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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a Feb 06. 2018

죽음에 대한 무겁지 않은 단상

스무 번째 글/D20


#1

보험설계사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남편분의 종신보험 보장 금액이 너무 적네요. 혹시나 남편이 사망하게 될 경우 몇 년간의 생활비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 금액을 더 올리는 게 좋겠습니다." 가만히 듣다가 내가 질문했다. "재혼하면 되지 않을까요?" 보험설계사가 뜨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종신보험은 증액하지 않았다.



#2

가끔은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해볼 때가 있다. 14층 베란다에서 1층을 내려다보다가도, '여기서 떨어지면 죽겠지?' 라던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저 멀리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자동차를 보며 '저 차에 치이면 죽으려나?' 라던가, 나이가 들어 호호 할머니가 되기 전에라도 언제 어디서든 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만약에 내가 잠시 후에 죽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삶이 너무 간절하거나 못해본 것이 많아서 아깝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죽음이 닥쳐도 의연히 받아들이자고 생각한다. 다만, 아이 생각은 간절할 것 같다. 내가 떠나고 난 후 아이가 힘들까봐 너무 걱정이 될 것 같다.



#3

비행기를 타다가 터뷸런스 겪을 때는 좀 무섭다.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이 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비율보다 훨씬 작다고 하더라도, 내가 탄 이 비행기가 잘못되어 추락이라도 한다면 여기에 탄 인원들은 100% 사망 확정인 것 아닌가. 비행기가 하늘 위에서 폭발할까? 아니면 바닥까지 낙하해서 추락하게 될까? 뭐가 되든 지금 너무 높은 하루 위라서 무슨 일이 생기면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것이 더 무섭게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비행기를 탈 일이 생기면 여행자 보험을 꼭 든다. 물론 죽은 나에게 보상금은 필요 없지만, 남은 가족에게는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4

나의 죽음에는 의연하고 싶지만, 소중하거나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에 의연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분을 글로 적기엔 나의 내공이 아직 부족하다.



#5

옆에 누워 게임을 하고 있는 남편에게 물어본다. "내가 죽으면 재혼할 거야?"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남편이 날 쳐다본다. "읭?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오늘의 주제가 그거야?" 

음, 남편은 생각 안 해봤구나. 그러나 재혼을 할 건지 안 할 건지는 끝내 대답을 안 한다. 내가 죽었는데 남편이 재혼하면 서운할까? 단지 재혼했다고 서운할 것 같지는 않다. 남은 사람들은 또 어떻게든 살아야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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