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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Feb 26. 2021

윤희에게 영화 리뷰

잘못한 게 없으니까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자

윤희에게(2019)

로맨스/멜로 2019.11.14 개봉

105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임대형

주연: 김희애, 나카무라 유코, 김소혜

네티즌 평점: 8.0

- 다음 영화 참조 -


이 영화를 볼 때 로맨스 장르라는 것 하나만 알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화가 재미있는 그런 전개 방식은 아니었다. 뭔가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나중에 영화가 다 끝나고 나서는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막히는 느낌은 싹 풀렸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여주인공이 20살 때 첫사랑했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과정의 이야기이다.


영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것이라면 잠시나마 여. 자.를 사랑했던 여주인공 속으로 빠져들어가 볼 수 있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 윤희(김희애)는 이혼하고 고등학교 3학년 딸과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학교에서 조리사로 일을 하고 있다.


윤희의 딸 새봄(김소혜)은 교실에서 엄마에게 온 낯선 편지를 읽게 된다. 일본에서 날아온 20년 만에 안부를 묻는 편지. 새봄은 엄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다.


새봄은 아버지에게 엄마와 왜 이혼했는지 물어보지만 아버지의 대답은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든다는 짧은 답변뿐이다.


새봄은 엄마의 오빠인 삼촌에게 엄마에 대해서 물어본다. 하지만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는 식으로 대답을 회피한다.


윤희의 일상적인 삶은 건조해 보이고 무거워 보인다. 딸과의 사이에 별로 대화가 없다. 이혼한 남편이 가끔 찾아오지만 윤희는 만나기를 꺼려 한다.


윤희의 삶은 그저 의무감 같은 무게만 느껴지는 생활을 한다.


윤희의 딸은 엄마에게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여행을 제안한다. 편지가 날아온 일본으로 가는 것이다.


일본에서 윤희에게 편지를 보낸 사람은 쥰(나카무라 유코)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지금은 고모와 같이 살고 있다. 그녀의 엄마는 한국인이었고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냈다.


쥰은 20살 되었을 때 일본으로 돌아와서 살게 되고 지금은 수의사로 결혼은 하지 않은 싱글로 살고 있다.


영화를 해석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나는 윤희와 쥰은 무슨 관계일까 궁금했다.


내 머리로는 둘이 서로 사랑했던 사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둘이 자매지간인 줄 착각하면서 지루한 느낌으로 영화를 계속 봤다.


이 영화는 끝 장면이 나올 때쯤에서야 윤희와 쥰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그전까지는 둘이 만나기까지 마음을 애태우는 그런 장면만 계속 나오기 때문에 나같이 이해력 부족하고 성격이 급한 사람이 보기엔 인내심이 필요한 구석이 많다.


결국 윤희와 딸은 일본으로 여행을 가게 된다. 영화 속에서 펼쳐지는 하얀 눈이 아름답게 와닿는다.


눈이 많이 내리는 오타루에 살고 있는 쥰. 그곳으로 윤희는 숙소를 정하고 여행을 시작한다.


윤희는 몰래 쥰의 집으로 찾아가 본다. 쥰이 나오는 소리가 들리자 숨어버린다. 그녀를 만날 용기가 아직 생기지 않는 것이다.


윤희와 딸 새봄은 오타루에서 오붓한 시간을 갖는다. 둘이 온천을 하는 장면에서 딸이 엄마의 첫사랑에 대해 묻는다. 윤희는 첫사랑에게서 좋은 향기가 났다고 말한다.


윤희의 딸은 엄마와 쥰이 만나게 해 줄 계획을 세운다. 쥰의 고모가 운영하는 커피숍 가게를 찾아가서 쥰을 만난다. 그리고 오타루 여행 마지막 날 밤에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오타루 여행 마지막 날, 드디어 윤희와 쥰은 드디어 만나게 된다.


서로 만나서 가만히 쳐다만 보는데 둘 사이에 침묵이 흘러간다. 하지만 그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소리 없이 들려오는 것 같은 애틋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영화 속에서 새봄의 남자 친구가 등장하고 새봄과 풋풋한 연애를 하는데 그나마 영화 속에 무거운 분위기를 발랄한 분위기로 균형 잡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둘 사이 연애를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윤희와 딸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고 윤희는 조리사를 관두고 새로운 식당에서 일을 구한다. 그리고 자기만의 식당을 차릴 꿈을 꾼다.


윤희는 쥰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를 읽어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하다. 윤희가 20살에 쥰을 좋아한다고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쥰은 일본으로 도망가듯 떠나게 되었다고.


그 후에 윤희의 오빠는 결혼을 강요했고 결혼 생활을 했지만 항상 쥰을 생각했다고 한다. 딸 새봄을 키워야 하는 의무감에 삶을 내맡기면서 살았다고 한다.


쥰아.
나는 나한테 주어진 여분의 삶이
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동안 스스로에게
벌을 주면서 살았던 거 같아.

너는 네가 부끄럽지 않다고 했지.

나도 더 이상 내가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이 영화는 마지막 윤희가 쥰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순간 그동안 왜 윤희가 그런 삶을 살았는지 수수께끼가 풀린다.


