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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pr 23. 2021

소울 영화 리뷰

삶에 불꽃을 찾기 위한 솜사탕 같은 판타지 여행

소울 Soul(2020)

미국 애니메이션/판타지

107분, 전체관람가

감독: 피트 닥터, 켐프 파워스

주연: 제이미 폭스, 티나 페이

네티즌 평점: 8.7

- 다음 영화 참조 -


영화 제목이 소울이다. 소리내서 소울, 소울 말해보니 마치 서울, 서울과 발음이 비슷하다. Seoul과 Soul. 철자도 한 끗 차이다. 서울은 소울 영화가 안착하기에 최적에 도시인가? 이런 상상을 해본다.


애니메이션, SF 영화를 좋아하는 나에게 구미가 딱 맞는 작품이 나에게 다가왔다. 소울 영화를 보고 나니 와~ 감탄이 나왔다. 정말 완벽하다는 말이 연신 나온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저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오기 위한 몸부림에서 발견한 삶에 불꽃같은 이야기이다.


전 연령이 볼 수 있는 영화이지만 50살을 바라보는 중년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듬뿍 준다. 환상적인 그래픽으로 구현된 영상은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귀에는 멋진 음악으로 간질간질하다.


나는 어떻게 ‘나’로 태어나게 되었을까? 


지구에 오기 전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면?


이런 상상을 흥미롭게 풀어내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다가,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내 뇌는 찬물 샤워를 하게 된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안경을 쓴 ‘조’는 뉴욕에서 비정규직 특별활동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고 있다. 아이들과 악기 연주를 연습하는데 교장이 부른다. 정규직 음악선생이 되었다고 축하한다고 말이다. 이제 의료보험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조에 표정이 영 시원찮다.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는 재즈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게 꿈이다. 재즈를 사랑했던 아버지처럼. 하지만 기회가 여태 다가오지 않았다.


옷 수선 집을 운영하는 엄마에게 학교 정규직 선생이 되었다고 하니 엄마는 기뻐하면서 이제 재즈 연주에 대한 미련은 잊어버리라고 한다. 조는 선생이 되기로 약속하지만 마음이 찝찝하다.


그런데 예전에 학교에서 지도했던 제자로부터 뜻밖에 좋은 소식을 듣게 된다.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이다.


그런데 그날 일생에 큰일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져 버린다.


다시 살아나서 자기가 그토록 원했던 재즈 음악을 공연하고 싶다. 미치도록 억울한 조는 다시 지구로 가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이것저것 시도해도 여전히 제자리로 돌아온다. 


딱히 방법을 찾지 못하는 조에게 솔깃한 제안이 들려온다. 그것은 바로 지구 통행증을 발급받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는 탄생 전 영혼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 즉 영혼의 불꽃을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받아 지구로 갈 수 있다.


‘조’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영혼 ‘22’는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 되길 포기했고, 지구로 가서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나는 것을 거부한다. 자기는 지금 이곳이 좋다고 완강하게 버틴다.


하지만 큰 업적도 없고 심지어 초라하고 찌질해 보이는 인생을 산 것 같은 조가 지구에 가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에 22는 갑자기 흥미가 생긴다.


그래서 문윈드 해적 선장에 도움으로 조와 22 영혼은 지구에 오게 된다. 그런데 코마 상태로 병원에 있는 조에 병실로 왔지만, 황당하게 22 영혼은 조에 몸으로 들어가고, 조는 고양이 몸으로 들어간다.


여기서부터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22는 조의 몸을 빌려서 간접적으로 지구에서 삶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비록 고양이 몸이지만 꿈에 그리던 공연에서 연주하기 위해서 영혼 22를 도와준다. 중간에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웃기는 이야기들이 많이 펼쳐진다.


공연을 하러 가는 과정에서 처음 피자 냄새를 느끼고 맛보는 22는 뭔가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조에 제자의 트럼프 연주에 심취한다. 지하철에서 버스킹 하는 음악에도 감동을 받는다.


공연을 하기 위해서 이발소에서 헤어스타일을 만지고 있다. 그곳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22는 사탕을 맛보고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살아온 이발사의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다가 공연을 위해 갈아입고 온 양복에 엉덩이 부위가 쫘악 찢어진다. 가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옷 수선을 하는 엄마의 가게로 간다.


그전에는 엄마 마음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하얀 거짓말을 했는데 이제는 더는 물러설 수 없다. 엄마에게 내가 위험을 무릅쓰고 왜 지구에 다시 왔는지 설명해 준다. 


재즈는 자기 인생이고 꼭 이번 공연을 하고 싶다고 힘주어 말한다.


엄마는 아버지를 닮은 아들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가 입던 멋진 파란색 실크 양복을 내어준다. 이 옷을 입고 공연을 하라고 말이다.


