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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inity Lee Apr 25. 2024

문화적 차이라고 봐야 할까...

2024.3.23.


분명히 그 학부모는 껌을 씹고 있었다. 자녀의 학교 선생님을 만나는 자리에서이다.


오늘 중국에서 온 여학생이 우리 학교에 입학한다. 내가 한국어학급 담임이 된 후 처음 받는 학생이다. 학적 담당 선생님(학생들의 전학, 편입학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교사)은 한국말을 전혀 못하는 학생이라고 전해주었다. 내일부터 학생은 정식으로 등교할 것이다. 


오늘은 오후에 학부모와 학생이 와서 교복 구입, 교과서 배부, 담임교사와의 인사 등 학교 생활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받기로 했다. 학생은 엄마와 이모와 함께 한국어학급 교실로 들어왔다. 엄마와 학생은 한국어를 몰랐고 이모는 한국어가 유창했다.


한국어 능력과 별개로 학교에 대한 통역은 한국 학교에 대한 지식이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예전에 한국학교를 다닌 한국인조차도 요즘 학교 시스템은 어려워한다. 아무리 학생의 이모더라도 한국학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 학교 생활에 대해서 통역한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 한다.


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 정식으로 공문을 보내어 통역을 의뢰했다. 이 자리는 외국인 학부모에게 한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이고, 우리 학교는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한국어 학급이 설치된 학교이다. 그만큼 많은 사례와 경험을 가진 학교이기도 하다. 


나는 하루종일 학생에게 안내할 것과 확인할 사항과 자료를 준비하는데 몰두했다. 한국어학급을 처음 맡은 초짜 교사이지만 전문가로 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이 자리는 외국인 부모가 한국 교육을 처음으로 접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적당히 점잖고 품위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커피 물을 올렸다.


그런데 분명히 껌을 씹고 있었다. 학생과 함께 들어오는 두 보호자, 학생의 어머니와 이모가 껌을 씹으며 들어왔다. 감추려 하지 않고 대화 내내 당당하게 껌을 씹었다.


당황스러웠다. 중국에서는 이 정도는 괜찮은 건가. 한국에 온 지 6개월쯤이면 점잖은 자리에서는 껌을 씹어서는 안 된다는 건 알지 않을까. 한국에서는 예의가 아니라고 말해주어야 할까. 이러저러한 생각이 스쳤다. 통역 선생님이 도착했다.


생각이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다가 직업병이 도지고 말았다. 자기 검열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사제 간에 맞담배도 피우고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경기 중에도 TV 카메라 앞에서 껌을 씹던데 학부모의 껌 씹는 행동을 가지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나만의 편견이지는 않을까. 저 사람들만 저러나 아니면 이게 문화적 차이일까. 내가 부족해서 이렇게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가.

  

내가 준비해 놓은 질문지와 안내자료를 보며 통역 선생님이 대화를 주도했다. 통역 선생님은 중국 출신이고 교육청에 채용된 직원이기에 학교와 교육시스템에 대한 안내를 아마 나보다 더 잘하고 있을 터이다. 중국어로 진행되는 열띤 대화 속에서 중국어를 모르는 나만 소외되어 껌에 매몰되어 있었다.


학교 생활을 설명하고 학생 인적 사항과 서류를 확인하고 선택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까지 두 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들은 계속 껌을 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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