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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어디까지 잃어버려 봤니?

내 차는 어디에

by 실버라이닝

자주 같은 꿈을 꾼다. 주차장에 갔지만 차가 없는 꿈. 차 키를 아무리 눌러도 대답 없는 자동차. 어디선가 삐,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주차장은 고요하기만 하다. 지하 2층이 아니었나? 지난밤 차를 어디에 세워 두었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장소가 떠오르지 않는다. 혼자 주차장을 뺑뺑 돌고, 돌고, 돌다가 잠에서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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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일주일에 세 번, 신장투석을 하러 병원에 다녔다. 워낙 씩씩한 성격이라 특이사항이 없는 한 혼자 대중교통으로 다녔지만 암이 찾아온 이후로는 내가 늘 데려다주었다. 엄마가 예전만큼 기운이 없을뿐더러 나도 양심상 도저히 엄마를 혼자 병원에 보낼 수 없었다. 투석을 하는 날 아침이면 7시에 엄마와 집을 나섰다. 가끔 사위가 출근길에 데려다 드린다 해도 엄마는 나와 갈 것을 고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차장에서 차를 찾으러 차키를 누르는데 자동차가 대답이 없었다. 엄마는 투석실에 제일 먼저 가야 하는 성미로, 늦는 것을 무척 싫어했기에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


엄마, 미안, 내가 착각했나 봐. 지하 3층에 세웠나? 엄마 힘드니까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후다닥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확인해 봐도 우리 차가 없다. 지하 1층부터 야외 주차장까지 다 뒤졌는데 여전히 보이지 않는 차. 이마를 긁으며 엄마 눈치를 살폈다. 엄마는 이미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하고 있는데 아뿔싸! 갑자기 어제 오후에 아들과 옆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장면이 떠올랐다. 갈 땐 아들과 차를 타고 가서는 올 때 간식을 사 먹으며 걸어오는 우리가 보인다. 세상에, 이걸 잊다니.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엄마는 어이없어하며 얼른 택시를 부르라고 난리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 놓고 다니는 거냐며 역정을 나는 건 당연지사. 차 앞까지 갔는데 열쇠를 두고 와 집에 갔다 오는 정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당황스러움. 지갑도 핸드폰도 아니고 그 큰 차를 깜빡하고 두고 오는 내 자신에게 얼마나 놀랐는지.


5년이 지난 지금도 한 달에 두어 번은 꼭 차를 찾으러 다니는 꿈을 꾸고, 가끔은 자동차 말고도 중요한 무언가를 깜빡하고, 찾아 헤매고, 결국 허둥대다 잠에서 깬다. 매번 늦고, 실수하고, 무언가를 찾아 어딘가를 떠돈다. 누군가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에 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기억과 불안이 꿈으로 다시 호출되는 걸까. 혹은 그날의 당황스러움에 더해 엄마를 좀 더 잘 살피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온전히 털어내지 못한 지도 모르겠다. 마음속 어딘가에 ‘엄마를 실망시킨 나’라는 죄책감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그렇다면, 내가 엄마에 대한 미안함을 스스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날, 그날 이 꿈이 멈출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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