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엄마 (4)

한 살 엄마

by YJ

한 살 엄마

"나 아무래도 대학원에 가야 할까 봐."

하루 종일 우중충한 얼굴로 시무룩하던 민주가 빵빵하게 부풀어있던 풍선에서 마침 구멍이 난 것처럼 내뱉은 말이다.

오늘따라 회사에서 상사한테 몹시 시달리다 돌아와서 마침내 갑옷 같은 정장을 벗고 식탁에 앉아서 한숨 돌리려던 남편은 뿌루퉁한 얼굴로 총알같이 대답한다.

"그래? 그럼 나는 공무원 시험 준비할래."


오늘도 민주는 7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볕이 좋은 시간을 골라 동네 놀이터 투어를 하고, 이유식을 먹이고, 집 청소를 하고, 아기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 새 이유식을 만들고, 놀이터에 나간 김에 분식집에 들러 점심으로 먹으려고 사 온 김밥을 저녁 시간이 거의 가까워서야 반 정도 우걱우걱 먹고 있는데 아기가 낮잠에서 깨어나서 먹는 둥 마는 둥 치워버리고, 깨어나서 울고 있는 아기를 달래는 여느 때와 같은 비슷한 하루를 보냈다.


대학생 때 민주는 심리학을 사랑하는 심리학도였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자금을 마련해서 심리학을 공부하러 유학을 가려는 목표가 있었지만 민주의 목표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어쩌다 보니 서둘러 결혼해서 전업주부가 되었다. 20대 전업주부 엄마인 민주는 언젠가는 사회에서 자신의 일을 찾고 복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스스로를 달랬다. 그러나 그런 막연한 생각 속에서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고 아기가 크면 클수록 복직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멀게만 느껴졌다. 이대로 영원히 집에서 전업주부 엄마로 아기를 키우다가 할머니가 될 것 같다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주기적으로 몰려왔다.


그렇게 불안감과 위기감이 민주를 삼킬 때에는 이토록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기도 귀찮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기가 귀찮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감정이라며 그런 생각 자체를 몰아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사라지지 않았고 가슴속에 둥둥 울리는 죄책감에 너무 괴로웠다. 아기에게 그런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안아주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놀아주었지만, 민주의 가슴 한 구석에는 자주 시린 바람이 불었다.


요 몇일 동안 내내 고민을 하다가 남편한테 큰맘 먹고 했던 말이었는데 남편의 총알같이 돌아온 답변이 민주의 가슴 을 할퀸다.

"뭐라고?"

"응. 네가 대학원에 가면 나는 지금 회사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 준비할래. 지금 회사 다니는 거 너무 짜증 나고 힘들어. 왜 나만 힘들어야 돼?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니까 나도 하고 싶은 거 하겠다고."

갑자기 숨이 턱 막힌다.

'이 남자가...'


이 집에 사는 아기도 한 살이지만, 엄마, 아빠도 한 살이다. 엄마, 아빠를 시작한 지 한 살.


딱 한 살짜리들이 생각할 수 있는 만큼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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