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로잉 일기
영어 그림책 작가 Sophie Blackall 은 그녀의 책 Things to Look Forward에서 만약 자신이 글을 쓰는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끝내지 못한 작품들'로 박물관을 열었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I have sometimes thought that if I didn’t make book, I would open a Museum of Unfinished Projects, housing things like a cross-stitch sampler that reads HOME SWEET HO, or a matchstick model of the Eiffel Tower, paused at the deuxieme etage.
-Things to Look Forward to 중에서 p84
제 전공 분야 나왔죠.
늘 무언가 새로 배우기 좋아하고 시작하기를 좋아하는 만큼 끝내지 못한 채 펼쳐져 있는 일들이 수두룩 합니다.
제가 '끝내지 못한 작품들'로 박물관을 열면 박물관이 꽉 차겠어요.
말 나온 김에 열어볼까요?
미완성 작품의 박물관에 물건을 하나하나 전시해 봅니다.
제1관) 배우다 만 공부들 전시관
1. 수화 - 동네 동사무소에서 수화 초급 과정을 듣고 중급으로 못 넘어가고 멈췄네요.
2. 번역 -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어린이책 번역작가 과정 초급, 심화를 마쳤으나 실전에 들어가지는 못했네요.
3. 언어 - 대학 때 남자 친구에게 일본어를 배우다가 말고, 딸이 리듬체조를 할 때 러시아어를 야라두에서 배우다가 말았네요.
제2관) 정리하다 만 물건들 전시관
1. 우리 집 옷장 - 아직 여름옷과 가을 옷, 겨울옷이 섞여 있어요. 안 입는 옷 한 번에 정리해야 하는데 언제쯤 하려나.
2. 학원 컴퓨터 - 폴더 정리를 해야 하는데 언제 하려나.
3. 아이들 앨범 - SNS 에만 담겨 있는 아이들 사진들을 정리해야 하는데 언제 하려나.
제3관) 앞으로 꼭 하고 싶은 일들 전시관
1. 딸과 스페인 여행 가기 - 비행기 티켓 알아보다가 코로나가 터졌어요. 조만간 꼭 가고 싶어요.
2. 유튜브 하기 - 이 주제 저 주제로 방랑하다 접은 지 몇 년 되었어요. 비공개로 남아 있는 영상들을 포함해서 다시 살려보고 싶어요.
3. 종이 책 쓰기 - 교육 이야기와 에세이, 모두 쓰고 싶지만 아직 수련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할머니가 되어 그림책 작가가 된 작가님을 보고 더 용기가 났어요. 언젠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고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을 finish 하고 싶어요!
특별관) 정말 내가 생각해도 너무한 unfinished project
바로,
2018년 2월 두바이 가족여행 사진 현상하기'입니다.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8일이었고,
아이들과 추억 한가득 쌓은 여행이었는데
여전히 구글 포토에 갇혀 있어요.
얼른 꺼내어 한 권의 앨범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