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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pr 30. 2021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 리뷰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깨달은 찬실이가 만든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드라마/로맨스/멜로/판타지

96분, 전체관람가, 2020.11.26 개봉

감독: 김초희

주연: 강말금

네티즌 평점: 8.2

- 다음 영화 참조 -


윤여정 배우가 2021년 4월 26일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검색해보니 2020년 11월에 개봉한 '찬실이는 복도 많지'라는 영화를 알게 되었다.


이 영화는 마치 감독에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느낌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전부 영화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영화감독 이름은 김초희이다. 그녀는 유튜브 '다스뵈이다' 초대 손님으로 나왔다. 그녀는 홍삼수 감독과 계속 일을 했는데 그분이 김민희와 스캔들 문제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그 지점에서 영화가 출발했다고 한다. 그녀가 유머러스한 사람이라 그런가 영화도 곳곳에서 웃음이 묻어 나온다.


자신의 이야기를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었는데 의외로 공감이 가고 재미가 있다. 어찌 보면 개인의 이야기를 잘 녹여낸다면 사람들과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알게 해 주는 그런 영화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찬실이(강말금)는 영화감독 밑에서 일하는 PD이다. 그녀가 10년 동안 한 명의 감독 밑에서 일을 했었다. 그녀의 30대 모든 삶을 영화를 만드는 일에만 몰입했다. 영화에 미쳐서 영화 만드는 일만 하고 살았다.


감독이 새로운 영화를 찍기로 했고 이번에도 영화를 잘 촬영하고 흥행하길 바라는 고사를 지낸다. 그날 영화 관계자들은 술을 많이 마시면서 거하게 뒤풀이를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술자리에서 그 영화감독이 쓰러지게 된다. 결국 감독은 하늘나라로 갔고 영화는 무산되어버린다. 갑자기 찬실이는 일자리를 잃게 되어 다른 곳을 알아보지만 잘 풀리지 않는다.


감독이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죽다니 황당한 일이지만 실제로 그녀와 오랜 기간 일했던 홍상수 감독이 그런 스캔들이 날줄이야. 배경지식을 알게 되니 영화에 표현이 더 코믹하게 느껴진다.


찬실이는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그래서 언덕으로 걸어 올라가는 달동네 방 한 칸으로 이사를 가게 되고, 앞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니 답이 안 나온다.


나이 40에 연애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해서 남자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다. 일자리도 찾지 못해서 친하게 지내는 여배우 동생의 가사도우미를 하고 지낸다.



가사도우미를 하면서 만난 여배우의 불어 과외 선생, 그 남자 역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다. 그녀는 그 남자가 마음에 와닿는다. 5살 어리지만 우주에 시간을 감안하면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라며 그 사람을 좋아한다.


달동네에 이사 간 집에 할머니(윤여정)는 특정 방을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근데 알고 보니 이 방에는 장국영이 살고 있다. 그는 하얀 속옷을 입고 막 돌아다닌다. 그는 찬실이 눈에만 보이는 유령 같은 존재이다.



찬실이는 장국영과 자신의 속마음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된다. 이 영화에 재미있는 포인트가 바로 상상의 인물인 장국영 캐릭터이다. 어찌 보면 지루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 캐릭터를 만들어 내서 재미있게 버무려놓는다.


그녀는 불어 과외 선생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는 좋은 누나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까인 것이다. 그녀는 엄청 창피하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자신이 외로워서 누군가 기대고 싶었는데 그것을 사랑으로 착각한 것이다.


영화 만드는 일을 이제는 포기하려고 생각하는 찬실이에게 장국영은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라고 한다. 그녀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론을 찾는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영화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불어 과외 선생과는 친한 동생으로 지내자며 맘을 추스른다. 그리고 영화에 다시 매진하기로 생각을 정리한다. 이전에 같이 작업했던 배우, 스텝들과 함께 걸어가면서 차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장국영은 찬실이가 만든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오고 그는 기립 박수를 보낸다. 그렇게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 역시 이 영화에 손뼉을 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대사가 재미있다. 주인공이 말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웃기기도 하면서 솔직하게 다가온다. 자칫 지루할 만한 내용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었던 것은 찰진 대사가 아닌가 싶다.


