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직업
"아... 부장님... 저를 생각해주시고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좋은 기회네요.
그런데... 제가 아무래도 아직 6개월밖에 안된 아기를 떼어놓기가 너무 어려워요...
다음에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다른 기회로 일할게요..."
"아....... 민주 씨, 이 타이밍에 사회로 복귀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텐데.....
그래도 민주 씨가 그렇게 판단한 거니까 어쩔 수 없지. 알았어요. 다음에 봐요."
인턴으로 잠깐 일했던 광고대행사 부장님한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었다.
내가 결혼하고 출산하면서 휴직 상태라는 것을 전해 들으시고는 괜찮은 자리가 있으니 포트폴리오를 보내서 지원하라는 연락이었다. 휴직한 지 6개월도 넘었는데 내가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감동이었고, 나를 잊지 않고 챙겨준 부장님에게도 감동이었다.
그렇게... 부장님의 제안을 당돌하게도 거절하고 10여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다음"은 돌아오지 않았다.
대학교 발달심리학 시간에 애착에 대해서 배웠었다. 유아는 인생 초기에 주양육자에게 강한 감정적 유대감인 애착을 형성하는데 그 애착의 종류가 안정적일 수도, 불안정적일 수도 있다. 불안정한 애착관계가 형성된 유아는 주양육자와 잠시 동안이라도 떨어져 있게 되면 분리불안을 겪으며 고통스러워한다고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아이에게 분리불안이 있었던 것 같다.
6개월짜리 모유 수유하는 아기를 어떻게 떼어놓고 일을 하러 가나...
생각만 해도 막막했다. 머릿속으로는 회사에 복직해서 일을 하는 내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지만, 내 몸은 자꾸만 아기를 들여다봤다.
아기를 돌보는 일은 고통스러우면서 달콤했다.
서툰 초보 엄마의 첫 모유수유는 만만치 않았다. 지금 돌이켜 떠올려도 몸서리치게 고통스러운 젖몸살과 유두의 끝부분이 찢어지는 아픔이 반복되었다. 게다가 서툰 초보 엄마는 잠이 얕은 예민한 기질의 아기를 돌보느라 매일매일 수면이 부족했고 가까스로 버텨내는 가혹한 하루하루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보들보들하고 뽀송뽀송한 아기를 끌어안고 온 몸으로 그 촉감을 느낄 때나 아기가 옹알거리며 천사처럼 웃어줄 때에는 파도처럼 몰아치는 기쁨에 황홀하기까지 했다.
13년이라는 시간.
나는 그렇게 '엄마'라는 직업을 가지게 됐고, 장기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