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제 난 자유다

by 실버라이닝

안전하고 싶은 남자와 자유롭고 싶은 여자가 사랑을 했습니다. 키스를 하던 밤, 남자는 여자의 용기를 칭찬했고 여자는 남자에게 안심하라고 속삭였어요. 하지만 남자는 여행하듯 인생을 즐기는 여자가 늘 불안했습니다. 거긴 낭떠러지야 조심해. 여자는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위태롭게 걸음을 옮기는 그녀의 뒤에 언제나 그의 손이 있었다는 걸. 그 손이 지금 여리게 떨리고 있다는 걸.


그가 회사 워크숍으로 1박 2일을 비운 주말이었다. 이때다 싶어 오랜만에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별일 없는 밤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말았다. 막차를 놓친 것도, 친구네 집에 가서 자게 된 것도 그날의 흐름 안에서는 사소한 선택들이었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일이라고, 괜히 걱정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사랑을 할수록 알게 되는 것보다 모르겠는 마음 투성이었다고 해야 할까.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니 충분히 용서하지 못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오해와 원망이 물결을 치고받았다. 서로의 파도를 밀어내다 소리 없이 남은 말들이 둑을 쌓은 것도 모른 채.


다음 날 아침, 친구 집 거실 소파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켰다. 화면 가득 그의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가 겹겹이 쌓여 있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자 그의 불안이 다시 시작된 게 분명했다. 왜 전화를 받지 않는지, 어디서 잤는지, 왜 말을 안 했는지. 짧은 문장들 사이 곳곳에 분노가 묻어 있었다.


전화를 걸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설명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침묵이 흘렀다.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 몇 초. 그는 대화에서 한 걸음 물러났다. 불안으로 길고 지루했던 그의 밤과 달리 나의 밤이 가볍게 흘렀다는 사실이 그를 싸늘하게 만들어버린 듯했다.


그만하자.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그래.


시작이 그랬듯 한쪽이 이별을 말하고 다른 쪽이 대답을 하니 사랑이 끝났다. 이렇게나 간단한 일이라니.


그래, 뭐 좋아. 이제 난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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