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에 목숨 거는 차인표가 나체로?
차인표(2019)
코미디 한국 2021.01.01 개봉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김동규
주연: 차인표, 조달환
네티즌 평점: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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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목이 '차인표'이다. 코미디에 도전하는 차인표, 그는 이 영화에서 어떤 웃음을 선사할지 기대를 하고 영화를 봤다.
누구보다도 차인표에 인기를 실감하며 살았던 나였기에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 문제이겠지만 웃음 막 터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크게 한두 번 웃었다.
이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맨몸으로 붕괴된 건물에 갇혀버린 차인표, 연예인 이미지가 구조에 걸림돌이 되는 이야기이다.
차인표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는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는 과감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생각거리 보따리와 소소한 허당 웃음을 안겨준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왕년에 슈퍼스타 차인표가 아웃도어 의상 광고 촬영장에서 영화는 시작된다. 감독이 자연스러움을 주문하지만 그는 내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고집하며 포즈를 취한다.
그는 젠틀맨, 진정성, 그런 이미지에 살고 죽는 남자이다. 그의 정체성은 바로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그 이미지에 고정되어 있다.
그는 연기 4대 천왕에 들어가길 원하지만 이미 빛바랜 왕년 배우이다.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뒷산으로 산책을 가다가 자신의 팬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가 황당하게 반려견이 싼 똥을 만지게 된다. 동시에 흙탕물 웅덩이에 빠지게 된다.
그는 주변에 여자 고등학교 체육관 샤워실을 찾게 되고 거기에서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물이 붕괴하게 되어 졸지에 차인표는 그곳에 갇혀버리게 된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얼른 119에 전화를 해서 구조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자신이 나체로 구조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에 너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쌓은 이미지가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이다. 차인표는 너무 두렵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이다.
개인적으로 인기를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차인표에게 감정이입이 되기가 살짝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국민 모두가 아는 인기 배우라고 상상을 해보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다.
건물에 갇혀있지만 공개적인 구조를 원하지 않는 차인표, 그는 매니저(조달환)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몰래 구해달라고 한다. 매니저는 사건 현장에 도착을 했다.
건물 붕괴 사건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어서 일이 좀처럼 진행이 되지 않는다. 차인표를 구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급기야 차인표는 여자 팬티를 수집하는 변태로 몰리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가고 건물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지자 매니저는 차인표를 설득한다. 119에 구조를 받자고 권한다. 이미지보다 사는 게 더 중요하지 않느냐고 말이다.
매니저가 차인표에게 방송계에서도 이제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사람들은 더 이상 형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요새는 차인표가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차인표와 매니저의 대화를 들으면 차인표가 가지고 있는 자신의 이미지와 외부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는 이미지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차인표는 갇혀있는 상황에서도 정신을 집중해서 자신이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는다. 그 상상 속 뇌를 재미있게 영상으로 표현하는데 그 포인트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결국 공개적으로 구조요청을 해서 119 구조 대원들이 모여들었다. 연예부 기자들도 카메라를 들고 모여들었다. 그가 구조되는 장면이 실시간 방송으로 중계되고 인터넷에 실시간 검색에 올라간다.
마침내 그는 구조되는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모두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궁금증과 긴장감이 흐른다.
결국 차인표는 붉은색 여자 팬티를 입은 모습으로 구조된다.
잠시 후, 그는 더 이상 이미지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듯이, 자신의 중요 부위를 지켜주던 팬티를 찢어버려서 하늘에 날려버린다.
그러자 구조요원들이 하늘색 담요로 그의 몸을 감싼다.
안전하게 구조되어 병원에 입원한 차인표는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자신을 인생의 롤 모델이라는 이야기했던 후배가 류승룡이 출연하는 영화에 신인 배우로 캐스팅된 것이다.
그는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롤 모델은 류승룡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리모컨을 던진다. 차인표는 연기 4대 천왕에서도 이미 까였다.
자신이 가지고 배우 차인표의 이미지는 어디에도 없다. 장하준 감독이 수염을 기르고 기인처럼 살고 있는 차인표에게 차기 영화 작품 설명을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차인표 캐릭터는 자신의 생명보다도 남에게 보이는 시선에 더 신경 쓴다. 그는 구조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한다. 폼이 빠지는 것은 못 견딘다.
차인표는 진정성 있는 젠틀한 남자, 선행을 하는 사람으로 고정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그를 구속했던 것이다. 자신의 목숨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마저도 그런 것이다.
십 년을 쌓아도
한방에 무너지는 게 이미지야
이미지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십 년을 쌓아도 한방에 무너지는 게 이미지이다. 그래서 차인표는 영화에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서 처절한 몸부림을 코믹하게 보여준다.
1994년도 '사랑을 그대 품 안에' 드라마로 스타로 등극한 차인표. 예전 사진을 보며 추억에 빠져본다.
공개된 차인표에 생일을 기반으로 사주 명식을 뽑았다. 차인표 사주에서 편관에 모습이 그가 지키고자 하는 이미지이고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이미지가 아닐까 싶다.
사주명리학에서 편관은 이런 것인가? 내 안에 갇혀있는 이미지를 말하는 것인가? 그 이미지가 타인에게 인정을 받으면 인기를 얻게 되지만, 그 반대인 경우는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인가? 남의 시선이라는 편관의 존재가 나를 구속하고 나를 규정하는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왠지 유재석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심지어 차인표 얼굴에서 유재석의 얼굴이 보였다. 유재석은 이미지 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에 대해서 칭찬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그는 그런 이미지를 잘 유지하고 있다.
정관 편관, 이 관성이라는 것은 타인의 시선인 동시에 타인에게 보이는 이미지를 말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서 신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사주 명식에 관성이 어떻게 있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미지에 신경 쓰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은 자신의 본래 모습과 이미지 사이에 간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나 역시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가지고 지내지만, 실제 속 마음에는 착한 심성만 존재하지 않는다. 내 안에는 다양한 욕망이 존재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그 이미지로 포장해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차인표는 마지막에 팬티를 벗어던짐으로 자신에 움켜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한다. 그리고 수염을 기르면서 정제된 이미지가 아닌 자연인으로 사는 모습으로 나온다.
관성이 없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이런 자기만의 상, 즉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기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에 타인에게는 황당한 모습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대체로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이기에.
차인표가 벗어던진 이미지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미지 관리를 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그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알 수 있게 만드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