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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수 간호사 Nov 21. 2020

51번째 감사일기 - 수술이 많았던 어느 날 오후

20.10.19 고대안산병원 간호부 감사일기 챌린지

이날은 이브닝 근무 전부터 잔뜩 긴장했다. 내가 맡은 방에 수술 환자 4명이 있었는데 내 듀티 안에 4명의 POST OP 환자를 받아야 했다. 그중 3명의 환자는 메이저 수술을 한 환자였고, 1명의 환자는 응급 수술 환자였다. 아직 수술방으로 출발하지 않은 환자도 두 명이었다. 작년에도 동시에 세 명의 수술 후 환자 간호를 했을 때 굉장히 바빴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매우 염려되었지만 정신만 바짝 차리면 잘 해낼 수 있다며 굳게 마음을 다지고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짐도 잠시,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펼쳐졌다. 쉴 새 없이 울려오며 나를 재촉하는 전화들, 수술 후 극심한 통증과 구역감으로 인해 동시에 울려오는 콜벨, 입원환자 간호, 정규 업무 등으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마취과에서 빨리 수술을 내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직접 환자를 내리려고 복도에서 급하게 움직이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까지 했다. 나 혼자만의 의지와 노력으로는 불가능했고, 나에게 주어진 중요한 업무들을 시간 내에 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바로 그때 동료들의 도움이 있어서 무사히 주어진 일을 할 수 있었다. 함께 근무 중이었던 OO선생님, OO선생님, OO선생님 등 모두가 많은 입원환자를 받고, 응급상황, 사망환자가 있어 바빴음에도 나에게 계속해서 와서 도와줄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업무와 보호자 응대를 도와주었다. 인계 시간은 다가오고 머릿속에 해야 할 일들은 산적한데 내 몸은 하나고 시간은 한정되어있기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는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업무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이다.


감사일기를 쓰기 전에는 선후배, 동료 간호사들이 나를 도와주었던 일들보다는 인계 시간에 했던 날카로운 말이나, 그들이 빠뜨린 업무로 인해 힘들었던 기억이 머릿속에 더 오래, 길게 남았다. 인간은 주변 사람에 대해 감사하고 행복한 기억보다는 부족한 점을 오래 기억하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날 알게 되었다. 내가 서운함을 느끼던 동료가 오늘, 그리고 지나온 날들에 나에게 수많은 위기와 곤경이 닥쳤을 때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바로 그 사람이었음을.


앞으로도 감사일기를 쓰며 감사함을 느낀 순간순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내가 느낀 감사를 놓치지 않고 꼭 보답하고, 더 많은 사랑으로 돌려주고 싶다. 사랑과 배려만이 우리가 마주하는 곤경을 이겨낼 힘을 주고 마음의 상처들을 치유시킨다. 나도 나의 일터와 삶의 공간에서 누군가가 좌절 또는 상처 받거나 넘어지지 않도록 먼저 손 내밀고,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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