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니 Mar 18. 2021

덕구 영화 리뷰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가 두 손자에게 준비한 특별한 선물

덕구(2017)

드라마 2018.04.05 개봉

91분 전체관람가

감독: 방수인

주연: 이순재, 정지훈

네티즌 평점: 8.7

- 다음 영화 참조 -


어느 시골학교에는 다문화 가정 학생 수가 절반을 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만큼 이제는 외국인과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이 평범해졌다.


동시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건사고 기사들은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외국인 며느리를 구박하는 한국 시어머니 이야기도 종종 나온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면을 보여주고 다 같은 사람이라는 공감대를 이끌어낸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할아버지와 손자 2명이 같이 살지만 곧 이별을 해야 하는 가족에 정 이야기이다.


영화 줄거리는 마치 우리 옆집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현실적이고 생동감 있게 잘 그려졌다. 충분히 있을법한 그런 이야기이라 흡입력이 더 높다.


게다가 맛깔스러운 아역배우에 연기와 이순재 할배 연기에 빠져들어 웃다가 울다가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7살 덕구(정지훈)는 목소리 높여서 연설을 하고 있다.


제 이름은 김덕구입니다.
덕 ‘덕’ 자에
구할 ‘구’를 써
덕을 구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름이 김덕구입니다.


일흔 살 덕구 할배(이순재)는 김 씨 몇 대 손이라면서 핏줄에 대한 조기교육을 항상 시킨다. 시골집에는 덕구 할배, 덕구, 덕구 여동생 덕희 이렇게 세명이 살고 있다.


덕구 아빠는 사고로 일찍 돌아가셨다. 인도네시아에서 시집온 덕구 엄마는 남편 사망 보험금 2천만 원을 다른 곳에 써버렸다. 그 사실을 안 덕구 할배는 아들 죽음 값을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며느리를 내쫓아버렸다.


그는 자신만에 방식으로 덕구와 덕희를 잘 보살피면서 살고 있다. 그는 부지런하여 손주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주기 위해서 동네 고깃집에서 알바도 하면서 쉴 틈 없이 바쁘게 산다.


겉으로 사이좋게 지내고 화목한 가족이지만 각자 사정들이 숨겨져 있다. 덕구는 동네 친구들에게 엄마가 도망 갔다고 놀림을 당한다. 덕희는 엄마가 보고 싶어 불안할 때마다 바닥에 장판을 뜯어서 먹는다.


덕구는 다른 친구들처럼 돈가스도 먹고 싶고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싶어 할배에게 부탁을 한다. 하지만 돈이 부족한 할배는 뻥튀기를 대신 사준다. 할배가 야속하다. 할배가 쫓아낸 엄마가 보고 싶다.


덕구는 친구의 게임기를 훔쳤다는 누명을 받게 된다. 그 사건으로 덕구는 할배에게 회초리를 맞고 집을 나가지만 다행히 할배와 동네 사람들이 함께 덕구를 찾았다.


어느 날, 보건소 의사 선생님이 할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는 폐암이라는 것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들을 위해 할아버지는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바로 덕구 엄마를 찾아서 인도네시아로 날아간다.


덕구 엄마를 찾으러 갈 동안 덕구와 덕희를 위탁가정에 맡긴다. 다행히 위탁부모와 함께 넓고 좋은 집에서 돈가스 실컷 먹고 로봇 장난감과 맘껏 놀고 있다.


그런데 간식으로 준 뻥튀기를 보자 덕구와 덕희는 갑자기 할배가 보고 싶다. 위탁부모가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이 뻥 뚫린 것 같다.


한편 인도네시아에 건너간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살고 있는 집에 도착했다. 사돈이 먼 곳을 찾아왔다며 환영하며 맞아준다. 사돈은 덕구 할아버지가 보낸 돈이 고맙다고 식사를 대접한다.


알고 보니 며느리가 인도네시아 남자랑 결혼해서 딸이 하나 있었는데 심장병에 걸린 것이다. 남편 사망보험금 2천만 원으로 딸에 수술 비용을 충당한 것이었다.


