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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May 07. 2021

하모니 영화 리뷰

감옥에 벽도, 편견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하모니

하모니(2009)

드라마 한국 2010.01.28 개봉

115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강대규

주연: 김윤진, 나문희

네티즌 평점: 9.1

- 다음 영화 참조 -


영화가 마치 최근에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부터 11년 전에 개봉했다고 한다. 왜 이제야 봤는지 싶은 찐한 감동과 재미가 있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딱 하루 바깥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어낸 여자 교도소 죄수들에 하모니 합창단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때 학교 합창단은 내 눈에 부러움에 대상이었다. 마침 노래 테스트 없이 모집하는 학년에 운이 좋게 참여를 했다. 그리고 작은 교회였지만 성가대 활동을 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약간 동경에 대상이 되는 것이 바로 합창단이다. 그런데 이 영화 속 합창단은 특별한 장소에 특별한 사람들로 모였다.


바로 청주 여자 교도소 안에서 죄수들이 결성한 합창단이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정혜(김윤진)가 아이를 출산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정혜 아들 민우는 이제 한 살이 되었다. 시끌벅적 돌잔치가 벌어진다. 그런데 축하를 해주는 사람들은 바로 감옥 안에서 같이 수감된 죄수들이다.


정혜는 남편에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살인하게 되어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녀는 임신한 채로 감옥에 들어왔다.


교도소 규칙에 따르면 아이는 18개월까지는 엄마와 함께 지낼 수 있지만 그 후로는 세상 밖에 가족들에게 보내져야 된다. 가족이 없는 정혜는 결국 입양을 보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그녀와 같은 방에 수감된 사형수 문옥(나문희)은 예전에 음대 교수였다. 그녀의 제자와 바람난 남편을 보고 화를 참지 못하고 자동차로 두 명을 죽여버리고 이곳에 왔다.


살인자에 딸이라는 운명을 쓰고 살아가는 문옥의 딸은 엄마와 인연을 끊고 지낸다. 그럼에도 문옥은 보고 싶은 딸에게 매주 편지를 적어서 보낸다.


정혜의 같은 방 식구 두 명도 살인을 저질렀다. 그리고 신참 20대 유미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죽인 죄로 들어왔다. 유미는 자살시도로 여러 번 하면서 극도로 불안한 반항적인 기질을 보인다.


살인죄로 한방을 쓰는 사람들에 사연들을 들어보니 하나같이 이해가 되는 측면이 많다. 죄수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억울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우연히 교도소에 공연 온 합창단 노랫소리에 빠져버린 정혜는 교도소에 합창단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저마다 아픈 사연을 가진 여자 죄수들을 모아서 합창단을 결성한다.


전직 음대 교수 문옥이 총지휘를 맡고, 반항아 유미는 전직 음대생 재능을 발휘하여 소프라노를 맡는다. 대략 20명에 단원들이 다 같이 연습을 하며, 6개월 후에 공연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문세에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노래를 춤과 함께 흥겹게 멋지게 공연을 마쳤다. 교도소장과 여러 죄수들에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이 노래를 듣는 동안은 정말 그곳이 교도소인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죄수인지? 그런 것은 잊게 된다. 오로지 하모니만 들려온다. 그 순간이 정말 신나고 감동이다.


음악에 힘이 바로 이런 것인가? 모든 조건을 초월하는 그런 힘을 느끼게 해 준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정혜는 담장 넘어 세상으로 1박 2일 특박을 가게 된다. 그런데 그날이 바로 자기 아들 민우를 입양 보내야 하는 가장 슬픈 날이다. 더 이상 아들 민우를 만날 수 없는 마지막 이별에 날이다.


정혜는 아들을 입양 보내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지만 곧 음악에 힘으로 일어난다. 교도소에 적극적인 지지로 합창단은 계속 연습을 하게 된다.


노래 실력이 소문이 나면서 합창단이 결성된 지 4년 후에 청주 예술에 전당에서 합창단 공연을 선보일 기회를 얻게 된다.


감옥이 아닌 세상 밖에서 하모니가 울려 퍼지는 공연을 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게다가 그날 가족들과 특별한 면회를 허용해 주기로 했다. 모두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공연 날, 죄수복이 아닌 실크 느낌에 하얀색 드레스로 갈아입고 준비를 하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난다. 마침 경찰서장의 부인이 화장실에서 반지를 잃어버렸는데 그 범인을 청주 여자 교도소 합창단으로 단정 짓는다.


