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a Feb 04. 2018

어느 일요일의 일기

열여덟 번째 글/D18


주말에는 개인 시간이 없다. 맞벌이 부부인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 이렇게 세 가족은 주말마다 거의 대부분의 것을 함께 한다. 그래서 혼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이 채 5분을 넘기기 힘들다. 게다가 오늘은 시아버지의 칠순 생일 파티를 하는 날이었기에 하루의 절반을 시댁 식구들과 함께했다. 덕분에 오늘의 글에 고민할 시간은 정말 1분도 확보할 수가 없었다.


주말의 할 일들을 대충 끝내고(그러나 너무 귀찮아서 싱크대 소독 못한 것은 함정) 지금 일요일 밤 11시, 이제야 침대에 랩탑을 들고 앉았다. 


오늘의 글 주제는 '소장하고 싶은 글'이었는데, 아무리 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음, 주말이라 그랬다기보다는, 평상시에 책을 보면서 글을 소장하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랬을 가능성이 더 크지만. 하여튼 그래서 소리 내어 '아 오늘 글 뭐 쓰지?'라고 했더니, 남편과 아이가 오늘은 주제가 뭐냐며 물어본다. 기억에 남는 글을 쓰는 거랬더니, 아이가 '마법천자문'(본인이 열심히 읽고 있는 초등학생용 한자 학습 만화책)에 대해서 쓰라고 조언해준다. 남편은 본인이 책 읽을 때 적어두는 노트가 있다며 찾아서 열심히 읽어준다. 정말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적극적인 이들인데, 실상은 둘 다 나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쪽의 이야기를 듣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내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한시간만 나를 내버려둬 줬으면...




여기까지 쓰는데 30분 걸렸다. 남은 30분 동안 획기적인 주제를 잡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불가능할 것 같다. 처음엔 침대에 기대어 앉아있었는데 지금은 반쯤 누워있다. 피곤하고 덥고 졸리므로, 여기서 눈만 감으면 바로 꿈나라로 직행할 것만 같다. 


그런데 아이가 잠이 안 온다며 다다다 달려온다. '엄마 잘 돼가?'  

이눔자식 11시 반인데 아직도 안 자다니 ㅠ_ㅠ 

이 상황에서 글은커녕 뭔가에 집중하는 것은 무리다... 이만 글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리운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