사연을 들으니 며느리에 대한 미운 마음은 사르르 녹아버린다. 하지만 더 이상 며느리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그녀는 한국 안산에서 일을 하고 있다면서 그녀의 주소가 적힌 편지봉투를 전해준다.


덕구 할아버지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며느리를 찾으려 하지만 갑자기 쓰러진다.


병원에 입원한 할배를 덕구가 병문안을 왔다. 할배 잠바를 덮어주려다가 엄마 이름이 적힌 편지봉투를 발견한다.


덕구는 엄마를 찾으러 안산으로 갔다. 물어물어 엄마가 사는 곳을 찾았다. 하지만 엄마가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났다고 한다. 덕구는 어떻게 엄마를 찾아야 하나 막막하다.


안산 유흥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엄마 사진을 보여주면서 헤매고 있다. 그때 할배가 알려준 당당하게 의사 표현을 하라는 말이 떠오른다. 


사람들이 많은 모인 곳에서 엄마를 찾는다고 눈물을 흘리며 목소리 찢어지게 연설을 한다. 


제 이름은 김덕구입니다.
덕 ‘덕’ 자에
구할 ‘구’를 써
덕을 구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름이 김덕구입니다. 
(중략)
엄마를 찾고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참 눈물이 났다. 덕구에 절절한 마음이 와닿았다.


우연히 덕구 엄마 직장동료가 그 이야기를 듣고 덕구 엄마에게 아들이 엄마를 찾고 있다고 알려준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지는 할배는 위탁가정에서 이쁨 받는 덕구와 덕희를 보니 이제는 자신과 이별을 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덕구와 덕희를 위탁가정에 입양시키려고 한다. 입양 서류는 잘 진행된다.


드디어 오늘 덕구와 덕희는 새로운 부모님에게 가는 날이다. 이제는 할아버지와 같이 지낼 수 없는 낯선 곳으로 가는 날이다.


덕구는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결국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입양부모님이 기다리는 자동차로 꿀려가다시피 걸어간다.


썰렁한 시골집에 할배 혼자 덩그러니 마루에 앉아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손주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찾아왔다. 바로 덕구 엄마다. 며느리는 통장을 내밀면서 2천만 원 아직 다 못 모았다면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할배는 며느리를 안으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고 며느리도 울음을 터트린다.


덕구와 덕희는 환한 모습으로 신나게 뛰어오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덕구 할아버지에 손주에 대한 내리사랑을, 덕구를 통해서 천진난만한 아이에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영화는 무공해처럼 선한 캐릭터들로 구성되어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흐뭇하다. 실제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은 이럴 것 같다. 가족에 정이라는 것이 같이 지낸 세월에서 나오고 핏줄에서 나오는 것이다.


덕구 할아버지가 폐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덕구 엄마에 대한 오해가 풀렸을까 싶다. 폐암은 사주명리학 관점에서 편관이라는 시련으로 찾아왔다. 그 어려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겨내느냐가 중요하다. 


덕구 할아버지 개인적으로 달갑지 않은 병이란 모습으로 찾아왔지만 덕구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덕구를 엄마 품으로 돌려주게 된 귀한 인연은 아닌가 싶다.


나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졌을 때 예전에 아버지를 원망했던 내 기억은 사라지고 미안한 마음으로 채워졌다. 아버지도 그 후로 술을 끊고 건강을 더 챙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병이 찾아온 것은 한편으로는 가족 간에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를 동시에 주는 것은 아닌가 싶다.


덕구 할아버지, 덕구 엄마, 덕구와 덕희 네 명이서 알콩달콩 잘 지내는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훈훈하다. 덕구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기 전까지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중에 할아버지가 하늘나라에 가더라도 가족 모두는 할아버지를 가슴에 포근하게 기억할 것이다.


3대 가족이 오손도손 둘러앉아 봐도 누구나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감동을 담고 있는 영화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이름들로 만든 노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