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장례식장으로 가는 길

동생을 보내고

by 실버라이닝

2012년 7월 말 경, 무더운 여름밤이었습니다. 다음 날 여름휴가를 떠날 예정이라 짐을 다 챙겨놓고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그날 새벽, 웬 모기들이 귀에서 윙윙거렸습니다. 8시쯤 일어나 출발하려고 했는데 새벽 5시경에 모기떼의 습격으로 잠에서 깼습니다. 다시 잠이 올 것 같지 않아 핸드폰을 켠 저는 카카오스토리에서 이상한 댓글을 발견했습니다. 제부의 누나였습니다. 제 연락처를 몰라 고민 끝에 생각해낸 방법이었습니다.


“이모, 연락 주세요. 이거 제 핸드폰 번호예요. 급한 일이에요.”


이상한 기분이 들어 바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고모가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아이들이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 저는 불안을 직감하고 바로 물었습니다. 제 동생과 제부는 괜찮은지. 고모는 아주 안 좋다며 빨리 오라고 했습니다. 저는 계속 물었습니다. 많이 다쳤냐고. 죽은 건 아니죠 라며. 참 이상합니다. 그 상황에서 죽은 건 아니죠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고모는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사돈어른이 전화를 바꿔 받아 아이들이 죽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넷이 다 죽었다고. 어떡하냐고. 빨리 오라고...


사람이 실성하면 웃는다더니 정말 희한하게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저는 웃고 싶지 않았는데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뒤 온몸이 차가워지며 집안에 냉기가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꼭 동생과 동생의 가족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돌아보면 아이들이 그때 마지막 인사를 하러 온 것 같기도 합니다.


엄마에게 어떻게 전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남편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그 순간부터 남편은 제가 해야 할 모든 일을 대신해주었습니다. 남편은 우선 시동생에게 연락해 딸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함께 엄마에게 갔습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계신 엄마는 새벽부터 찾아온 큰 딸과 사위의 창백한 모습을 보고 불길한 기운을 직감하신 듯했습니다.


엄마, 정화가 사고가 났대.


그 한 마디에 엄마는 이내 두려움에 사로잡혔습니다.


왜 많이 다쳤대?


... 죽었대 엄마. 다 죽었대...


엄마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소리를 지르며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습니다. 신장 투석을 하신지 10년이 다 돼가는 엄마는 당시에 몸이 안 좋아 거의 매일 병원에 다니고 계셨습니다. 심장에도 무리가 가면 안 되는 상황이라 저는 엄마까지 잘못될까 봐 두려웠습니다. 아마 그때부터 눈물이 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눈물은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장례식장까지 택시를 타고 갔습니다. 남편은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경찰서에 가는 것 외에도 할 일이 너무 많아 운전을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30분 동안 택시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결혼식 이후에 한 번도 잡아 본 적이 없는 듯한 엄마 손만 꼭 붙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례식장에 도착하고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엄마는 다시 오열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안으로 들어가서 영정사진을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영정 사진은 장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쳐다보지 못했습니다. 3일 동안 너무 울어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습니다. TV 뉴스에서 동생의 사고 소식이 나오고 있었는데 그 뉴스조차 보지 못했고 소리만 들려도 귀를 막아버렸습니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전 그 기사를 보지 못합니다. 사고의 정황도 남편이 알아보고 일처리를 다 해주었습니다. 전 동생의 사고를 상상하고 싶지 않았기에 관련된 이야기엔 눈과 귀를 막아버렸습니다.


경찰들과 사고 현장에 다녀온 남편이 동생의 유품을 가져왔습니다. 동생이 끼고 있던 반지와 지갑, 귀걸이 한 짝이었습니다. 경찰분들 말씀으로는 그것도 피가 많이 묻어 있었고 사고 현장이 너무 처참해 찾기 힘들었는데 남편이 열심히 찾아 준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반지와 귀걸이는 추모공원에 같이 두었습니다. 저와 달리 액세서리를 참 좋아했던 동생이 늘 끼고 있던 반지였습니다.



그리고 슬픔을 위로할 새도 없이 현실적인 문제들이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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