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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pr 16. 2021

멀리가지마라 영화 리뷰

20억 유산으로 잔인한 폭력성을 드러낸 가족에 비극

멀리가지마라(2018)

범죄/코미디 2021.03.04 개봉

75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박현용

주연: 손병호, 손진환

네티즌 평점: 7.6

- 네이버 영화 참조 -


유명한 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꽤나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지루할 틈 없이 진행된다. 연극을 영화로 옮겨 놓은 느낌이 조금 들지만 이야기가 꽤나 흥미롭다.


설이나 추석 명절에 유산 때문에 형제끼리 공기총 살인사건이 종종 벌어진다. 이 영화는 그런 돈으로 얽힌 인간에 욕망과 형제간에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아버지의 20억 유산 상속을 위해 모인 가족에게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이다. 


유산 상속 문제는 단순히 돈 문제 그 이상이다. 왜냐하면 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서로에 감정선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만약 유산 상속이 원만하게 잘 해결된 집이라면 화목한 가정이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만약에 우리 집은 어떨까? 나는 어떨까? 상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영화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20억 유산 상속을 위해 큰형 집 거실에 3남 1녀 형제자매 가족들이 모였다. 네 남매는 공증인에게 남겨진 아버지에 유언장을 듣고 있다.


큰아들에게 9억을 남겨주고, 둘째 아들에게는 3억, 셋째 아들에게 3억, 막내딸에게는 3억 이렇게 유산을 남겼다. 그리고 2억은 교회에 헌금하라고 부탁한다.


20억을 5억씩 골고루 나눠줘도 불만이 나왔을 텐데 큰형을 제외하고 세명이 불만이다. 교회에 헌금 2억도 불만이다.


저마다 상속받은 금액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을 무렵에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20억을 준비하라는 유괴범의 협박 전화인 것이다.


큰형은 자기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20억을 유괴범에게 주자고 이야기를 꺼낸다. 돈보다 조카에 목숨이 더 중요한 거 아니냐고 말이다. 


다행히 큰형에 아들은 집에 무사히 있다. 모두들 한시름 놓는 가족들이다.


그런데 유괴범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온다.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20억을 준비하라고 말이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둘째에 딸인 것이다.


이제는 둘째가 딸에 목숨을 살려달라고 제발 20억을 달라고 형제들에게 부탁을 한다.


돈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카에 목숨을 소중하게 여긴 나머지 남매들은 20억 유산을 유괴범에게 주기로 합의했다. 동시에 경찰에 도움을 받아서 유괴범도 잡고 돈도 되찾을 셈이다.


그러자 둘째가 유괴범이 경찰을 부르면 안 된다고 했는데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몸으로 울부짖으면서 쓰러진다.


알고 보니 둘째는 부인과 연기 수업에 다니고 있었다. 아버지 유산 20억을 몽땅 독식할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부인과 아들 한자리에 모여서 비밀회의를 하고 있다.


자신에 딸을 유괴한 것처럼 꾸며서 아들에게 협박 전화를 하라는 대본을 짜고 연습한다. 20억 몸값을 전해주면 그것을 받아서 도망치면 된다는 것이다.


노랑머리로 염색한 아들은 자기 친구에게 10만 원을 준다는 미끼로 어느 장소에서 몇 시에 가방을 받아오라는 일을 시킨다. 하지만 그 친구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계속 추궁한다.


아들은 친구에게 귓속말로 비밀을 알려주자 욕을 하면서 바로 거절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빨간 모자를 쓰고 몸값을 받는 접선 위치에 대기하러 간다.


경찰들은 큰형 집에 모여서 여러 가지 사실을 물어본다. 보통 유괴는 70%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난다고 언급하면서 말이다.


둘째는 상황이 꼬여가는 것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돈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한다. 자신에 아들에게 전화를 걸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둘째는 20억 검은돈 가방을 들고 유괴범을 만나러 가고 있다. 경찰들은 뒤따라오고 있다. 둘째는 갑자기 길을 걷다가 도망을 친다. 경찰들이 쫓아오지만 필사적 달린다.


도망치던 중 경비원에 옷과 모자를 빌려 변장을 하고 경찰을 따돌린다. 결국 유괴범 접선 장소에 혼자 도작했고 빨간 모자를 쓴 사람에게 돈 가방을 건네준다.


그리고 20억은 내 것이라는 안도와 회심에 미소를 짓고 있는 둘째이다.


그런데 잠시 후에 갑자기 경찰들이 나타나서 빨간 모자를 쓴 사람을 추적하는 것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빨간 모자가 잡히면 자기 아들에 정체가 드러나고 자기도 들통이 나게 되니 순간 머리를 막 굴린다.


