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밥

엄마 밥이라는 굴레, 엄마 밥이라는 축복

by YJ

초등학생 아이의 어버이날 카드에 늘 빠지지 않고 최우선으로 등장하는 내용이 있다.

“엄마, 맛있는 음식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 밥이 최고예요!"

내가 해주는 밥에 대한 나름 구구절절한 감사인사를 받으며 이상하게 만감이 교차한다.
내가 이 아이에게는 밥을 맛있게 해 주어서 감사한 존재로구나. 당연하게 여길 수도 있는데 감사하다니 고맙네.

그런데 아이가 엄마에게 감사할 것을 떠올릴 때 다른 무엇보다 엄마가 해주는 밥이 우선으로 떠오르는구나.

전업주부 엄마이니 아이에게 보여준 모습의 많은 부분이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으니 엄마를 떠올리면 당연하게 엄마 밥이 먼저 떠오를 수 있겠지.

그런데 만약에 내가 전업주부가 아니라 아이의 밥을 늘 챙길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면 아이는 나에게 무엇을 먼저 감사하다고 했을까?


윤여정 배우님이 오스카상을 수상하고 언론 인터뷰에서 본인의 아이들이 엄마가 너무 바쁜 나머지 엄마 밥 맛있는지 모르고 컸고, 그래서 아이들한테 미안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인터뷰를 들으며 따뜻하고 맛있는 엄마 밥과 엄마의 성공적인 사회생활은 진정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거구나 싶었다. 엄마가 사회생활을 할 때 무언가 희생되는 것 중에 엄마 밥이 분명히 포함되는구나.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 한 끼가 누군가에게, 또한 나한테도 역시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히 인정하고 내 새끼들한테 따뜻한 밥 한 끼 잘 먹이면 마음이 든든하긴 한데 엄마 밥에 발목 잡혀서 집을 맴도는 나 같은 전업주부는 뭔가 서글프고 많이 아쉽다.
이 서글픔과 아쉬움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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