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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언니 수니 May 22. 2021

세자매 영화 리뷰

가족에 뿌리가 그만큼 무섭고 세다

세자매(2020)

2021.01.27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드라마, 115분

감독: 이승원

주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네티즌 평점: 8.9

- 다음 영화 참조 -


제목에서 끌린다. 나 역시 세 자매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약간에 지루함과 답답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끝까지 영화를 보고 나면 그 모든 것은 한 번에 싹 이해가 되어버린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어디에선가 진행이 되고 있을 수도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할 그런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어두운 일상을 보내고 있는 세 자매가 아버지 생일날, 자신에 불행한 삶에 울분을 토하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철저하게 세 자매에 현실에 비루한 삶에 초점을 둔다. 그 일상을 쫓아간다. 어찌 보면 왜 그렇게 살고 있는가 묻고 싶은 지경이다.


그런데 그녀에 삶에 뿌리를 보고 나면 이해가 되고 그런 삶을 사는 그녀에게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알게 해 준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


서로 사느라 바빠서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아버지 생일을 맞이하여 전화 통화를 하게 되는 세 자매이다.


세 자매 첫째 희숙


겉으로는 항상 괜찮은 척하는 첫째 희숙(김선영). 그녀는 작은 꽃 가게를 운영하지만 벌이가 그저 그렇다.


남편이 있는데 거의 집에 오지 않고 가끔 돈을 챙기러만 온다. 딸이 한 명 있는데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문신과 복장이 록 음악 하는 로커처럼 보인다. 엄마에게 항상 불만이고 반항하는 딸이다.


그녀는 최근에 병원에 갔다 왔는데 암에 걸렸다고 한다. 근데 암 말기로 얼마 시간이 남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녀는 가족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그저 그것을 혼자서 끌어안고 산다.


가끔은 자신에 팔목을 장미 가시로 그으면서 자해를 한다. 미련할 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는 친절하지만 정작 본인은 챙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꽃 가게에 손님이 찾아왔는데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의자에 앉아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암이라서 그렇다고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이야기를 건넨다. 그러자 손님도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가버린다.


그녀가 항상 하는 말 “내가 미안하다”


자기 잘못도 아닌데 맨날 그렇게 말한다. 속은 섞어가는데 맨날 괜찮다고 이야기하지만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녀에 딸은 엄마가 싫어서 더는 집에 머물고 싶지 않다. 집을 나가려고 짐을 꾸리는데 희숙이 말린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 암이야,
혼자 있으면 무섭고 겁이 난다




세 자매 둘째 미연


겉보기엔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둘째 미연(문소리). 그녀는 대형교회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디. 좋은 집에 교수 남편과 아들과 딸 오붓하게 살고 있다.


교회에서 맡은 바 일에 책임감이 강하고 아이들에게 음악교육도 시키면서 엄마 역할에 충실하다. 저녁밥은 항상 가족이 같이 먹으며 식사 전에 하나님께 기도를 한다.


하지만 기도 시간이 마치 벌 받는 시간 같은 느낌이다. 기도하기 싫어하는 딸에게 사탄 어쩌고 하면서 윽박지른다. 그녀에 단호한 신앙심에 아들도 딸도 남편도 눈치 보기 바쁘다.


믿음이 두텁고 바른생활을 하는 모습으로 비치는 그녀는 자신에 삶을 가족 모두에게 강요한다. 그러다 보니 남편은 그런 아내가 답답하다.


어느 날, 성가대 소프라노 여성은 애인이 사줬다면서 이쁜 반지를 끼고, 미연네 집 기도 모임에 참석하게 된다. 뭔가 남편에 수상한 행동에 그녀는 눈치를 챘다. 남편이 바람이 난 것 같다.


하지만 아직은 증거가 없다. 조용히 남편을 지켜보는데, 드디어 교회에서 남편과 그 여자에 애정행각을 목격하게 된다.


미연은 기도회 모임 참석한 남편 애인에게 모두들 잠든 시간 조용히 옆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베개를 얼굴에 덮은 후에 주먹으로 그 여자에 눈을 갈긴다. 그리고 조용히 귓속말로 그 반지 제자리에 돌려놓으라고 한다.