그리고 갑자기 주변에서 뭔가를 찾는다. 길가 트럭 앞 좌석에 놓여있는 멍키스패너를 잡는다. 그리고 돈 가방을 들고 가는 빨간 모자 머리를 뒤에서 무자비하게 가격한다. 피가 막 터져 나온다.


경찰들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둘째와 빨간 모자 사이를 떼어놓는다. 하지만 이미 빨간 모자는 죽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남편과 나에 관람평이 상당히 갈렸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을 두고 말이다. 결국 둘째가 자신에 아들을 죽였는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문제인 것이다.


나는 이 끝장면에서 뭔가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 둘째가 꾸민 유괴 사건에 결말이 자신에 아들이 죽는 죗값을 받는 잔인함이 맘에 들었다.


그런데 남편은 마지막 장면 때문에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이다. 나쁜 놈이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은 별로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감정선이 다르다는 걸 느꼈고 그 지점에 내가 바로 사주팔자에 양인(羊刃)이라는 성격을 지녀서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둘째 캐릭터는 사주명리학에 양인(羊刃)이 떠올랐다. 양인이 부정적으로 발휘되면 이런 모습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돈에 대한 욕심은 누구나 있을 수 있다. 부모님 유산 상속 금액을 두고 다툼은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둘째는 20억을 전부 차지하려고 자신에 딸을 유괴하는 작전을 아내와 아들과 함께 모의한다. 일반 사람이라면 상상하기도 어렵고 실천은 더더욱 어렵다. 둘째에 이런 기질은 아버지에게 물려받았을 것으로 영화에서는 암시한다.


공증인은 유산으로 남긴 아버지에 돈이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고 폭로한다. 온갖 검은 비리를 저질러서 만든 부정한 돈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그 오명을 벗으려고 교회에 2억을 기부하는 것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아버지에 피를 물려받았다. 돈을 차지하려는 욕심이 다른 형제들에 비해서 과도하다. 게다가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고 가족들과 연기 수업을 하면서 철저하게 준비한다.


둘째에 무모하고 가혹한 성격이 드러나는 장면이 있다. 공증인이 교회에 기부하는 금액 중에 5천만 원을 자기에게 달라고 할 때 흥분한 둘째가 공증인을 향해 칼을 겨누는 모습이 나온다.


한마디로 머리에 뚜껑이 열리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유산에 대한 욕심도 20억 중에 10억도 아니고 20억 전부 차지하기를 원한다. 생존력이 세도 너무 센 것이다. 게다가 남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유괴라는 그런 계략을 꾸미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다.


마지막 장면은 빨간 모자를 자기 아들 친구로 착각하고 자기가 살기 위해서 무자비하게 죽인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것도 정말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그런 파괴적인 폭력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노랑머리로 염색한 아들에게 머리 색깔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던 것으로 추정했을 때는 자기 아들인지 알고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도 든다.


자신에 죄를 덮기 위해서 자기 아들마저도 죽이는 그런 잔혹함이 내재된 것으로 표현된 것일 수도 있다.


사주명리학에서 양인(羊刃)은 불굴의 의지로 다른 사람보다 큰 업적을 낼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면도 있다. 하지만 영화 속 둘째에 모습처럼 부정적으로 드러났을 때 그 파급효과가 장난이 아니기에 좋지 않은 시선은 분명히 있다.




영화 속에서 양인에 단면을 너무 잘 표현한 것 같아서 영화감독에 대해서 조금 알아봤다. 그랬더니 박현용 감독에 특이한 이력을 발견했다.



자전거로 미국 대륙을 횡단했다는 것이다. 하드코어 여행을 즐기는 감독에 모습에서 양인에 냄새가 살짝 느껴진다. 왠지 감독 내면에 모습을 둘째라는 캐릭터로 표현해 낸 것은 아닌가 싶다.


최근에 사주에 양인을 가진 몇 명 사람들에 부정적인 면을 지켜보고 나를 돌아보니 솔직히 내가 저런 모습이라면 사람들이 나를 싫어할 만하겠다 싶은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내 안에 모습이 영화 속에서 둘째라는 캐릭터로 표현이 되었는데 이걸 보고 시원하게 느낀 난 정말 뭔가 뇌구조가 이상하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자기 자신을 파괴시킬 만큼에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사람은 특별히 더 조심을 해야 한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사주 명식에 양인(羊刃)을 가진 사람에 부정적인 모습이 어떠할지 궁금하고, 유산 상속에 얽힌 가족 간 다툼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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