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안데르센 세계명작> 응모작- 성냥팔이 소녀
바람이 불어 추운 어느 크리스마스 날 밤. 모두들 따뜻한 코트와 장갑 목도리를 하고서 어디론가 바쁘게 걸어가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집으로 서둘러 가고 또 어떤 사람들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가고 있다.
연인들이 길에서 손을 잡고 웃으면서 걸어가고 있다. 물론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하며 크게 웃으면서 장난을 쳤다.
하지만 그 길에는 즐겁게 보이는 그들과는 다른 어떤 숙녀가 있었다. 이 숙녀는 길 한가운데서 연인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숙녀에게는 다른 사람들처럼 추위를 막아줄 모자 하나가 없었다. 게다가 옷은 얇고 낡았다.
숙녀는 편의점에 들어가서 성냥과 양초 한 개를 샀다. 얼어버릴 듯한 추위 때문에 숙녀는 자동차가 다가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길 옆으로 비켜. 차에 치이면 어쩌려고 그래?" 그 숙녀는 순간 인도로 비켜섰다. 걸음을 재촉하여 추운 바람을 맞으며 숙녀가 살고 있는 반지하 원룸으로 돌아왔다.
원룸은 얼음같이 차가웠다. 숙녀는 들고 있던 성냥과 양초 한 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추위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성냥이 들어있는 상자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숙녀는 공장에서 일을 하던 노동자였다. 숙녀는 일을 하다가 림프종이라는 병에 걸렸다. 그래서 일을 하지 못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방세가 몇 달간 밀렸다. 그녀의 몸에 통증은 점점 심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회사와 산재처리 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았다.
숙녀의 방안은 어두컴컴했다. 방에 있는 자그만 창문 틈 사이로 찬 바람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녀의 방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기 요금을 내지 못하자 그녀의 방에 전기 공급을 끊어버렸다. 방에 스위치를 눌러도 전등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춥고 서글펐지만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을 열고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켰다. 그리고 얇고 떨리는 소리로 외쳤다. "산재를 인정해 주세요! 산재를 인정해 주세요!" 그녀의 채널에는 아무도 접속하지 않았다. 그래서 희망이 없는 숙녀는 핸드폰을 닫고 창문 벽 옆에 앉았다. 그녀의 손가락은 추위로 아팠지만 곧 그 고통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어떡하든 몸을 녹여야 했다.
그녀는 상자를 열어 성냥을 꺼냈다. 손가락까지 마비되어 성냥도 겨우 잡을 수 있었다. "탁!" 떨리는 손으로 성냥에 불을 붙이자 갑자기 따뜻한 감귤 빛이 그녀를 감쌌다. 불쌍한 숙녀는 성냥을 이쪽 손에서 반대 손으로 옮겨가며 잡았다. 그리고 성냥 불빛을 양초에 가져갔다. 그 숙녀의 손은 더 이상 춥지 않았다. 어두웠던 방안은 환해졌다.
숙녀는 불타는 난로 앞에서 타오르는 장작 불꽃을 바라보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숙녀는 아름다운 방 안에 큰 난로 앞에 앉아 있다. 그녀는 스웨터를 입고 털 부추를 신고 있고 머리에는 모자도 쓰고 있다. 너무 뜨거워서 땀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양초에 불이 꺼져버렸다. 불빛이 꺼지자 그 달콤했던 꿈도 사라졌다.
그녀의 손가락은 얼어 다시 아파지기 시작했다. 숙녀는 다른 성냥을 피웠다. 바로 그때 추운 바람이 불어왔다. 숙녀는 성냥이 꺼지지 않도록 벽을 향해 서 있었다. 손으로 그 불을 감싸면서.
양초에 불을 붙이고 가만히 바라보니 벽은 사라지고 갑자기 문이 열렸다. 안에는 큰 방이 있었다. 예쁜 장식들이 매달린 크리스마스트리가 나타났다. 그 옆으로는 하얀 천이 깔린 테이블 위에는 여러 종류의 음식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그리고 은촛대는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있었다.
그 숙녀가 바라보던 테이블 한가운데 맛나 보이는 소갈비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그 옆에는 잡채, 떡만둣국, 김치, 다양한 과일과 떡이 보였다. 숙녀는 바로 그 갈비를 한 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갔다. 그랬더니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았다. 숙녀는 더 먹고 싶어서 다가가 한 입 더 먹으려고 하자 촛불이 꺼져버렸다. 바로 그때 불쌍한 그녀의 손이 뜨거워 양초를 밀고 말았다.
"앗!" 갑자기 크리스마스트리와 테이블 위에 있던 음식들이 다 사라지고 다시 벽이 나타났다. 그 숙녀는 다른 성냥을 켰다. 이제는 더 큰 꿈을 꾸게 되었다.
숙녀는 어느 여름날 밤, 나무 아래에서 하늘에 별을 보고 있었다. 밤이었지만 무척 더웠다. 그 숙녀는 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과 깨끗하고 빛나는 별을 보았다. 그때 갑자기 별똥별 세 개가 떨어졌다.
그녀는 하늘나라로 먼저 간 남자친구가 생각났다. 남자친구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만났었다.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나중에 남자친구는 백혈병에 걸렸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멋진 레스토랑에 저녁 식사를 초대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둘이 마주 보고 앉아있었다. 남자친구는 세 개의 반짝이는 별 모양 보석이 박힌 핸드폰을 선물로 주었다. 또 예쁜 꽃다발을 숙녀에게 안겨주었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한다고 결혼하자고 고백했다. 숙녀는 감격하여 눈물을 떨어뜨렸다.
바로 그때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나타났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아주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숙녀는 남자친구를 불렀다. "가지 마세요. 잠깐만, 제발요, 당신이 그리워요." 숙녀는 남자친구가 다시 보고 싶어 성냥을 켰다.
냉기 가득한 방구석에 추위로 온몸이 얼어버린 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숙녀는 계속해서 성냥을 켰다. 그녀는 마치 남자친구를 보며 남자친구의 목소리를 듣는 거 같았다. 그 숙녀는 또다시 성냥을 켰다.
주변이 대낮처럼 환해졌고 멋진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남자친구의 사랑 가득한 미소가 그녀가 겪은 아픈 고통과 추위마저도 잊게 했다. 남자친구는 그녀를 포근하게 안아줬다. 따스한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다. 그랬더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숙녀는 이 순간이 끝나는 것이 싫어 서둘러 마지막 성냥을 켰다. 남자친구는 그녀 앞에 다시 나타나 숙녀를 품에 안고 뽀뽀를 해주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숙녀는 마침내 편안했다. 더 이상 아프지도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았다.
바로 그때 그녀의 소중한 핸드폰에서 별이 세 개가 사라졌다.
한 달이 지난 후에 숙녀의 반지하 방에는 낯선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특수 청소부였다. 죽은 자의 공간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사람들이다. 청소부들은 벽에 기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눈 감고 누워있는 숙녀를 보았다. 그 주변에는 쪼그라든 양초와 타버린 많은 성냥이 있었다.
다음날, 뉴스에는 숙녀의 마지막 유튜브 방송 모습과 타버린 성냥개비 영상이 올라왔다. 그녀를 꿈속에서 살 수 있도록 했던 그 불꽃에 성냥이었다. 누구도 꿀 수 없는 바로 그 꿈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