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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Mar 13. 2021

저 산 너머 영화 리뷰

무슨 씨앗이 심어졌는지우예압니까?


저 산 너머(2019)

드라마 2020.04.30 개봉

112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최종태

주연: 이경훈, 이항나, 안내상

네티즌 평점: 8.7

- 다음 영화 참조 -


이 영화의 원작은 '오세암' 동화 작가로 유명한 정채봉 작가가 1993년에 소년한국일보에 연재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러나 살아생전에는 책으로 출간하지 말아 달라는 추기경의 부탁으로 이 책은 2009년도에 출간하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에 태어나서 2009년에 돌아가셨다. 하지만 정채봉 작가는 1946년 태어나서 2001월 1월에 돌아가셨다.


영화 '저 산 너머'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지만 정채봉 작가의 상상 속 어린 시절 이야기는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채봉 작가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고 한다. 어릴 때 친구도 별로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한다. 그 시절에 상상한 것이 다 작품이 된 것 같다.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나이지만 영화를 보면서 마치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마음이 계속 들었다. 정채봉 작가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감독은 원작의 느낌을 영화에 그대로 잘 살렸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그래서 영화를 보기 전에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마음이 훈훈해졌다.


영화 제목처럼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린 시절 추기경이 발견한 저 산 너머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수환이라는 아이를 통해서 내 안에 순수한 어린 시절을 일깨우는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눈가가 촉촉해지고 마음에 평화가 스며드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의 역사적 배경은 1930년 일제강점기 시절이라 사실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상만 존재하기 때문에 아름답게 그려진 면이 크다.




수환이는 늦둥이 막내이다. 수환이에게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형이 있다. 아빠는 몸이 아파서 기침을 하면서 집에서 누워만 계신다. 엄마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집안을 꾸려가고 있었다.


엄마를 따라다니면서 수환이는 엄마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많이 한다. 영상미가 좋은 풍경들이 펼쳐지고 엄마와 아들은 다정하게 좋은 시간을 보낸다.


영화에서 나오는 풍경들과 장터 분위기들이 하나같이 정감이 가고 포근하게 다가온다. 그냥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힘이 있다.


엄마는 동네 장터에서 국화빵을 팔다가 나중에는 보따리 짐을 메고 다니면서 물건을 팔거나 삵 바느질 일감을 받아서 일을 한다. 수환이는 큰 나무에 올라가서 엄마가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기도 한다.


수환이는 아빠는 얼마 남지 않아 천주님이 계시는 하늘나라에 간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래서 울면서 아빠가 왜 천주님 나라로 가느냐? 나랑 같이 살면 안 되느냐고 물어본다.


아빠는 사람은 태어나면 언젠가는 죽는다고 이야기하면서 사실 아빠는 죽는 게 아니라 변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천주님이 살고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새로운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아빠와 아들의 따스한 대화가 이런 것인가 감동이 스며든다.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는 가족이 얼마나 되겠냐 마는 우리의 그런 바람을 담아놓은 거 같다.


수환이 형은 아픈 아빠를 미워했다는 고백을 신부에게 하게 된다. 그리고 신부는 형과 수환이에게 한국의 최초의 김대건 신부와 순교당한 신부님들 이야기를 해준다. 알고 보니 할아버지가 천주님을 믿는다는 이유로 순교했던 것이다.


결국 아빠는 천주님 나라로 가셨다. 엄마는 늦둥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셨다. 하지만 항상 천주님을 섬기는 마음을 간직하셨다.


엄마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성당에서 새로운 사제가 탄생이 되는 예배에 참석하게 된다. 경건한 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제가 될 사람들이 땅에 눕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본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집에 돌아온 엄마는 수환이와 형에게 백설기를 주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아빠는 사람에게는 마음의 밭이 있다고 했다. 그 마음 밭에 천주님이 씨앗을 뿌려 놓았다고 한다. 그 씨앗이 농부라면 농부가 되고 장사꾼이면 장사꾼이 된다고 했다.


그러자 수환이는 엄마는 무슨 씨앗이 있느냐 물으니 엄마는 아이들을 잘 키우는 엄마 씨앗이 있다고 한다. 엄마는 자식들을 내 자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는 자식은 천주님 자식이라고 했다고 한다.


니그들 마음속에는
아주 특별한 씨앗이
심어졌지 싶다.


그래서 엄마는 늦게 낳은 너희 두 명은 천주님 자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너희들 마음 밭에는 천주님 씨앗이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너희들이 사제가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한다.


수환이 형은 엄마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이야기하지만 수환이는 자기는 좋아하는 여자 친구도 있고 돈 많이 버는 인삼 장사를 해서 효도하고 싶은 마음에 사제를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엄마는 다 큰 자식들에게 볼일이 있어서 며칠 동안 시내에 가야 한다고 외출을 하게 된다. 그 사이 수환이는 혼자서 집에 지내게 된다.


수환이는 집에서 자주 들어가는 항아리에서 꿈을 꾸게 되는데 자신의 건조한 사막 같은 마음 밭에 씨앗을 심었더니 무성하게 꽃밭으로 변하는 꿈을 꾸고 사제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야기 줄거리는 알고 보면 간단한데 영화 속 대화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말들이 많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번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마음에 눈물이 계속 내린다.


이 영화의 힘은 내 안에 그런 순수한 마음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동화를 보면서 어린 시절 그 마음 그대로 빠져드는 것이다.


이 영화는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모든 이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비록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우리 마음이 마치 내가 수환이가 된 것 같은 그런 착각에 빠져버린다.


정채봉 작가의 글은 우리가 잊고 있는 순수한 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천주님이 심어놓은 마음속 씨앗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영화 속에 엄마는 사주 명리로 풀어보면 어떤 캐릭터일까? 고민을 해보지만 동화 속의 인물을 실제 캐릭터와 연결하는 것은 쉽지는 않다.


천주님에 대한 믿음도 가지고 있으면서 남편 병간호에 가정경제도 책임지고 많은 자식들을 온화하게 잘 키우고 두 명의 자식들을 자신의 바람대로 사제로 만들었다. 이쯤 되면 신사임당과 슈퍼우먼을 합쳐놓은 것은 아닌가 싶다.


동화는 그저 따뜻한 마음으로 느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현실이나 딴생각이 들어가는 순간 그 느낌은 깨져버린다.


내 마음에 간직했던 동화책을 꺼내 읽은 그런 느낌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 마음 밭에 어떤 씨앗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사주팔자 여덟 글자가 내 마음 밭에 심어져 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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