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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May 14. 2021

늑대 아이 영화 리뷰

내 선택을 기꺼이 기뻐하며 책임지는 엄마

늑대 아이(2012)

일본, 2012.09.13 개봉,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판타지/로맨스/멜로, 117분,

감독: 호소다 마모루

주연: 미야자키 아오이

네티즌 평점: 9.0

- 다음 영화 참조 -


이 영화를 보고 엄마와 딸이 함께 울었다는 블로그 글을 보고 궁금해서 영화를 찾아봤다.


늑대 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에서는 맘껏 펼쳐낼 수 있다.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이야기이다. 


늑대와 사랑에 빠진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 현실에서는 늑대를 만나기도 힘든데, 늑대랑 사랑을 해서 아이를 두 명 낳는다. 


어찌 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너무나도 설득력이 있는 내용이라 마치 내가 늑대 남편과 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정도이다.


늑대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주의하세요.


평범한 여대생 하나는 강의실에서 우연히 구석에서 혼자 공부하는 남자에게 눈길이 갑니다. 왠지 보통 남학생들과 다른 분위기에 끌립니다. 


하나는 그에게 말을 겁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는 이 학교 학생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나는 수업 교재를 공유하면서 그가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둘은 곧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꼭 할 말이 있다고 고백을 합니다. 사람에 모습에서 늑대로 변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늑대 인간이라는 겁니다.


하나가 사랑하게 된 남자는 바로 늑대 인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늑대 인간이라도 괜찮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은 함께 살림을 차리고 동거를 합니다. 그리고 눈 내리는 날에 여자 늑대아이 유키가 태어납니다. 


그리고 둘째를 임신했습니다. 그런데 유키 아빠가 갑자기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는 개천에서 늑대의 모습으로 발견되어 쓰레기차에 실려갑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하나는 오열합니다. 하지만 곧 그녀는 비 내리는 날 남자 늑대아이 아메를 낳습니다.


혼자서 두 아이를 도시에서 키웁니다. 늑대아이들은 흥분하면 귀가 쫑긋! 꼬리가 쏘옥! 늑대로 변신합니다. 도저히 도시에서는 아이들을 키우기에는 버거운 일들이 마구 일어납니다.



하나는 언제나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 죽은 남편에게 물어봅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시골 중에 시골로 들어갑니다.


시골 빈집을 잘 가꾸고 밭에 농사를 지어서 두 아이를 키웁니다. 처음에는 정착하는 데 고생을 했지만 하나에 긍정적인 모습에 마을 사람들도 도와주고 잘 적응하게 됩니다. 



특히 아이들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 만족하는 일상을 누립니다. 유키는 활발한 성격에 수시로 늑대로 변신하고 온갖 벌레를 잡고 장난을 치면서 지냅니다. 반면 동생 아메는 수줍음을 타지만 드넓은 자연환경에서 편안함을 발견합니다.


하얀 눈이 펑펑 오는 날이면, 하나와 아이들은 산속으로 올라가, 눈 위에 뒹굴면서 신나게 뛰어놉니다. 엄마와 두 아이가 함께 눈밭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골에서 행복한 일상이 지나갑니다. 어느 날 유키는 동네 아주머니들한테 들은 학교라는 공간에 가고 싶어 안달이 납니다.


엄마는 늑대로 변신하면 안 된다는 약속을 받고 학교 입학을 허락해 줍니다. 늑대로 변하지 않는 주문도 알려줍니다. 유키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냅니다.


자기 성향이 다른 친구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내 발견하지만 친구들 행동을 따라 하면서 잘 적응합니다. 그런 딸이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이쁜 원피스도 만들어줍니다. 그렇게 유키는 늑대의 모습보다는 사람에 모습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반면 아메는 자연에서 뛰어놀면서 웅장한 대자연에 심취합니다. 그리고 문득 발견된 사냥 본능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산속에서 사냥을 하고 뛰어놀면서 지냅니다. 학교에 가는 것보다 오히려 산에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산에는 늙은 여우가 아메에게 이런저런 숲속 법칙을 알려줍니다. 아메는 여우로부터 산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게 됩니다. 


어느 날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는 태풍이 찾아옵니다. 비바람에 쓰러진 나무 밑에서 늙은 여우가 죽은 채 발견됩니다.


아메는 자신이 늙은 여우가 했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산으로 가겠다고 엄마에게 말을 합니다. 그때 아메가 10살입니다.


세찬 비바람이 부는 날 아메는 산으로 완전히 들어갑니다. 하나는 엄마로서 느낌이 옵니다. 더 이상 아들을 볼 수 없을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아메를 찾아서 계속 산을 헤맵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됩니다. 목 놓아 아들 이름을 불러보지만 보이지가 않습니다. 그렇게 길을 헤매다가 비탈길에서 떨어져 기절을 합니다.


그때 항상 보고 싶었던 늑대 인간 남편이 나타납니다. 남편은 아메는 이제 자신에 길을 찾아서 독립했다고 합니다. 다 컸다고 말입니다.


쓰러진 엄마를 아메가 발견하고 산 아래 학교 운동장에 모셔다 줍니다. 그리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는 아메. 그때 마침 엄마가 눈을 뜨고 아메를 쳐다보면서 울면서 말합니다.


엄만 너한테 아무 해준 게 없는데


하지만 비가 온 뒤, 하늘이 밝아지고, 찬란하게 태양이 등장합니다. 높은 산에 올라가는 아메의 멋진 포스를 발견한 하나도 곧 아메에 새로운 삶을 응원합니다.


