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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May 28. 2021

눈길 영화 리뷰

잊지 않겠습니다!

눈길(2015)

드라마 한국 2017.03.01 개봉

122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이나정

주연: 김영옥, 김향기, 김새론

네티즌 평점: 8.9

- 다음 영화 참조 -


KBS 2부작 특별 드라마로 제작된 것을 영화로 개봉했다. 역사의 아픔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엮은 영화나 드라마는 많다. 이 영화는 그중에서도 돋보인다고 말하고 싶다.


1944년 일제 식민지 시절에 위안부로 끌려간 두 소녀의 이야기가 내 친구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절에서 먹는 공양처럼 고기나 자극적인 향신료가 하나 없이도 맛깔스러운 그런 느낌이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현대를 살아가는 위안부 할머니의 1944년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 아픔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하는가를 영화 속 두 소녀가 나에게 눈물로 알려준다.



뜨개질로 생업을 해결하며 홀로 살아가는 종분이 할머니(김영옥), 그녀는 반지하 빌라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옆집에는 혼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격하게 보내는 불량소녀 은수(조수향)가 살고 있다. 종분이 할머니는 옆집 은수가 눈에 밟힌다.


안 좋은 꿈을 꾸었는지 종분이 할머니는 갑자기 놀라서 일어난다. 방에는 소녀 영애(김새론)가 앉아있다. 그 소녀는 절대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1944년 일제강점기 시대로 배경이 바뀌고 할머니 종분이는 소녀로 변했다. 그녀는 엄마 심부름으로 부잣집 영애네 집으로 간다.


씩씩하지만 가난한 집 큰딸인 종분이는 영애가 부럽다. 부잣집 막내 이쁜 딸에 공부도 잘한다. 동경하는 영애는 일본으로 공부하러 간다고 한다. 종분이도 엄마에게 일본으로 공부 보내달라고 조른다.


어느 날 갑자기 일본군에게 납치된 종분이는 낯선 기차 안에 있다. 그런데 일본으로 유학 간 줄 알았던 영애가 그곳에 있는 것이다. 종분과 영애는 자기 또래 여자아이들이 가득 찬 열차 안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녀들이 도착한 곳에서 지옥 같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 매일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지옥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집에 돌아갈 거라 다짐하는 종분이다. 그런 종분이를 비웃는 영애는 이 끔찍한 현실을 끝내기 위해 위험한 결심을 한다.


영애를 살리기 위해서 종분이가 끝까지 몸부림을 치며 막았다. 다행히 영애는 죽음 앞에서 살아났다. 종분이는 영애에게 한글을 알려달라고 말하고 둘이는 글 읽기를 하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간다.



어느 날 전쟁에서 불리해진 일본군들이 위안부 소녀들에게 간호사 복장으로 입으라고 명령한다. 위안부가 아닌 간호지원 소녀들로 위장하여 증거자료를 남기려고 하는 것이다.


강제로 사진을 찍고 그날 저녁에 위안부 소녀들을 평소 가지 않는 장소로 유인한다. 그리고 갑자기 총을 겨누어 소녀들에게 마구 쏘아댄다. 친구들이 피를 흘리면서 바닥에 쓰러진다. 그 아수라장 속에서 종분이와 영애는 살기 위해서 도망친다.


둘이는 겨울 숲 속에 하얀 눈길을 걸어가고 있다. 살아서 고향에 엄마를 만나러 가자 이야기한다. 그런데 영애는 도망 중에 이미 총을 맞았다. 그녀의 가슴에서는 피가 새어 나오고 하얀 눈길에 피가 얼룩진다.


영애는 종분에게 먼저 가라고 이야기한다. 자기는 좀 쉬었다가 간다고 하면서. 그러자 종분이는 영애에게 이렇게 말한다.


난 한 번도
혼자라 생각해 본 적 없다. 
네가 살아야 내도 산다.


결국 도망가는 그 눈길에서 영애는 눈을 감고 만다. 종분이는 이제 혼자가 되었다. 그녀는 계속 걸어서 어느 집을 발견하게 되고 무사히 살았다. 고향집으로 찾아갔으나 엄마도 남동생도 없다.


