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엄마 (9)

아이의 독립 (엄마의 독립)

by YJ

"엄마~ 그냥 원래대로 차로 데려다주면 안 돼? 버스 타고 다니기 싫단 말이야."


항상 집에 있는 엄마, 내 스케줄에 맞춰서 따라다녀주는 엄마에게 길들여진 아이는 필요할 때마다 언제든지 곁에 있던 엄마의 호흡에서 벗어나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 눈치이다. 평상시 학원을 오갈 때에도 엄마가 운전하는 자동차의 뒷좌석이 익숙한 아이에게는 몇 정거장 안 되는 거리이더라도 버스는 낯설고 불안하다.


"지원아,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져도 버스 타고 다니는 것에 익숙해지면 이것도 괜찮게 느껴질 거야."


민주는 중1 아이를 아기처럼 달래 본다.


십여 년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던 집안일이 아닌 물질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바깥일을 해야겠다고 어렴풋이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도 민주에게는 지난한 번복과 무수히 많은 불면의 밤을 필요로 했다.

마음먹기 조차 쉽지 않았는데 그 마음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이 하나부터 열까지 녹녹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쳇바퀴를 굴리는 다람쥐처럼 매일 아침 해가 뜨고 청소기를 돌리고 음식 준비를 하다 보면 훌쩍 오후 시간이 다가와있다. 틈틈이 구인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적당한 일거리를 찾아보는데 깨알 같은 조건들을 비교하다 보면 소득은 없이 눈만 아프다.

구직사이트에서 대부분의 모집공고를 차지하는 아침 9시 출근, 6시 퇴근의 일자리를 해내려면 우선 갖춰져야 하는 조건이 있다. 민주에게는 가장 어렵고 까다롭게 느껴지는 조건.

9시부터 6시까지. 아니, 출퇴근시간까지 합하면 8시부터 7시까지의 엄마의 공백을 대신 채워줄 수 있는 아이들의 독립적인 생활.

엄마가 집에 있으면서 챙겨주는 식사, 간식, 숙제 확인들은 어느 정도 아이들의 독립성과 자발성에 맡겨서 해결을 하더라도 거리가 있는 학원에 아이가 혼자서 통학하는 것은 당장 훈련을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는 중학생이다. 더 이상 엄마의 울타리로 감싸 보호하며 키워야만 하는 나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도 민주를 위해서도 이 방향이 옳다.


너무 오랫동안 한자리에 머물렀다.

아무리 밀어 넣어도 꾸역꾸역 올라오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체기를 언제쯤 끄집어낼 수 있을까.

아이가 버스를 타고 혼자서 학원을 다니는 것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을까?

민주는 문득 궁금하다.

'아이의 독립도 필요하지만 나도 아이에게서 독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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