그렇게 하나는 아들을 산으로 보내고 딸은 중학생이 되어 기숙사가 딸린 학교로 떠나보냅니다. 두 아이를 다 독립시킨 하나는 시골집에서 다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엄마가 아들을 떠나보내는 장면에서 눈물샘이 자극되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 감정선을 잘 건들었다는 느낌이다. 사랑하는 자식을 갑자기 떠나보내는 이별에 마음을 감동적으로 잘 그려냈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평점을 보다가 댓글 하나를 발견했다. 늑대 아이도 화를 내지 않고 잘 키우는 엄마를 보면서, 사람 아이를 키우는데 화를 낸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고 적혀있었다.


영화 속 하나는 늑대아이를 키우는데도 짜증을 내거나 불만을 토로하거나 화를 내는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매번 웃으면서 성실하게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간다.


늑대아이를 키우면 남들보다 분명히 힘들고 괴로운 일이 많은데 하나는 전혀 그런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왜 하필 사람과 늑대 인간과의 만남일까? 하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늑대 인간을 사랑했다. 남들이 보면 무모하고 어리석은 듯한 그녀의 특별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사랑에 대해서 책임을 지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늑대 사람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무의식에 존재하는 좀비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어찌할 수 없는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어린 시절에 형성이 된 상처이든, 유전적으로 형성이 된 기질이든, 생존하면서 만들어낸 무의식이든, 숨기고픈 그러나 타인에게는 위험하게 보일 수 있는 것 말이다.


하나는 남편을 만났을 때, 남들이 두려워하는 늑대 인간에 모습을 보았고 그것을 인정했다. 그리고 사랑에 빠졌고 아이들을 낳았다.


자신에 선택에 대해 인정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두 아이를 잘 키우는 것으로 증명하고 싶어 한 거 아닐까 싶다. 그래서 힘든 상황에서도 기꺼이 웃으면서 양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애할 때 분명히 상대방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게 된다. 하지만 눈에 콩깍지가 씌어서 나쁜 점도 좋게 해석한다. 그러다가 결혼하면 나쁜 점은 나쁜 점이 되어버린다. 어쩔 때는 좋은 점마저도 나쁜 점이 되어버린다.


하나는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한 사후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녀는 콩깍지가 끝까지 벗겨지지 않는 상태로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콩깍지가 벗겨지기 전에 남편이 하늘나라로 가버렸기에.


그 무엇이든 그녀가 선택한 삶은 많은 이들에게 강력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늑대 인간을 선택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명백한 사실을 일깨워주고 그 선택에 대한 보증기간이 늑대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녀가 도시에서 시골로 환경을 바꾼 것은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녀가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주변 상황을 디자인한 것이다. 


시골에서 누리는 다양한 혜택이 그녀와 아이들에게 커다란 기쁨이자, 자기들에 길을 찾아 독립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아이들을 위해서 무모해 보이는 선택을 하는 그녀의 용기를 닮고 싶다. 그녀는 용감하기에 늑대 인간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남들이 봤을 때 무난하고 안전하지 않을 것 같은 결혼을 선택하여 자녀를 낳아서 가정을 꾸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와 같이 용기 있는 사람인 것이다.


상황이 다 갖추어진 상태로 결혼하길 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거 같다. 안전한 길을 선택하려고 한다. 상대방에 직업이 좋고 집이 있으며 성격이 좋은 사람을 원한다. 이런 청년에게 하나같이 용기 있는 사랑을 하라고 말한다면 오지랖인가 싶다.




이 영화는 두 명에 늑대 아이가 등장한다. 딸 유키, 아들 아메. 딸은 어릴 때 늑대에 본능에 충실한 듯 보이다가 사람에 길을 선택한다. 반면 아들은 내성적인 성향을 보이다가 늑대에 본성을 발견하고 산으로 들어간다.


유키는 자신에 늑대 본능보다는 학교 학생들처럼 사람으로 사는 것을 선호했고, 아들은 늑대에 본성을 깨달은 뒤로는 학교생활은 관심이 없다.


사람들에 성향도 크게 이렇게 나눠지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는 것과, 타인과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 이렇게 말이다.


예를 들면 음식을 먹을 때도 남들이 먹는 게 맛있어 보이는 사람이 있고, 남들이 비싼 랍스터를 먹든 상관없이 내가 먹고 싶은 묵은지에만 집중하는 사람이 있다.


사주명리학에서 보자면 식신 상관이 있는데, 딸은 상관에 길을 간 것 같고, 아들은 식신에 길을 간 것 같다.


식신과 상관은 둘 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상관은 외부에 자극이 들어온 것에 대해서 반응하면서 자신에 생각과 감정, 행동을 드러내는 것이다. 반면 식신은 외부에 자극과는 무관하게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표현한다.


영화 속에서는 딸과 아들이 각자 자신에 길을 찾아가지만 다른 길을 간다. 자기 본능에 충실한 식신에 길과 외부와 교감하고 소통하며 주변 환경에 맞추어 살아가는 상관에 길.


내 사주팔자를 들여다보면 식신과 상관이 하나씩 있다. 젊은 시절에는 상관에 길을 걸었다. 시대가 요구하는 IT 기술을 구현하는 IT 개발자로의 삶을 살았다. 40대 후반에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내면에 이야기를 적는 글쓰기에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삶이든, 타인이 좋아하는 길을 선택하는 삶이든 늑대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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