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회 이상 크루즈를 직접 타보니..
'크루즈 여행'의 이미지는 바닷바람이 살며시 불어오는 갑판 위에서 수평선에 닿을 듯한 황금빛 석양을 바라보는 노부부(아마도 은퇴 이후로 보이는)의 뒷모습이 떠올랐다. '럭셔리한 꿈의 여행'을 홍보하는 이미지에서 봤음직한 분위기였고, '평화롭게 바다 위를 떠다니는 크루즈 여행이 과연 재밌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당시 한창 익사이팅한 여행을 즐겼던 발랄했던 시절답게 동생의 제안에 대뜸 이렇게 대꾸한 것도 부족해서
"아직 우리가 크루즈에 갈 정도(나이)는 아니지 않아?"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배에는 코스로 제공되는 식사에 다양한 액티비티와 수준급의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믿기지 않는 정보를 간단하게 안내한 후 "직접 알아봐"라는 동생과 대화를 마쳤다.
유럽의 인기 기항지 중 하나인 몰타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동생은 한국에서 보다 크루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접할 수 있었고 현지 여행사에서 받아놓은 대략의 견적은 국내 여행사의 1/3 정도 가격밖에 되지 않았다.
'크루즈 여행'이라는 검색 결과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주로 해외의 자료에서 도움을 받았고, 가족 친화적인 여행, 크루즈 안에서 아이스쇼를!, 선상 암벽 타기 도입, 등 인터넷에서는 믿기 어려운 정보들을 밤새 쏟아냈다.
"가보고 싶어, 그 크루즈. 그리고..... 엄마도 같이 가신대."
이렇게 세 모녀의 첫 크루즈 여행은 하룻밤 새 결정됐다.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대부분 '크루즈 여행'이라고 하면, 타이타닉 같은 호화 여객선 혹은 황혼여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 기회에 크루즈 여행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풀어보고자 한다.
NO.................... or YES
크루즈 여행 역시 다른 여행들의 준비과정과 마찬가지로, 미리 예약할수록 가격은 내려가고, 직접 발품을 팔면 가격은 더욱 내려간다. 교통, 숙박, 식사가 포함된 요금인 크루즈와 동일 지역의 자유여행/혹은 패키지여행의 비용과 직접 비교했을 때 크루즈 여행이 더 저렴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 크루즈 여행이 시작되는 모항이 없어 크루즈 여행을 위해서는 어쨌든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이 부분이 서양과 같은 크루즈 여행의 대중화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지중해 크루즈 비용은 얼마 정도 하나요?"
크루즈 요금은 탑승 시기, 기간, 캐빈(룸) 타입과 위치에 따라 요금은 천차만별.
크루즈 내 위치,크기,수용인원 등 44개로 나눠진 카테고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니 동일한 크루즈 항차에서도 캐빈에 따라 가격이 두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대부분 NO!
'럭셔리'라는 단어는 크루즈와 항상 쌍을 이뤄 소개되는데, 국내에 소개된 대부분의 크루즈는 럭셔리보다는 캐주얼 쪽에 더 가깝다.
크루즈의 등급은 크게 대중적 Contemporary, 프리미엄 등급 Premium, 업스케일 Upscale, 럭셔리 luxury로 나뉘며 규모, 수용인원, 승객과 승무원의 비율 등의 차이가 생긴다. 럭셔리 등급의 모든 객실을 스위트 형태로만 제공된다.
로얄캐리비안 크루즈사의 브랜드를 예로 들어보면, 로얄캐리비안 크루즈 - 셀러브리티 크루즈 - 아자마라 크루즈 - 실버시 크루즈 순으로 등급이 높아질수록 보다 고급스럽고 세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부분 NO!
바다 위를 평화롭게 떠다니는 크루즈 위에서 수영과 선탠을 하고 여유롭게 선탠 의자에서 책을 보거나,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며 여유로운 식사를.....????
"아.. 바쁘다 바빠!"
크루즈 여행의 실상은 너무 바쁘다.