남편 애인은 아프다고 일찍 일어나서 가는데 미연은 몸조리 잘하라고 소프라노가 몸 관리 잘해야지라고 챙겨주듯이 말한다.


그리고 항상 그녀가 다른 사람들에게 건네는 그 말을 덧붙인다. 뭔가 소름이 돋는다.


하나님께 기도하자,
나도 널 위해 기도할게


등골이 오싹하지만 차분하게 남편에 바람 사건을 정리한 미연은 그 반지를 남편이 보이는 화장대에 올려둔다.


남편이 그 반지를 발견하고 차라리 욕을 하라고 하면서 집을 나가버린다. 연락을 하지 말라는 쪽지를 남기고 말이다.


미연은 남편이 근무하는 대학교에 찾아가서 이야기를 나눈다. 남편이 미연에게 이혼을 요구하자 그전에 빌려 간 돈을 다 갚으면 이혼해 준다고 속삭인다. 그리고 차분하게 경고에 말을 뱉는다.


이혼도 돈이 있어야
하는 거야, 알아?
이 발정 난 개새끼야,
아빠로서 애들한테 전화는
잊지 말고
하루에 한 번씩 해"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과 똑소리 나게 교회 일을 잘하는 신앙심 깊은 미연이지만 그녀에 속은 이미 속이 아니다.




세 자매 셋째 미옥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인데 지금 슬럼프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히스테리를 남편에게 푼다. 그렇지만 남편은 한결같이 그녀를 위해주고 챙겨준다.


그녀는 노랗게 머리를 염색하고 집에는 지저분하게 옷들이 쌓여있다. 그녀는 야채 도매상을 하는 남편이랑 결혼했는데 전부인 아들 한 명을 데리고 왔다.


그 아들은 엄마 같지 않은 미옥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는다. 미옥도 공부하는 아들에게 공부보다 재미있는 다른 것을 하라고 바람을 넣는다.


미옥은 둘째 언니가 보고 싶다고 언니가 다니는 교회에 불쑥 찾아간다. 새우깡을 먹으면서 언니를 기다리는데 목사님이 누구나고 물어본다. 성가대 지휘자 동생이라면서 "새우깡 드실래요" 하면서 새우깡을 손에 쥐여준다.


미연은 그런 여동생이 창피하다. 아무튼 미옥은 언니에게 아버지 생일날 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옛날 추억 이야기를 꺼낸다. 예전에 같이 멍게비빔밥 먹던 그곳이 생각난다고.


미연은 아들에 카톡을 우연히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가 아닌 친엄마랑 같이 학교에 상담받으러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기 새엄마는 돌아이라고 하면서 같이 가기 창피하다고 말이다.


그러자 미연은 아들 학교 교무실에 찾아간다. 마침 미리 온 아들 친엄마가 상담을 마치려는 중이다. 미연은 자기도 아들 때문에 왔다면서 상담해달라고 한다. 그러자 상황이 난처한 선생은 다음에 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연은 나도 엄마라고 나도 상담받고 싶다고 소리 외치면서 난리를 피운다. 아들 친엄마와도 서로 언성이 오가면서 장난 아니다.


그렇게 미연은 집으로 돌아와서 엄마 노릇을 하겠다면서 밥을 차려서 식탁에 다 같이 모여있다. 앞으로는 저녁은 같이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시나리오 작가도 잘하고 싶고 엄마 노릇도 잘하고 싶고 남편에게도 잘하고 싶지만 자기 충동적인 면 때문에 뭐 하나도 제대로 되질 않고 우울해서 짜증만 쌓여가는 중이다. 그녀가 매번 내뱉은 말이 있다.


나는 쓰레기야




세 자매에 과거 가족 이야기


세 자매가 아버지 생일을 맞이하여 오래간만에 모여서 고향집으로 내려가고 있다. 부모 집을 찾아가지 전, 옛날 기억이 떠오르는 작은 슈퍼마켓 간판이 보인다. 그리고 과거 속으로 빠져든다.


8살 둘째와 6살 셋째는 한겨울 내복만 입고 맨발로 슈퍼마켓에 들어온다. 그 슈퍼 안에는 가게 아줌마와 아저씨 두 명이 술을 마시는 중이다. 왜 이런 옷차림으로 집을 나왔냐고 물어본다.