또한 왜 쥰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수수께끼가 풀린다.


수수께끼를 풀고 나면 그전에 보여주었던 이야기가 그래서 그렇구나 이해가 된다. 그전에는 솔직히 답답하고 우울한 느낌이 좀 무거웠다.


어찌 보면 이 영화처럼 나의 삶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내 사주 명식을 가지고 벌을 주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잘못한 게 없는 윤희이지만 잘못한 것처럼 현실을 살고 있었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은 아닌가?


그리고 누군가 역시 윤희 같은 삶을 살고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몇십 년을 고통에서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윤희처럼.


그런 윤희를 고구마를 먹은 느낌으로 바라보면서 왜 그렇게 사느냐고 비난했던 거 같다. 나는 상관했던 거 같다.


윤희와 쥰에게 20년간 괴로움에서 살고 있었던 그 사실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하고, 남편에게, 가족에게, 누군가에게 비난의 화살을 던졌는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화살을 누군가에게 쏘면서 동시에 누군가 나에게 겨눈 그 화살에 맞았는지 모르겠다.




이 영화는 신기하게도 영화가 끝나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는 느낌이 든다. 이 리뷰를 적는 와중에 영화의 감동이 이제야 생겨난다.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감독은 여자가 아닌 남자이다. 동성애자의 삶에 대해서 일반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싶은 것인가?


이 영화는 꼭 성소수자의 삶뿐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영화일 수 있다.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고통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주는 메시지.


그래 우리는 잘못한 게 없으니까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다.


윤희는 마지막에 쥰에게 편지를 적으면서 앞으로는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살려는 의지를 표명한다. 어쩌면 감독이 주는 메시지는 이런 것은 아닌가?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며 자신의 사주팔자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당당하게 적극적으로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주팔자를 이렇게 타고난 것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 것뿐이다.


자신을 벌주듯 사는 그런 삶은 이제 벗어나길 바라는 감독의 마음인 것이다.


어쩌면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도 이런 것은 아닐까?


벌주는 사회가 아닌 이해를 구하는 사회,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사주팔자를 이해하는 그날이 바로 내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그 날인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윤희는 어찌 보면 편관의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은 너무 가혹하다. 자신을 이해 주지 않는 부모님과 오빠, 남편 그리고 사회. 그녀에게 정을 붙일 그런 세상은 없는 것이다.


숨 막히는 공간에서 답답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바로 윤희의 현실이다. 자기의 생각이나 색깔을 드러내지 않는다. 어찌 보면 비견 겁재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윤희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딸 새봄이 있다. 어찌 보면 새봄을 잘 키우기 위해서 성실하게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정재의 모습도 보인다.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서 어떠한 변화를 주려고 하지 않는 그런 모습도 보인다.


쥰을 만나기 전에는 그녀는 변화를 두려워했다. 쥰을 만나는 그 시점이 그녀에게 대운이 바뀌는 시점이었을까? 그녀의 운이 바뀌는 지점인 것인가?





윤희의 첫사랑 쥰은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면서 일본에서 살아간다. 엄마가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녀는 일과 집에만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간다. 가끔 그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에게도 선을 그어버린다.


쥰 그녀는 수의사로 전문가의 직업을 가졌다.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았다. 쥰은 그녀의 소신이 강해 보인다. 그것을 현실에서 이루어내면서 살고 있다. 그녀는 사주 명식에 비견 겁재 양인살 장성살 이런 것이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녀는 윤희에게 편지를 보낸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그녀는 식신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그녀의 표현으로 2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윤희의 사랑스러운 딸, 새봄이는 그녀의 삶을 지탱해 주는 나무 같은 존재이다. 새봄이는 호기심이 많다. 엄마에게 온 편지를 발견하고 궁금증을 가지고 그것을 풀어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결국 엄마의 첫사랑을 만나게 해 준다. 새봄이는 상관이 있는 거 같다. 찾아온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로 일본 여행을 꾸며낸다. 편재의 기운은 아닌가 싶다.


자기와 남자 친구와 오타쿠 여행도 가고 엄마의 사랑도 찾아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한다. 편재의 기운으로 공간을 확장했다. 결과적으로 성공하게 된다. 자신의 사랑도, 엄마의 사랑도 찾아준다.


새봄이는 천을귀인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엄마와 쥰에게 그리고 남자 친구에게는 애교쟁이 여자이다.


새봄이 캐릭터는 어찌 보면 감독의 꿈을 실현시켜주는 존재인 것이다.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가 당당하게 세상으로 나아가게 도와주는 그런 인물인 것이다.


새봄이는 윤희를 속박하는 존재인 동사에 자유를 찾아주는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다.


새봄이 캐릭터가 없다면 이 영화는 감동으로 끝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새봄이는 우연히 찾아오는 행운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아니면 이미 존재했는데 내가 미쳐 발견하지 못한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글로서 정리를 하니 영화 속 인물들이 내 안에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오고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내 글쓰기는 마치 윤희가 쥰을 20년 후에 다시 만난 이후의 삶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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