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놀이
의심받는 기분과 이해받지 못하는 무기력함 사이, 사랑과 자유 사이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관심이 통제가 되지 않는 딱 그만큼의 거리를 알았다면 우리는 덜 싸울 수 있었을까?
시끄러운 음악에 잔이 부딪히는 소리, 기름진 안주 냄새가 섞여 올라오는 기분 좋은 회식 자리였다. 하지만 웃고 떠드는 얼굴들 사이로 몇 번이나 테이블 위에 엎어둔 핸드폰을 힐끗거렸다. 진동이 울리기 전부터 곧 울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즐겁게 웃다가도 진동이 울리는 것 같아 동료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회식 중인 걸 알면서 계속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는 남자.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불안하다고 했다. 술에 취한 내가, 내 옆에 그가 없는 밤이. 나를 못 믿는 거냐고 되물었다. 사랑을 의심하는 거냐고. 말싸움은 사랑과 신뢰 사이에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살을 부풀려 목구멍을 막을 뿐이었다. 긴 침묵 후에 새어 나오는 한숨이 대화에 마침표를 찍고 서운함이 빈칸을 채웠다.
핸드폰에 보낸 눈길이 그에게 전해진 걸까. 다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십중팔구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집에 가서 전화하라는 잔소리가 이어질 게 뻔한데. 구차하게 변명하느니 전화를 안 받고 말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나만의 느슨한 쾌락을 방해받고 싶지 않다고! 탁자 아래로 조용히 손을 내려 길게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술집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던 직장동료가 손을 뻗었다. 술에 취해 판단력이 흐려지고 부끄러움은 테킬라 한 잔에 털어버린 채 나도 막 올라갔을 때였다.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훑었다. 술집 안의 눅진한 열기 사이로 눈에 냉기가 가득 서린 그가 서 있었다. 그는 언제부터 와 있던 걸까. 음악 소리가 갑자기 멀어지고 마주친 시선 속에서 서로에게 물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어?
왜 나를 이렇게까지 하게 만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