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을 보내고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호기심으로 던진 질문에 엄마의 눈물을 본 9살 아들은 당황스러울 뿐이었습니다.
이라는 질문에 바로 떠오른 건
동생의 사고 전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세 살짜리 첫째 조카와 함께 자전거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제부와 남편,
그 옆에서 태어난 지 두 달 된 둘째 조카를 안고 있는 동생.
타임머신이 있다면,
완전히 돌아가지 않고 잠깐 다녀올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그때로 돌아가
내일 시댁에 가지 말라고,
그냥 집에 있으라고,
언니가 저녁 차려주겠다고 먹고 좀 쉬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번 더 다른 시간으로 여행할 수 있다면
동생과 같이 20대였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경제적인 어려움에 허덕이며
서로의 살 궁리에 너무 바쁘기만 했던 우리.
다른 자매들처럼 같이 예쁘게 차려입고
맛집을 다니며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부모님 병원비 걱정 없이
그저 우리를 위해
돈을 벌고 쓰고
철없는 추억을 더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저보다 더 어른스러웠던 동생이었던지라
한 번도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했던 것이 자꾸 생각나서
다시 가면 언니처럼 든든하게 격려해주고 위로해주고
그 좋아하는 신상 옷들도 좀 사주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딸을 보면
괜히 동생의 중고생 시절 모습이 떠올라서
예쁜 옷을 많이 사주고 싶습니다.
아들의 질문같이
잔잔한 일상에 불쑥 눈물 꼭지를 여는 순간들이 종종 있습니다.
처음엔
길에서 닮은 사람을 봤을 때
동생이 안 죽고 어디서 몰래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황당한 상상을 하며
놀라서 따라간 적이 있습니다.
대청소를 하다가
미쳐 버리지 못한 동생의 결혼 앨범을 보고
한동안 어루만지다 또 울고 말았습니다.
교차로 맞은편에
커다란 트럭을 보고는
저 차가 나를 덮치면
나도 동생처럼 죽을 수 있을까
그럼 얼마나 아플까
동생과 제부, 조카들은 얼마나 아팠을까
하는 생각을 하느라
운전대를 잡고 울었습니다.
새로 이사한 동네 놀이터에서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제부의 친척인 걸 알게 되었던 날도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 속에
저와 동생을 닮은 자매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을 때에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래도 수도꼭지를 조금씩 열어갑니다.
그동안 꼭 잠가둔 탓에
수도관에 녹이 슬려던 참이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녹이 찬 물을 흘려보내야겠습니다.
이렇게 글로
흘려보낼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언제로 돌아가고 싶으신가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기를.
혹시 저처럼 가장 아픈 시절이라 해도
이렇게 흘려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