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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니 Aug 01. 2021

바람의 언덕 영화 리뷰

딸을 버린 엄마와 딸 환희 그들의 만남

바람의 언덕(2019)

드라마 2020.04.23 개봉

107분 전체관람가

감독: 박석영

주연: 정은경, 장선

네티즌 평점: 8.1

- 다음 영화 참조 -


이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들 얼굴이 어디에서 본 듯하지만 이름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다. 독립영화이다. 하지만 다음 포털에 검색을 하니 평점이 높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과연 나는 네티즌이 남긴 그 평점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상업영화에 너무 젖어서 그런가 느린 전개 방식과 대사가 거의 나오지 않는 그런 점이 약간 어색했다. 그렇다. 내 감수성 평점이 낮은 것이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인연이 끊어진 딸과 엄마의 만남 이야기이다. 


이 영화 속에 엄마와 딸은 굉장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온다. 우리가 만나는 현실에 엄마와 딸에 모습이 바로 이렇게 다가올 거 같다.



이 글은 줄거리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첫 장면에서 강원도 태백에 있는 바람의 언덕이 나온다. 하얀 눈이 덮인 언덕은 추운 겨울이지만 따사롭다. 그곳을 환희(장선)는 걸어가면서 풍경을 사진에 담아둔다. 그녀는 바람의 언덕에서 행복을 느낀다.



30대 초반 그녀는 혼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곳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 잠을 잘 때 가끔 호흡곤란을 겪기도 한다.


혼자서 고깃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 밥을 먹다가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혼자 밥 먹는 것이 어색해서 누군가에게 전화하는 척을 하는 것이다.


아직은 회원들이 많지 않아 필라테스 학원 홍보 전단지를 만들었다. 전단지를 밖에 나가서 여기저기 붙여놓는다.


50대 초반 영분(정은경)은 7년간 병간호했던 남편이 죽었다. 남편의 자식은 그녀를 아줌마라고 부른다. 그녀는 의붓아들에게 쉬고 싶다고 말하고 고향 태백으로 내려간다.



우연히 그녀의 딸에 최근 소식을 알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이 낳았지만 직접 키우지 못하고 누군가의 손에 맡겼던 딸이다. 딸이 운영하는 필라테스 학원 명함을 얻게 된다.


영분은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냐 싶었는지 그 명함을 다리 밑 개천가 풀숲에 던져버린다. 하지만 며칠 지나서 그 명함을 찾으러 다리에 다시 온다. 다행히 명함을 찾게 되고 택시를 타고 필라테스 학원을 밤늦게 찾아간다.


학원 입구에서 어슬렁하는데 우연히 자신의 딸 환희가 나온다. 필라테스에 관심 있는 신규 회원인 줄 착각한 환희는 학원을 구경하라고 한다. 환희는 엄마를 그전에 만나적이 없기 때문에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자신의 딸을 만난 영분은 자신이 엄마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는 배가 고프다고 택시 운전사와 국밥을 먹는다.



자신은 여러 번 시집을 갔었던 인생을 살았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소주를 마신다. 하지만 오늘 기분이 좋다고 한다. 그녀의 표정이 모처럼 밝고 화사하다.


그 후로 영분은 환희의 필라테스를 배우는 회원이 된다. 환희가 어깨가 기울어진 것 허리가 아픈 것을 교정해 주는 동작을 알려주면서 둘이는 친하게 된다.



영분은 필라테스 학원 전단지를 왕창 가져와서 그것을 동네방네 벽과 전봇대에 붙인다. 그녀의 마음은 딸의 학원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매일 밤 그렇게 작업을 한다.


영분과 환희는 친하게 지내게 되어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간다. 환희가 자주 가던 그 고깃집이다. 환희는 영분에게 자신은 혼자 산다고 이야기하고 영분도 자기도 혼자라고 이야기한다.



