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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Feb 12. 2021

나를 구하지 마세요 영화 리뷰

누가 내 마음 딱 알아주겠어? 없어. 그래서 내가 난 너무 필요해.

나를 구하지 마세요(2019)

드라마 한국 2020.09.10 개봉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정연경

주연: 조서연, 최로운, 양소민

네티즌 평점: 8.9

- 다음 영화 참조 -


모자가 자살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영화가 섬세하게 참 잘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눈물이 흐른다. 이 영화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가는 길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엄마와 초등학생, 그 가족을 구하는 학교 친구 이야기이다.


부모는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책임을 지고 키워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신을 챙기기도 버거운 상황이 생기면 미성년 자식과 이 세상 인연을 끊으려고 한다.


그런 가족에 이야기를 학생들 시선에서 지켜보고 그 아이들에 순수한 마음을 통해 이 영화는 희망을 찾으려 한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죽자 도망치듯 엄마(양소민)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이사 온 초등학교 5학년 소녀 선유(조서연)이다.


선유 아빠는 사업실패로 죽음을 선택했다. 아빠가 하늘나라로 떠난 그곳은 엄마와 아빠에 사랑이 시작된 추억이 묻어있는 강촌이다.


선유는 또래보다 일찍 철이 들어버렸다. 엄마마저 자신을 떠날까 항상 불안함이 앞선다. 그래서 자신에 감정을 삼키며 잘 표현하지 못하고 엄마 눈치를 본다.


전학 간 학교에서 조용히 티 안 나게 지내려고 하는데, 장난기 많은 정국(최로운)이는 선유에게 자꾸 말을 건다.


정국이는 게임을 좋아하고 공부는 하기 싫고 노는 걸 좋아하는 천진난만한 소년이다. 그는 선유가 또래 친구들과 다른 모습이라 이상하게 계속 관심이 간다.


학교에서 그림 수업을 하는 날, 선유는 아버지에 마지막 장소인 강촌을 그린다. 그림을 잘 그렸다고 칭찬하는 선생님이다. 그런데 그 그림 속에는 사람이 없다. 선생님은 사람을 그리면 더 좋을 거 같다고 말한다.


잠시 쉬는 시간 선유가 화장실 간 사이에 정국이는 선유 그림에 연필로 장난으로 사람을 그린다. 마침 선유가 돌아와서 그것을 발견하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선유는 낙서한 거 괜찮다고 안 그래도 자기가 그린 그림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찢어버려 쓰레기통에 버린다. 청소시간에 정국이는 찢어진 그림을 몰래 가져와 집에서 테이프를 붙이고 빤히 쳐다본다.


한편 선유 엄마는 고깃집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지내지만 형편이 나아지지 않는다. 죽은 남편 보험금도 가압류가 걸려서 받을 수 없고 예전에 빌린 돈을 갚기엔 역부족이다.


엄마 친구가 새로 이사한 원룸에 놀러 왔다. 엄마 친구는 빌려준 돈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마지막 이별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엄마가 의지했던 절친마저 떠나고 벼랑에 내몰리는 심정이다.


선유는 엄마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그래서 엄마 돈을 빌린 동네 사람에게 찾아가서 돈을 갚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혼자서 예전에 살던 동네를 찾아간다.


그때 마침 선유와 정국이가 함께 가게 된다. 정국이는 "콩이 바쁘면 뭔지 알아?" "콩비지" 이런 썰렁 유머를 연신 쏟아낸다. 선유 입가에 웃음꽃이 핀다.


선유는 정국에게 넌 왜 공부를 안 하느냐고 묻는다.

무섭지 않아?
필요한 사람이 안될까 봐?


정국이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이미 필요한 사람이야.

내가 좋아하는 게임
내가 젤 잘 알고,
내가 좋아하는 과자
내가 젤 잘 알지.

누가 내 마음 딱 알아주겠어?
없어.
 
그래서 내가 난 너무 필요해.


지나가는 길가에 아이스크림 냉장고가 보이자 선유에게 말한다. 또 내가 좋아하는 거 생각났다.


우리 아이스크림 먹을래?


둘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마냥 좋아하고 있다. 선유는 정국이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니 정국이 초콜릿 아이스크림 맛이 궁금하다. 그래서 정국이 아이스크림 한 입 먹어도 되냐고 물어본다.


정국이는 지저분하게 먹어서 그런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선유는 정국이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고 맛있다고 말한다.


