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던 날, 그 이후 희망이 싹튼다
내가 죽던 날(2020)
드라마 한국 2020.11.12 개봉
116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박지완
주연: 김혜수, 이정은, 노정의
네티즌 평점: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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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도 마지막 장면이 머리에 남는다. 그 마지막 장면을 촬영한 곳을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나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
영화는 한 소녀가 죽었다. 거기에서 출발한다. 그 소녀에 죽음에 이유를 추적하는 형사 김혜수이다. 소녀에 죽음에 배경을 파헤칠수록 형사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한 줄로 요약하자면 자살로 죽은 여고생 사건을 파헤치는 여형사, 그녀가 여고생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걸 영화가 끝나면 알 수 있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랜 공백 후 업무에 복귀하려는 여형사 현수(김혜수)다. 그녀가 맡게 된 사건은 여고생 세진(노정의) 실종사건이다. 자살 사건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그녀는 섬으로 내려간다.
세진은 태풍이 몰아치던 밤, 외딴섬 절벽 끝에서 유서 한 장만을 남긴 채 사라졌다. 그녀에 시체는 찾지 못했다. 경찰 윗선은 빨리 사건을 종결하길 원하고, 그녀 가족인 오빠도 그녀에 사망보험금에만 관심을 보인다.
자살 정황은 있지만 시체도 없는 사건을 자살로 하기엔 찜찜한 구석이 조금씩 발견된다. 현수는 사건에 실체를 파헤치려고 여기저기 추적한다.
왜 그녀가 그런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그런 소녀에 죽음을 추적하다 보니 형사 현수는 그녀가 느낀 고통에 감정이 이입된다.
세진이 아버지가 경제 관련 큰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몰랐다. 날 벼락처럼 그녀는 그 사건에 주요 증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섬에 그녀는 증인 보호 프로그램으로 혼자 지내게 된다.
그녀에 일거수일투족이 CCTV에 찍히고 그녀에 무엇을 했는지 담당 형사가 일일이 보고를 한다.
그녀와 잘 지냈던 담당 보호 형사는 이 사건으로 옷을 벗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 물어보지만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마을 주민 순천댁(이정은)에게 여러 가지 물어보지만 그녀를 잘 챙겨준 것 외에는 특이한 사항이 없다.
순천댁은 식물인간이 된 조카를 돌보며 살아간다. 그녀는 예전에 자살을 하려고 농약을 먹었다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섬에 혼자 갇혀서 답답하게 외롭게 살았던 세진에 흔적을 추적하다 보니 묘하게 형사 자신에 현재 모습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현수는 남편에 외도 사실을 전혀 몰랐고 남편에 악의적인 소문에 일방적으로 경찰 업무에 지장을 받게 되었다. 게다가 교통사고까지 나게 되면서 어깨가 마비되어 버렸다.
그녀는 한순간에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절벽 같은 상황에 맞닥뜨려야 했다. 세진이도 그녀와 비슷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현수는 세진이 사건을 자살로 종결하기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다. 조금씩 감춰진 진실에 한걸음 다가서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결국 찜찜하지만 사건은 자살로 종결하는 보고서를 올린다.
그러고 나서 현수는 진실에 직면하게 된다. 세진이 왜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태국에 아름다운 장소에서 희망에 막을 올린다.
처음에 영화를 중후반까지 죽은 세진이 사건에 실체를 밝히는 것으로 초점을 두고 봤었다. 그러다 보니 파헤칠수록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 현실에 마주하며 살짝 답답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아름다운 결말을 만나게 되고 여운이 남는 영화로 기억된다.
영화 속 김혜수를 보니 의학에 힘을 빌린 다른 배우들과 달리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에 아무런 방해 없이 영화로 편안하게 녹아들 수 있어 좋았다. 인공적인 멋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멋은 한수 위 같다.
벙어리 순천댁 역을 했던 이정은, 그녀에 자연스러운 연기 때문인지 그냥 섬에서 사는 아낙네 같았다. 여고생 연기를 펼친 노정의 배우도 그냥 옆집 여고생 같은 느낌이다.
여고생 세진이가 죽던 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면? 현수는 왜 그녀에게 감정이입이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영화를 끝까지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죽음 뒤에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도 발견할 수 있다.
항상 떠돌아다니고 싶은 나에게 다시 한번 여행에 불씨를 안겨주는 그런 시간이었다.
참고로 마지막 장면에 나온 장소는 바로 이곳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정되면 나중에 여행 다녀오고 나서 사진을 찍고 글을 올릴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https://goo.gl/maps/oDDqqzQSazuJmKof7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