이 짧고 즉흥적으로 실행하는 면이 강하다. 그녀는 지금 시대 여자들 성격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녀들은 자기 인생은 자기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버지라는 존재, 남편이라는 존재, 남자 친구라는 존재보다는 자기 방식을 더 우선순위에 둔다는 것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토일이 같은 성격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요즘 시대는 이런 캐릭터를 많이 보게 될 그런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사주명리학도 옛날 남자들이 해석한 가부장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해석하자는 움직임이 많다. 그런 사례로 '내 팔자가 세다고요?' 책이 출간되었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여성에 입장으로 너무 치우치면 반대편에 있는 남자들은 서운할 수 있으니, 그 균형점을 잘 잡으면서 재해석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코믹 영화마저도 남자 네티즌들이 불편하게 평점을 주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현재 젊은 남자들이 사회에서 소외된 심정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도 든다.


1970 ~ 1980년대 시대에는 아들을 선호하는 세상이었는데 요새는 딸을 더 선호하는 세상이 되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여성 성비가 남성 성비를 한참 앞질렀다.


여성 성비가 높은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만큼 세상이 또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젊은 남자들이 위기의식을 느낄만한 그런 세상에 살고 있긴 하다.


영화 자체는 웃기고 재미난 해프닝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에 시선에 따라서 영화에 평가가 갈린다는 것을 한번 느끼게 된다.


사주명리학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사주풀이는 그대로 일지 몰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에 따라서 이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시대상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나 보다.


토일과 남자는 육합(六合)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닌가 싶다. 사주명리학에서 육합은 남녀 간에 뜨거운 사랑, 육체적인 결합으로 본다.


영화 속 주인공은 6가지 합 중에 묘술 합화(卯戌合火)로 맺어진 인연이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서로 일지 자리가 육합으로 맺어진 인연이라면 속궁합이 좋다고도 해석할 수도 있다.


다양한 남자와 여자 캐릭터를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가벼운 가족 코믹 드라마이다. 약간 열린 마음은 팝콘처럼 필요하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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