셋째는 아버지가 큰언니와 막내 남동생을 때리고 있다고 자신들은 피해서 왔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예전에는 엄마를 때렸는데 요새는 큰언니와 남동생을 때린다고 말이다.


둘째가 아저씨들에게 신고를 좀 해달라고 하지만 너희 아버지를 감옥에 넣으려고 하느냐고 혼내면서 얼른 집에 가서 아버지한테 잘못했다고 빌라고 말한다.


둘째와 셋째는 다시 집으로 걸어가는데 멀리서 큰언니와 남동생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큰언니는 얼굴이 멍이 들고 머리가 헝클어져 있다. 남동생의 등에는 선명한 여러 개의 회초리 자국이 보인다.




아픈 뿌리가 현실에 드러나는 이야기


드디어 세 자매 식구들과 손님들은 식당에 다 같이 모여있다. 그 자리에는 아버지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도 같이 있다.


아버지 생일 축하 기도를 목사님이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세 자매 남동생이 아버지 얼굴에 대고 의도적으로 오줌을 싸 버린다. 황당하고 기가 막힌다.


갑자기 난장판이 된 생일 축하 자리에 모인 손님들은 모두 나가버린다.


막내 남동생에게 뭐 하는 짓이냐고 몸으로 말리는 미옥이다. 그러자 큰언니 희숙이 미옥을 말리면서 남동생을 감싼다. 그러자 엉겨 붙고 난리다.


아버지와 엄마는 목사에게 죄송하다고 연신 인사를 하고 있다.


첫째 희숙은 목사님 이쪽에 음식은 오줌이 안 묻었으니 마저 먹고 가라고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소리치며 잡채를 먹으면서 울부짖는다.


그러자 희숙 딸이 엄마는 암에 걸렸다면서 얼마 살 날이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점점 아수라장으로 흘러가는 가족들이다.


급기야 둘째 미연은 아버지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억눌렸던 말을 눈에 힘을 주고 말한다.



아버지 사과하세요
얼른 사과하세요


이렇게 아버지 생일날 망가진 것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자식들 인생을 망가지게 만든 그 원인은 바로 당신, 아버지이기에 사과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자신에 머리를 유리창에 "쿵" 하고 찍어 내린다. 머리에서 붉은 피가 흐른다. 그렇게 비참하게 생일잔치는 끝나버린다.


세 자매는 예전에 같이 먹었던 멍게비빔밥 집을 찾으러 바닷가에 나왔다. 세명이 바닷가를 구경하며 웃음을 지으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각자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던 세 자매는 아버지 생일을 맞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다. 그곳에서 자매들은 폭발한다.


내 부모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으로 어린 시절 몸과 영혼이 파괴되었지만 어른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세 자매. 그들에 현실에 삶을 들여다보면 왜 저렇게 사나 싶은 구석들이 많지만, 그들에게는 치유받지 못한 큰 상처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알고 보면 영화 속 이야기 만이 아니고 나와 남편 이야기이기도 하다. 남편은 가정폭력에 노출되었고 난 가정불화에 노출된 환경에서 자랐다.


좋은 부모만 세상에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다만 그 상처를 치유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고 여전히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 '똥파리'도 같은 가정폭력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똥파리는 가정폭력의 세습에 대한 잔인한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세 자매는 폭력에 노출된 환경에 무너진 어른들의 현실에 삶을 더 리얼하게 그려냈다.


가정폭력은 내면에 씨앗으로 심어진다. 그 씨앗이 마음에 자리 잡게 되면 부정적인 환경을 밑거름으로 자라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가정폭력이 지속될수록 그 씨앗은 더 크게 자라서 나중에는 몸과 마음을 덮치는 괴물로 변해버리는 거 같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먹먹하면서 슬프다. 나와 같은 딸들이 겪어야 했던 비밀스럽게 일어난 가정폭력, 그것으로 인해서 얼마나 삶에 고통을 겪고 살았을지 아린 마음이다.


영화처럼 참고 살다가 폭발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생각은 든다. 더 이상 상처에 소금을 뿌리지는 말고 나을 때까지 좀 더 기다려주자.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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