해방 후에 그녀는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 있다. 이름과 주소를 말해야 하는데 영애 이름과 주소를 말한다. 그렇게 종분이는 영애의 이름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


현실로 돌아온 종분이는 경찰서에 끌려간 옆집 불량소녀 은수를 도와주게 된다. 늦은 밤, 계단에 앉아서 종분이는 은수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해준다. 은수는 할머니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할머니 종분이는 이제는 소녀 영애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에게 부탁해서 법적으로 서류를 정리한다. 이제 영애에서 종분이로 돌아왔다.


그리고 영애와 마음속에서 이별을 하기 위해서 숲 속 눈길을 걷고 있다. 그때 과거와 현재가 겹치면서 할머니는 소녀 영애와 마지막 대화를 한다. 그리고 영화는 아래와 같은 문장을 보여주며 막을 내린다.


2017년 1월 1일 현재,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신
239분 할머니 중 199분이 돌아가시고,
이제는 40분 만이 생존해 계십니다.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고
떠나신 수많은 피해자분들과
지금도 전쟁과 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눈물이 계속 흐른다. 77년 전 종분이와 영애처럼 지옥 같은 삶을 살다가 돌아가신 우리들의 할머니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2021년 5월 현재는 생존자는 단 14명이라고 한다. 역사적인 아픈 사실을 담담하게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어도 충분히 상상이 되게끔 잘 만들었다.


부잣집 영애에게는 자상한 오빠가 있다. 그 오빠는 종분이를 좋아했는데 그게 못마땅했던 영애이다. 그런데 그녀가 죽기 전에 종분이에게 살아서 고향으로 가면 오빠에게 시집가도 된다고 허락해 준다. 그러자 종분이는 자기는 그럴 수 없다고 대답한다.


이 짧은 대화가 젤 와닿으면서 맘에 걸린다. 어린 소녀들의 평범한 삶과 영혼을 밟아버린 일본 제국주의 시절 그들의 만행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부잣집 막내딸 영애와 가난한 집 큰딸 종분이. 둘은 너무 다른 환경으로 태어났다. 영애는 얼굴도 이쁘고 부모님 사랑도 듬뿍 받고 오빠도 애틋하게 잘 대해준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해서 항상 눈에 띈다.


반면에 종분이는 가난한 집에서 엄마의 일을 도와주면서 살고 있다. 집에 혼자만 공부하는 어린 남동생을 돌보아야 한다. 자신도 영애처럼 공부를 하고 싶지만 엄마는 허락해 주지 않는다.


종분이는 열악한 삶으로 태어나 자랐기에 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을 하면서도 오기를 가지고 살았다. 그래서 엄마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버티며 살아간다.


하지만 좋은 환경이 주어졌던 영애는 지옥 같은 이 생활이 미쳐버릴 것 같다.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다. 자신이 누렸던 삶과 너무나도 괴리감이 있다. 그러다 보니 삶에 대한 애착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려고 시도를 한다.


어찌 보면 내가 좋은 환경에서 잘 지내는 것은 어려운 시기에 대한 생존 면역력을 떨어뜨려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열악한 환경일수록 어떤 사람들에게는 더 강한 생존 에너지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것이 마냥 좋은 것이 아니고 나쁜 것이 마냥 나쁜 것이 아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주명리학에서는 음양의 이치가 있다.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가면 다시 낮이 온다.


흔히 말하는 사주에서 길신으로 이야기하는 식신, 인성, 재성, 정관 이런 것들은 좋은 환경으로 방해요소가 없다면 좋은 것이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이라면 오히려 겁재, 상관, 양인, 편관이 더 역할이 클지도 모르겠다.


내 사주 안에 흉신이 많다면 열악한 환경을 넘어서야 하는 미션이 숨겨져 있는 것이고 길신이 많다면 내가 처한 환경을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흉신이 많이 주어졌는데 안락하고 편한 환경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나를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갔을 때 재능이나 능력이 엄청나게 발휘될 수 있다.


길신이 많다면 내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기보다는, 지금 주어진 것에 감사하면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수용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 이야기를 잘 풀어내 주었기에 청소년들과 어른들이 보기에 좋은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에는 역사의식이 뭉클하게 솟아날 것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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