경찰들은 치욕적인 말을 서슴없이 내뱉고 대대적인 알몸 수색을 한다. 이 사건으로 공연은 취소가 되어버린다. 죄수들에 인권이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자 교도소장은 반지를 죄수들이 훔쳤다면 자기가 책임지겠다면서 공연은 취소하지 말라고 명령을 내린다. 급작스럽게 사건은 수습되고 결국 합창단은 공연 무대에 정상적으로 올라가게 된다.


잠시 후, 그리그에 '솔베이지의 노래'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영혼을 울리는 아름다운 하모니에 관객들은 눈물을 글썽인다. 정말 이 영화는 아름다운 노래까지 감동적으로 선사해 준다.


그리고 갑자기 공연장에 불이 꺼지고 작은 촛불을 든 꼬마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이들과 한 명씩 손을 잡고 합창단과 같이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정혜와 손을 잡은 아이는 정혜가 입양 보낸 바로 민우이다. 눈물을 흘리면서 감격에 노래를 부르는 민우 엄마 정혜이다.


공연이 끝나고 정혜는 민우와 가슴이 찢어지는 짧은 만남에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다시 헤어지는 엄마와 아들이다.


영화는 눈물이 마르지 않게 계속 감동이 전해진다. 정말 울지 않는 장면이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다시 교도소 일상으로 돌아온 지휘자 문옥이다. 그녀에게 특별한 면회가 잡혔다. 평생 딸이 등을 돌렸는데 딸 집으로 면회를 가게 된다.


딸과 사위는 문옥에게 절을 하고 딸이 차려준 밥상을 받고 맛나게 음식을 먹고 웃음을 짓고 있는 문옥이다.


다음날 교도소로 돌아온 문옥은 같은 방 죄수들에게 더 이상에 소원은 없다고 미소 지으면서 말한다. 그런데 갑자기 또 다른 면회가 있다고 간수들이 찾아왔다.


그동안 집행되지 않았던 사형이 다시 집행되는 날이다.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감방 식구들은 오열하며 '찔레꽃' 노래를 불러준다.


문옥은 간수들과 평소에는 전혀 가지 않았던 길로 걸어간다. 그리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 울고 웃어서 그런가 정말 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평소에 접하지 못한 아름다운 음악까지 듣고 감상하니 감동 그 자체였다.


재미와 감동에 눈물, 거기에다가 영화에 담긴 메시지까지 좋았던 그런 영화이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가진 위력이 이런 것이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누가 부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장소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모든 것을 뛰어넘는 것이다. 감옥에 벽도, 편견도,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다.


청주교도소 합창단이 부른 그 음악은 하나에 우주라는 생각이 든다. 그 우주 안에 사람들이 하모니를 이루고 사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비록 지금은 감옥이라는 장소에 있을지라도 하모니는 절대 깨어지지 않는다.


내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내 영혼에 하모니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무슨 죄를 지었어도 영혼에 주파수는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을 일깨워주는 것이 이 영화에서는 바로 음악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알려주는 이 영화는 과한 칭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사주명리학에서도 음양오행에 균형과 조화를 강조한다. 바로 음양오행에 하모니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개개인에 사주를 들여다보면 음양오행이 조화롭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 모두가 넘치거나 부족한 기운들 투성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의 기운에 조화를 이루어줄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깝게는 연인, 부부에 인연이다. 좀 더 나아가서는 가족이다. 가족 외에도 친구, 소모임, 직장, 공동체, 사회, 국가가 있다.


여성 합창단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구성된다. 우리들도 하모니를 이루기 위해서 누군가는 소프라노를, 누군가는 알토 역할을 맡아야 한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그 역할에 충실하면 우리는 하모니를 이루는 가정과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사주팔자를 들여다보면 내가 가정에서 어떤 역할을 잘하는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그 결핍을 배우자와 자녀가 어떻게 채워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서로 보듬어주고 챙겨주고 이해해 주고 살아가게 된다. 하모니를 이루어 주는 가족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 가족은 아름다운 웃음소리를 연주할 것이다.


우주 안에 초월적인 존재, 즉 영혼은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존재는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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