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엄마 (10)

민주의 속마음

by YJ

행복했던 걸까?

13년의 세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1년이나 더해지는 시간 동안.

민주를 버티게 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아이들 소우주의 중심을 열정적으로 자처할 수 있게 했던 것일까?

도대체 왜 민주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자신을 뭉텅이로 온전히 갈아 넣어서 아이들을 키워왔을까?

세상에 뿌리내리게 한 씨앗을 잘 키워야 한다는 책임감이었을까?

불타오르는 모성애였을까?

남들 다 하니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그런데! 어째서! 왜!

지금에서야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느끼고 있는 걸까?


13년을 엄마로 살았던 민주는 20년 전의 고등학생 민주를 자꾸만 소환한다.

가능성과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그때의 민주.

고등학생 민주는 13년을 엄마로 산 민주의 모습을 부정한다. 그럴 리가 없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어......


옷을 갈아입듯이 손쉽게 상황이 바뀔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의 남편이 민주가 다니던 회사 로비에서 야근을 반대하며 훼방을 놓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르게 살고 있을까? 왜 민주는 그때 남편의 훼방에 무너졌던 것일까? 버틸 수 있던 거 아닌가? 의지가 약했던 것일까? 혹시 민주 마음속에서 뱃속의 아이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기에 남편의 훼방을 기회 삼아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내린 건 아닐까? 남편의 반대와 훼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는 것. 지금 이렇게 살게 된 건 다 남편 때문이라는 것은 핑계이지 않은가?


여전히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방황하고 있다.

도대체 이 방황은 언제쯤 마무리 지어질까?


모든 것이 민주 자신의 탓인 것만 같다.


오은영 교수가 그랬지. 아이들에게는 기적적인 자기 회복력이 있다고.

그렇다면 엄마가 지금 이렇게 힘들어하고 아이들이 그것을 바라보고 있어도 아이들은 진정 기적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집안을 떠도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아이들을 누르고 있다.


안다.

아이가 왜 저렇게 불안하게 행동하는지.

공기로 전해지는 이 어두운 에너지가 저 아이들에게 어떻게 손을 뻗치고 있는지.

그래도 너희들은 회복하겠지...

그렇게 믿어야 민주가 산다.


'민주 씨, 잘 생각해봐. 지금 하는 선택이 맞는 건지.'

13년 전 상사가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그때 했던 선택이 맞는 게 아니라면 어쩌지.

이제 와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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