어찌 보면 찬실의 삶이 현재 일하는 30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느낌도 든다. 예전과 달리 여성들이 일로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면서 살아가는 세대이다.


하지만 그런 여성에게 40살이 되면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가 있다. 열심히 일했지만 결과적으로 모아둔 돈도 없고 일을 한다고 남자를 사귈 여유도 없어 싱글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영화 속 마흔 살 찬실이 같은 여자들이 은근히 많이 있을 거다. 바로 외로움을 느낄 나이인 것이다. 게다가 자기가 올인하던 그 일마저 갑자기 변동이 생겼을 때 충격은 만만치가 않다.


영화에서는 찬실이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다시 찾으면서 희망을 갖는 모습이 그려진다. 감독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40대 일하는 싱글 여자에게 위기가 찾아온다면 이 영화가 공감이 많이 될 것이다.


주변에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라도 한 번쯤은 이런 위기와 고민이 왜 없을까? 찬실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지만 많은 여성들이 공감을 할 수 있어 위로가 된다. 그리고 그런 여성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역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찬실이는 사주 명리로 보면 어떤 캐릭터일까? 그녀는 양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장성살이나 제왕의 모습은 아닐까? 자신의 일에 30대를 통째로 집중하는 전문가의 모습이다. 가정을 꾸려서 자녀를 양육하는 그런 여성들과는 다른 길을 간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고 성취하고자 하는 욕망이 큰 것 같다. 그것이 어찌 보면 관성인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것으로 30대를 보낸 것은 아닌가 싶다.


자신만의 고집도 있고 신념도 있다. 동시에 영화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열심히 잘했다. 커리어 우먼으로 30대를 보내게 된 것이다.


앞으로 그녀가 40대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상상을 해보니 영화 분야에서 계속 일을 해서 성과를 내는 것,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 영화계에 한몫을 하는 것 등이 떠오른다.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보다는 일을 선택했던 30대, 그런데 문득 마흔에 외로움이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외로움 해결할 방법을 남자가 아닌 다시 영화 일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현실적으로 그녀가 40대 이후로 남자를 만날 확률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영화처럼 누나로 지낼 동생은 있지만 그녀와 같이 연애 감정을 나눌 현실적인 남자는 별로 없는 것이다.


사주명리학에서 음과 양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인생의 양에 기운은 영화에서 능력을 쌓은 것이다. 음에 기운은 그녀의 외로움을 같이 나눌 남자는 없는 것이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다는 것은 음양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만약에 커리어 우먼이 결혼을 했다고 가정하면, 직장에서 승승장구를 하는 삶을 산다면, 결혼 생활에서 알콩달콩 살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 여자는 관성의 기운을 직장에서 많이 사용하였기 때문에 집안에서 남편에게 내조를 잘하기란 쉽지 않다. 에너지에는 한계가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미용실 하는 여자는 일하지 않고 셔터만 내리는 남편이 있다는 이야기 들었다. 옛날에는 그런 남자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음양의 이치로 생각해 보면 여자가 사회에서 성공하게 되면 반대편 남편이라는 관성의 기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만약 남편이 사회적으로 잘 나간다면 보통 아내들은 가정에서 내조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것 또한 음양의 이치가 아닌가 싶다.


무엇을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음양의 이치와 어울리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남자도 원하고 일도 성공하고 싶다고 말이다. 당연히 가능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음양에 기운을 조절하는 어떤 힘의 작용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예상을 해야 할 것이다.


주인공 캐릭터가 재미있고 대사가 맛깔나서 자칫 심심할 뻔한 이야기를 잘~ 살린 그런 영화이다.


찬실이는 자신이 복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그녀가 깨달은 것이 있다. 그녀는 주어진 것에 감사하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즉, 그녀는 복이 많다는 것이다.


불혹의 나이에 그녀는 음양의 이치를 깨닫고 감사하는 삶을 살게 된다. 이 영화가 바로 그녀가 깨달은 이야기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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