환희는 자기는 고아이지만 양부모님 밑에서 잘 자랐고 지금은 잘 산다고 이야기한다. 생모가 자기에게 붙여준 이름이 환희라고 이야기한다. 영분은 딸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자신이 엄마라고 밝히기는 어렵다.


둘은 필라테스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으로 거리를 두면서 친하게 지내게 된다. 영분은 자기 방에 환희의 사진을 붙여놓고 딸의 얼굴을 만지면서 그리워한다.



어느 날 환희는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기차역에 붙여진 전단지를 떼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는 그 동네에는 전단지를 돌리지도 붙이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곳으로 확인을 하러 갔는데 영분이 붙여놓은 전단지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전단지를 따라가니 다리에서 영분이 보인다. 다리에도 전단지를 여기저기 붙이고 있는 것이다.


환희는 몰래 영분이 뒤를 따라간다. 결국 그녀가 자신의 엄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환희는 엄마를 만났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영분이 필라테스 수업을 받으러 오는 날 환희는 격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운동을 하는 영분의 몸을 만지더니 환희는 갑자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혼자서 코에 비닐봉지를 씌우고 호흡을 고르는 동안 영분은 밖으로 나가버린다.


영분은 태백을 떠나려고 짐을 다 꾸렸다. 딸이 자신을 거부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환희는 영분을 찾아 여기저기 뛰어간다. 결국 그 다리에서 두 사람은 만나게 된다.



엄마잖아, 맞잖아
엄마가 날 버릴 때는어렸지만
난 어른이기에
엄마를 이해할 수 있어



환희는 울면서 영분에게 엄마를 만나서 좋다고 한다. 하지만 영분은 너는 나에게 짐이었다고 한다. 너 때문에 내 맘대로 살지를 못했다고 네가 미웠고 억울하다고 소리친다.


딸 환희는 엄마를 한 번도 미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미워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엄마가 보고 싶었고 안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서로 감정을 폭발하면서 눈물을 쏟아낸다.


그렇게 엄마와 딸은 바람의 언덕에서 다시 만나는 따뜻한 장면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속 딸 환희는 참 잘 자랐다. 유전자가 좋아서 인가? 환경이 좋아서 인가? 아님 그 딸의 심성이 좋아서 인가? 무슨 이유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그리운 마음이 훨씬 컸다.


영분은 너무 젊은 시절 낳은 환희로 인해서 자신의 삶을 맘껏 살지 못했다는 억울한 마음과 딸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한다.


영분이도 현실에서 참 열심히 살았다. 재혼을 해서 친척과 의붓아들에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지만 묵묵히 자기 맡은 바 일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환희는 자기의 삶을 꿋꿋이 살아간다. 필라테스를 익혀서 자신의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건강에 도움을 주며 살아간다. 혼자 살아가기에 살짝 외로워 보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살아간다. 자신의 재능으로 꾸준히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간다.


환희 캐릭터는 생모와 같이 자라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하게 살아온 그런 느낌이 든다. 주변에 한두 명 있을법한 무난한 성격에 사람이다. 겉보기에는 그렇게 느껴진다. 호흡곤란을 가끔 겪는 것을 보면 마음에 상처가 있지만 그걸 내색하지는 않는다.


영분이 캐릭터도 평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재혼을 했지만 의붓아들도 잘 돌보아주고 병든 남편도 몇 년을 옆에서 간호하면서 챙겨준 사람이다. 그녀는 삶은 어찌 보면 자기의 역할에 주어진 책임에 충실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가족과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순응하면서 살은 것이다. 어머니로서 남편으로서 자기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첫딸이 자신의 혹이 되는 느낌으로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렸다.


평범한 삶의 영분과 환희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어찌 보면 우리들의 모습도 그러한 것은 아닌가 싶다.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다들 자신만의 숨겨진 아픔을 감추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나중에 환희와 영분은 바람의 언덕에서 서로를 따스하게 바라보는 장면처럼, 나 역시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싶다. 


이 영화는 어묵탕에 김치와 밥을 먹는 느낌이다. 평범한 음식이지만 맛이 좋고 배부르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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