엄마와 갈등도 사랑으로 화해를 하고 공연장으로 가게 되는 조와 22이다. 그런데 사라진 영혼인 조를 추적해온 존재의 에너지 테리는 조와 22를 잡아서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 돌아간다.


다시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돌아온 조는 어떻게든 다시 지구에 가서 공연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22가 영혼에 불꽃을 찾았다. 어느 지점에서 찾았는지는 모르겠는데 통행증이 생겼다.


지구에 생활이 마음에 드는 22는 조의 몸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자 조는 22에게 너는 목적이 없다고 비난을 하고 22는 검은 영혼이 사는 곳으로 빠져버린다. 22가 남긴 통행증으로 조는 지구에 다시 오게 된다.


그리고 꿈에 무대에서 멋진 피아노 공연을 해낸다. 관객석에서 박수가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엄마도 공연이 환상적이었다고 칭찬해 준다. 조는 자신이 너무나도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리고 재즈클럽을 나와 집으로 가는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든다. 자기가 그토록 원했던 꿈이었고 그것을 이루었는데 뭔가 특별함을 기대했는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오히려 매일 이렇게 공연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생긴다. 


조는 재즈 싱어 도로시아에게 자신은 이날만을 기다려왔고 뭔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고 토로해 보지만, 도로시아는 다음과 같은 한 물고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늙은 물고기에게 헤엄쳐가서 말했어. 
"바다를 찾고 있어요."

"바다?" 늙은 물고기가 말했지.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가 말했어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저는 바다를 원한다고요."

우중충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 조는 사색에 잠긴다. 자기가 행복했던 느낌이 언제였는지 떠올린다.


그러자 22와 함께 피자를 먹고, 사탕을 빨고, 이발소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길거리 음악을 듣고, 잠깐 쉬는 타이밍에 햇살에 부셔지며 떨어지는 나뭇잎을 멍~하니 쳐다볼 때, 그 순간이 행복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영혼에 불꽃을 찾았다. 갑자기 22가 생각나면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서 다시 22를 찾아서 내가 깨달은 사실을 알려주고 22를 지구에 생명으로 태어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22를 찾으러 갔는데 검은 괴물 영혼이 되어버렸다. 자신은 목적을 찾지 못했다고 비관하면서 어둠을 헤매고 있다. 어찌어찌 겨우 22를 잡아서 손에 그 나뭇잎을 쥐여준다.


그랬더니 22는 괴물에서 다시 예전 태어나기 전 영혼으로 바뀐다. 조는 22에게 통행증을 주면서 이제는 네가 지구에 갈 차례라고 이야기한다. 난 이미 살아봤다고 말이다. 이 장면은 정말 감동 그 자체이다.


22는 통행증을 가지고 지구로 날아간다. 그리고 조는 죽음에 계단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에너지 존재 제리가 찾아와서 자기들이 특별한 감동을 먹었다고 지구로 다시 갈 기회를 준다고 한다. 


지구에 가면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묻자 조는 잘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즐겁게 살 거라고 말한다.


조는 그렇게 다시 지구로 돌아와서 집 앞에 대문을 열면서 부서지는 햇살과 공기를 들이마시면서 하루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영화가 주는 파격적인 메시지에 놀랐다. 


일단 서양에서 가장 지배적인 사상은 기독교이다. 그 기독교에서 항상 강조하는 것은 목적이 있는 삶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개인에 재능을 살려서 재능을 꽃피워서 하나님을 기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목적의식을 강조하는 삶에 태도를 높이 사는 문화가 내가 이해한 서구 세계관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목적이 있는 그런 삶으로 인간은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은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창조주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 에너지, 존재 뭐 이런 단어로 정의되는 신적인 존재는 등장하지만 그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창조주와는 구별되게 나온다. 영화에 철학적 배경은 상당히 동양에 '기(氣)'와 맞닿아있는 것으로 느꼈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답보다는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에 더 초점을 두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밥을 먹을 때, 산책할 때, 하늘을 쳐다볼 때, 음악을 들을 때,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가족과 말다툼을 하는 순간순간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그 자체라는 것이다. 영혼의 불꽃은 목적성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사주명리학을 해석하는 방법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다. 하나는 이 사주팔자는 이런 미션을 가지고 왔으니 성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이런저런 방법으로 살아가라.


다른 하나는 주어진 사주팔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행복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영화 소울은 두 번째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목적 있는 삶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소중한 가치이다. 


하지만 모두가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도 반드시 터득해야 한다. 어쩌면 일상에서 행복을 깨닫는 사람이야말로 신에 영역에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영화도 재미있고 마지막에 해피하게 끝나는 장면도 맘에 들고 묵직한 메시지도 좋다. 어디 하나 흠을 찾기가 어렵다. 최고의 영화라고 말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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