오전 7시 스트레칭 혹은 요가 클래스 참석 후 가볍게 샤워
오전 8시, 아침식사
이미 크루즈 선박은 새로운 기항지에 도착해서 하선 준비에 한창이 시간.
오전 9시 ~ 오후 5시 기항지 관광
"유럽에 언제 또 올 수 있겠어?" 매일매일 기항지 투어 강행군.
오후 6시, 저녁식사
웨이터의 세밀한 서비스를 받으며 3코스의 식사를 하다보면 어느새 2~3시간이 훌쩍.
오후 9시, 대극장 공연
큰 스케줄 사이사이 소소한 액티비티에 참가하는 등 숨이 턱에 찰 정도로 빠듯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바빴다.
크루즈 일정 중 빠질 수 없는 '해상일 Sea Day'은 기항지에 정착하지 않고 종일 항해하는 날로, 다양한 이벤트와 본격적인 크루즈의 시설들을 즐길 수 있는 '크루즈 여행의 꽃'이라 불리는 날이지만,강행군의 여파로 썬배드에서 종일 잠들어버렸던 첫 크루즈 여행의 경험이 선명하다.
몇 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크루즈 선박인 '심포니호 Symphony of the seas'의 출항 일정에 맞춰 다녀왔고,
오롯이 크루즈만을 즐기기 위해 일정의 상당 기간을 크루즈 선박 내에서만 머물렀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투어를 떠난 크루즈는 하교시간 이후 학교의 모습 같은 스산함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항상 축제 분위기인 크루즈 안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적막함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크루즈를 직접 이용해보니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여행보다는 가족끼리 친구들끼리 편리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캐주얼한 여행의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YES!!
내가 생각하는 크루즈 여행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전부 준비했어". 이다
남녀노소, 취향이 각기 다른 대부분의 승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여행 방법 중 하나는 단연 크루즈 여행을 꼽을 수 있다.
영아, 유아, 청소년을 각기 수용(?)할 수 있는 키즈클럽은 나이 대에 맞게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고, 혼자 온 여행자, 허니문 혹은 성소수자 등 다양한 여행 타입에 따른 이벤트가 제공된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테마별로 선택할 수 있는 클럽이,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도서관, 영화관, 재즈 클럽 등 취향 껏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매력적이다.
NO!!
현재 크루즈 업계는 보다 크게, 혁신적인! 상상 그 이상의 혁신적인 크루즈 선박들을 출시하며, 하이테크 크루즈 전성시대를 열고 있다.
범퍼카, 실내 스카이다이빙 '아이 플라이', 실내 서핑 '플로우 라이더' 등 최신 액티비티들과 로봇 바텐더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드론 쇼의 최신 기술들에 눈이 휘둥그레 지기도 한다. 새소리를 들으며 센트럴파크를 산책하다 보면, 이곳이 '배' 안임을 느끼기 어렵게 만든다.
아니, 배 안에 공원이라고??
세계 최대 크루즈인 심포니호 Symphony of the Seas는 23만톤 규모로 362m의 전장과 62m의 전폭, 총 18층, 총탑승객은 6,780명, 총승무원은 2,175명으로 동시에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언뜻 규모가 가늠이 되지 않지만, 100m 달리기를 세 번 해도 닿을 수 없는 길이라고 하면 보다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이 정도 되면 배라고 하기보다는 작은 마을보다 더 큰 규모이지 않을까?
18개의 레스토랑, 14개의 바와 라운지, 4개의 메인 풀과 수많은 월풀(자쿠지), 워터슬라이더, 2개의 플로우 라이더, 2개의 암벽등반 코스, 짚라인, 실내 스케이트, 회전목마 등등등 이쯤이면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염려보다는 오히려 모든 시설을 이용하지 못할까 더 염려되기도 한다.
'헤어스프레이', '그리스', '맘마미아' 등의 오리지널 브로드웨이 뮤지컬 공연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 즐길거리 중 하나이다.
무엇을 좋아할지 몰라 전부 준비했어.
크루즈 여행을 표현하기에 이 이상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다음 화에서는 크루즈 여행의 장/단점과 보다 합리적으로 다녀올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