그렇게 선유는 명랑한 정국이와 소소한 추억을 만들면서 조금씩 웃음을 되찾아 간다. 두 사람 순수한 로맨스를 지켜보면서 설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마냥 철없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정국이 같은 친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세상 엄마들이 정국이 같은 자식을 많이 키워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한편 원룸에 전기마저 끊어지고 엄마는 경제적 곤란에서 더 이상 한 발자국도 나아지지 않는 삶에서 좌절하게 된다. 안 그래도 위태로운 그녀에 삶에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아빠를 처음 만나서 연애했던 강촌을 떠올리면서 선유에게 강촌에 놀러 가자고 한다. 아빠를 보러 가자고 말이다. 선유는 엄마가 어떤 나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것을 눈치를 챘고 가고 싶지 않지만 엄마를 혼자 보낼 수도 없다.


학교에서 선유는 아끼던 종이 오리기 책자를 정국에게 주면서 내일 강촌에 엄마랑 놀러 간다고 한다. 눈에 눈물이 글썽한 선유는 정국에게 안녕이라고 인사하고 간다.


그러자 정국이는 우리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하고 오늘은 늦었다고 대답하는 선유이다. 그럼 내일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하자 눈물을 뚝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유이다.


왠지 기분이 묘하게 이상하다. 내일 학교 등교하는 날인데 엄마랑 강촌에 놀러 간다는 것도 수상하고, 자기에 가장 아끼는 물건을 주는 것도 심상치 않다.


다음날 학교에 결석한 선유이다. 불길한 느낌이 드는 정국이는 선생님에게 선유가 이상하다고 말하고, 자기 엄마에게도 선유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국이는 학교에서 선유네 집 주소를 알아내어 직접 선유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간신히 찾은 선유네 집에는 물건들은 누군가가 폐기 처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짐 속에서 선유가 쓰던 수첩을 발견하고 가져온다.


그 안에 발견된 선유가 적은 시.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짓말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를 읽는다.

나를 구하지 마세요.
숨이 막히더라도

나를 구하지 마세요.
발버둥 치더라도

눈 부신 바람과 햇살
다시 볼 수 없겠죠.

달콤했던 그 아이스크림
이젠 다시 먹을 수 없겠죠.

그래도 나를 구하지 마세요.
제발...


맘이 급한 정국이는 집에 있는 저금통을 털어서 택시를 타고 강촌으로 간다. 그는 선유가 그린 그림을 들고 똑같은 장소를 찾고 있다. 정국이는 불안하다. 반드시 선유를 찾아야 한다. 여기저기 헤매고 있다.


그는 강촌 선착장으로 필사적으로 뛰어가고 있다. 숨이 가파르다. 선유가 평소에 자주 불렸던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고 있다.


한편 선유와 엄마는 세상과 이별 준비를 하고 있다. 엄마는 선유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아빠를 만나러 가자고 한다. 맘속으로는 살고 싶어 하지만 살 길이 없는 두 사람은 선착장에서 세상과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런데 선유 귀에서 익숙한 노랫소리가 들린다. 이런 숲 속에서 소리가 들리다니 이상하다.


마침내 정국이는 선유를 발견한다. 그리고 선유에게 돌아가자고 말한다. 선유 엄마는 우리는 더 이상 돌아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정국이는 아줌마가 선유 마음을 아느냐면서 반박하며 돌아오라고 호소한다.


정국이는 선유에게 "오늘 우리 아이스크림 사 먹기로 했잖아. 아이스크림 먹기로 약속했잖아." 말한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선유이다.


그런데 갑자기 선착장 나무판자가 부서진다. 선유와 엄마는 강 속으로 빠져버린다.


잠시 후 강 속에서 엄마는 선유와 손을 잡고 햇살이 비치는 강 위로 올라오려고 헤엄친다.


선유와 정국이가 놀이동산에서 해맑은 모습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뉴스를 보면 부모와 자녀가 동반 자살하는 기사를 많이 보게 된다. 부모와 함께 죽어야 하는 아이들에 심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 거 같다.


이 영화는 바로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음에 내몰리는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정국이 같은 아이가 곁에 있다면 선유는 다시 평범한 아이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존재가 바로 정국이 같은 소년이다. 그를 통해 우리에게 필요한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느끼게 해 준다.


이 영화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눈물을 멈추기 어렵다. 하지만 영화가 주고자 하는 강렬한 메시지에 마음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아이들을 생각해서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부모님들이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정국이 같은 사람이 바로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국이 같은 아이와 어른들이 많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국이처럼 스스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내 마음을 딱 알아주는 사람은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따스한 마음을 느끼고 싶다면, 아이들에 순수함에서 그리고 내 안에서 희망을 찾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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