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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서여행가 안젤라 Sep 03. 2020

아빠는 나 혼자 보라고 했다.

책과 아빠

2년 전 가을, 덕수궁에 ‘고종의 길’이 재현된다는 문구를 보며 내 부모님의 길은 어떠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그날 이후 친정에 가게 되면 평소에 잘 물어보지 않던 질문들을 툭 던졌다.


“아빠, 엄마는 선을 봐서 결혼했잖아? 왜 선을 보게 됐어?”하는 식으로 말이다.

의외로 아빠는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을 해 주셨다.
“네 엄마 육촌 오빠하고, 아부지하고 잘 아는 사이였거든. 하도 선을 보라고 해서 그래서 봤지. 선을 본건 그때가 처음이야”
신기하고 재미있는 대답들이었다.

감질나게 이렇게 하나씩 말고 어떻게 하면 왕창 알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마미북&대디북 이라는 writing book북을 알게 되었다.
‘그래, 이거야!’

부모님이 우리에게 전해주지 않으면 영영 모를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기길 바라며, 꼭 적어 주십사 하는 내용을 적어 책과 함께 선물로 드렸다.

 달쯤 지났을까?
친정에 갔더니 아빠가  이름을 부르며  책을 나에게 다시 주셨다.

쑥스러워  적으시겠나 보네하며 다시 받아  책인데 아빠의 손글씨가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
너 혼자만 라  그제서야 이 책이  완성되었음을 눈치챘다.
책을 적어서 주시길 바랐지만,  적어주실 줄은 몰랐기에 순식간에 감동이 밀려왔다. 혼자만 보라는 아빠의 말을 지키 집에 돌아와 두가 잠든 밤에 혼자 읽기 시작했다.
그래 였을까?
코끝이 시큰거려 읽다가 자주 멈춰야 했다.  속에는 내가 몰랐던 아빠의 꿈과 사랑, 나를 기르면서 느꼈던  등이 아빠 특유의 무뚝뚝한 말투 그대로 적혀 있었다.  속의 아빠는 어린 시절의 우리를 기억하고 계셨다. 우리가 당신을 “아빠라고 불러줄  느꼈던 행복감을,  내가 아빠를 알아보고 처음 웃어주던 그날을 적으셨다.  아이의 엄마가  내가 어찌  마음을 모를까.

그땐 느낄  없었던 아빠의 감정을 시간을 관통하여 느낄  있었다.

나를 마음 아프게  부분은 아빠의 단점 적힌 페이지였다.
아빠는 내성적인 성격,  수가 적은 것을 단점으로 적으셨다.

나도 내성적인 성격이기에 그것이 불편할 때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더더욱 그것을 지금까지 단점으로 여기고 계시다는 것이 마음 아팠던 것이다.

뭔가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

내가 읽었던  중에 남인숙 작가님의 <사실, 내성적인 사람입니다>라는 책이 있다.
나는  책을 읽고 치유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빠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졌다.
그래서  책의 내용  내가 감명받았던 부분과  생각을 적어 아빠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나도 내성적인 성격이 단점인  알았는데,  책을 보며  이상 단점으로 여기지 않게 되었다고. 나는 아빠로부터 물려받은 나의 내성적인 성격을  살려 글을 쓰겠다고 그렇게 적어 보냈다.

글씨     보고 싶다 내용을 보고는 <글씨 교정 노트> 사서 보내드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아주 좋았다.

보내준 글을  읽었고, 열심히 글씨를  보겠다 아빠의  메시지가 왔다.

엄마 말에 의하면 글씨를 얼마나 열심히 쓰는지 요샌 설거지도    준다고 했다.
그리고, 밤에 자야 하는데 늦게까지 불을  놓고 자꾸 뭐를 쓴다고...
엄마의 컴플레인 마저 귀엽다.

책이 아니었다면 영영 몰랐을 아빠의 이야기를  권의 책을 통해 알게 되다니!


어떻게 내가 책을 좋아하지 않을  있을까?
어떻게 글을 쓰지 않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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