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번째 글/D17
친구 J양을 떠올려봅니다.
그녀는 대학교 같은 과 동기였고, 우리는 이름이 비슷해서 앞뒤 번호였지요. 거의 신입생 오티 정도, 만난 지 한두 번 밖에 안되었을 때부터 우리는 친해졌답니다. 성향이나 좋아하는 것들, 쿵작 이 잘 맞았죠. 게다가 등교하는 지하철 노선도 같았고 세 정거장밖에 차이가 안 나서 우리는 아침에 만나서 같이 등교하고 저녁까지 함께하다 헤어지는 완전 단짝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저보다 호기심이 많았고, 그래서 관심을 가는 영역이 많았고, 사람들도 두루두루 사귀는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딜 가거나 무엇을 시작할 때 저에게 함께 할지 물어보면 전 그녀가 하는 제안은 거의 다 받아들였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그녀의 호기심과 활동성 덕분에 저 역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대학생 시절 과외비 모아 매년 떠났던 배낭여행들은 모두 그녀와 함께였고, 스노보드도 그녀와 함께 배우기 시작해서 같이 보드 수업도 듣고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겨울 방학 내내 스키장에 콕 박혀 지내기까지 했답니다. 쇼핑도 좋아해서 종종 그녀와 함께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누비기도 했지요.
그리고 J양은 대학 졸업과 함께 유학을 가게 되었고, 우리는 더 이상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 그녀는 지금까지 계속 외국 생활중이랍니다. 그래도 그녀가 파리에서 공부 중일 때 제가 파리로 휴가를 가서 같이 지냈고, 그녀가 LA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 제가 LA로 휴가를 가서 그녀를 만났지요. 서로 참 멀리 떨어져서 살았지만 각자의 결혼식에도 참석할 수 있었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은 3,4년밖에 안되지만, 워낙 매일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했었다 보니, 그리운 친구, 하면 그녀가 제일 먼저 떠오르게 되네요.
그러나 둘 다 아이를 낳고 엄마라는 역할이 더해지면서 그 후로는 사실 자주 연락하기도, 만나기도 어려워졌어요. 그녀가 어쩌다 한국에 들어오는 때에도 겨우 시간을 맞춰서 만나는 정도랍니다. 얼마 전에 그녀는 독일에서 둘째 아이를 낳았는데, 새로운 일도 시작하게 되어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오랜만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야겠네요. 최근 몇 년 동안 못 만난 그녀가 보고 싶은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