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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Jul 19. 2021

남매의 여름밤 영화 리뷰

빵이 아닌 정으로 사는 가족

남매의 여름밤(2019)

드라마 한국 2020.08.20 개봉

104분, 전체관람가

감독: 윤단비

주연: 양흥주, 박현영, 최정운, 박승준

네티즌 평점: 8.4

- 다음 영화 참조 -


정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정겨웠던 옛 추억을 떠올리고, 사람들 안에 순수함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어준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여름방학 기간에 할아버지 집에서 같이 살고 남매, 그리고 아버지와 고모 3대 가족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 집이나 외할머니 집에 대한 추억이 있는가? 그렇다면 영화와 함께 그 추억 속으로 빠져볼 시간이다. 많은 네티즌이 공감하며 높은 평점을 준 이유를 느껴 볼 수 있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작은 봉고에 짐을 싣고 이사를 하면서 시작된다. 중학생 옥주는 아빠와 초등학교 남동생 동주와 함께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다.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여름방학기간 동안 같이 집에 지내겠다고 말을 하니 알았다고 한다. 다 같이 식탁에서 콩국수를 먹고 있다.


할아버지 집은 2층 단독주택이다. 마당에는 온갖 채소와 식물들로 가득하다. 할아버지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채소들을 가꾸신다.



아빠는 할아버지를 데리고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다. 아빠의 여동생, 옥주의 고모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고모도 이제부터 할아버지 집에서 같이 지내기로 한다.


아빠는 엄마와 이혼을 했고 고모도 고모부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을 생각 중이다. 아빠는 신발을 팔거나 원단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아빠와 고모는 할아버지 생일날 다 같이 축하해 주기로 준비한다. 케이크를 사서 할아버지에게 촛불을 끄면서 소원을 빌라고 한다. 다 같이 생일상에 모여 앉아 밥과 케이크를 먹고 있다. 남동생은 재미있는 춤을 추면서 재롱을 떤다.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고 아빠와 고모는 서로 옛날이야기를 하면서 맥주 한잔 마시며 일상을 살아간다. 옥주와 동주는 서로 티격태격 싸우고 화해하면서 잔잔한 일상을 살아간다. 소소한 일상 이야기가 은근히 집중하여 보게 만든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아파서 쓰러지시고 병원에 실려간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돌아가신다. 장례식을 치르고 할아버지 집으로 돌아오는 옥주네 가족이다.


할아버지가 없는 집으로 돌아오니 낯설다. 정들었던 할아버지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옥주는 방에 들어가서 혼자 엉엉 운다. 할아버지가 평소에 키워온 텃밭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구나. 옥주네 가족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이지만 그들 가족은 정이 있었다.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해 주고 챙겨주는 그런 마음이 있다. 동주 남동생은 텃밭에서 자라는 토마토를 누나에게 주면서 먹으라고 한다. 동주는 누나에게 라면을 끓여줄 테니 같이 먹자고 한다. 그러자 누나가 라면을 끓여서 동생과 나눠 먹는다.



동주는 이혼한 엄마를 만나고 싶어 하여 가끔 만난다. 하지만 옥주는 이혼한 엄마를 만나는 동주가 싫다. 엄마를 만나고 온 남동생이 엄마가 준 선물이라고 쇼핑 가방을 전해주니 싫다고 던진다. 그렇게 한바탕 몸싸움을 한다. 시간이 지나고 둘이는 언제 싸웠나는 듯이 다시 잘 지낸다.


아빠와 고모도 어려운 처지이지만 같이 대화를 하면서 상의하고 결정한다. 할아버지 아프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할지? 서로 속마음을 살짝 드러내면서 일을 조율해간다.



아빠는 딸과 아들에 대한 정이 있고 고모도 조카들에 대한 정이 있다. 옥주와 동주 역시 같이 살았던 할아버지에 대한 애틋함이 있다. 겉으로 엄청 친하게 지내진 않지만 서로를 소박하게 챙기는 마음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그들 가족에게는 따뜻하고 순수한 정이 있다. 나중에 어른이 되어 과거를 생각하면서 추억을 떠올리면 흐뭇한 미소를 지을 것 같다. 새로 꾸릴 식구에게도 정으로 감싸 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도 사주에 무인성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정에 대한 흡수력이 남들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무인성인가 싶다.


거기에다가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셔서 나와는 정이 있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할머니는 무서운 존재이면서 불편한 존재로 머리에 남아버렸다.


우리 집을 보면 전반적으로 정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겉으로 먹고사는 것은 상대적으로 괜찮았지만 정서적으로 메마른 것이다. 예전에는 잘 못 느꼈는데 인성운이 들어오니 크게 느껴진다.


영화 속 가족들은 겉으로 먹고사는 것은 약간의 어려움은 있을지 몰라도 정서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먹고사는 문제와 정서적인 것이 둘 다 만족이 되는 가정이면 더 좋겠지만 말이다.


내가 타고난 사주 명식을 보면 사랑받을 자격인 인성이 없다. 이것은 정서적인 결핍을 이미 예고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이 담긴 영화를 보면서 그것을 지금은 채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남편 사주는 인성이 많다. 현실을 살아가는데 어려움은 있을지는 몰라도 인간적이고 정서적인 관계에선 따스함이 많이 묻어난다.


이 영화는 인성을 가진 사람들이 보면 순수한 정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인성이라면 정이 무엇인지 대해서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될 것이다.


정이 시작되는 곳, 정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곳, 그곳은 바로 가족 공동체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려면 반드시 인간적인 따스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영화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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