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분해토마토스튜
오늘은 민주의 아이들이 둘 다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듣는 날이다.
아침 먹은 식탁을 대충 치우자마자 양파, 토마토, 감자, 당근 등 야채를 씻고 도마를 촤악 꺼내서 또각또각 칼질을 시작한다. 오늘 점심 메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토마토 스튜이다.
민주는 집 청소와 빨래, 식사와 간식 챙기기, 아이들 스케줄 관리, 숙제 도와주기, 학교나 학원 데려다주기 같은 대부분의 집안일들을 담당해서 했지만, 코로나 팬더믹으로 아이들이 집에서 원격으로 수업을 듣게 되면서 코로나가 없을 때는 하지 않던 일이 하나 더 늘었다.
그건 바로 매일 아이들의 점심 식사 챙기기.
중학생인 첫째 아이는 12시 반부터 1시간,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는 12시부터 50분 동안 점심시간인 셈이다.
점심을 먹고는 오후부터 다시 수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점심식사를 챙겨줘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같이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상황과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은 식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큰 차이가 있다. 시간에 맞춰서 점심을 짠! 하고 대령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꾸물거리다가는 식사 준비가 늦어진다.
13년차 전업주부의 내공을 발휘해서 능숙한 솜씨로 야채를 썰고 있는데 어제저녁 큰 아이가 풀던 수학 문제집의 내용들이 문득 떠오른다.
순환소수, 지수, 인수분해, 1차 함수....
중학생이 되면서 풀어내야 하는 수학 문제의 난이도와 양이 훅 늘어서 힘들어한다.
그 덕에 옆에서 지켜보다가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민주도 같이 들여다보기도 한다.
중학생 때 민주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었다.
누가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혼자서 문제집을 끌어안고 낑낑거리면서 틀린 문제는 지우고 또 풀고 지우고 또 풀었다.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러우면서도 어느 순간 틀리던 문제를 안 틀리게 됐을 때 느꼈던 짜릿한 희열감이란!
중학생이 된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민주의 치열했던 중학생 시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그런데 한편으론 열심히 공부했던 그때의 그 시간들이 원래부터 없었던 시간이었던 것처럼 집에서 살림하며 시간 맞춰 점심을 준비하려고 동동거리는 지금의 모습이 겹쳐진다.
민주는 괜스레 한숨을 푹 내쉬며 솟구치는 여러 가지 감정을 꾸욱 꾸욱 눌러본다.
그리고 다시 또각또각 정성 들여 야채들을 썰며 혼자 조용히 읊조린다.
"내가 써는 이 당근은 순환소수 당근이고, 이 양파는 1차 함수 양파이고, 저 토마토는 인수분해 토마토이고......"
그렇게 민주의 중학생 시절 열공했던 수학을 한 끼 점심에 담아낸다.
민주의 인수분해토마토스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