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을 함께하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공상과학 소설을 좋아하는 그녀는 다섯 형제 중 셋째로, 위로는 언니 오빠들에게 치이고, 밑으로는 동생에게 치이고, 웬만해선 부모 눈에 들어오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 무조건 남들 눈에 띄고자 하는 욕망이 생겼다고 해요.
‘결혼하고 나면 좀 다르겠지?’하며 시댁의 관심이라도 한 몸에 받길 원했지만, 시어머니의 1순위는 당연히 며느리가 아닌 하나뿐인 아들이었다고요,
시간이 갈수록 시어머니의 귀하디 귀한 아들에 비해 본인은 뭔가 늘 부족하기만 한 며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독서모임에 참여하며 생기를 찾아가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해요.
"이제 그냥 평범해지려고 해요"
평범하다는 게 뭐 그리 나쁜 건가요. 당연히 그럴 수도 있죠.
하지만 그날의 말투와 표정을 본 저는 그 말에 동조해 줄 수가 없었어요.
그 친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말했거든요.
"최근에 통 글을 써 본 적이 없다가 독서모임을 통해 글을 다시 써보니 오랜만에 카타르시스를 느꼈어요!"
그 친구도 저처럼 글쓰기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거죠. 다시금 통통 튀어 오르는 공처럼 생기를 찾던 그녀가 갑자기 왜 다운된 목소리로 평범해지겠다는 걸까요?
평범해지겠다는 그 친구의 낯선 말에 저는 묻지 않을 수 없었어요.
"평범해지는 게 뭐예요?"
'평범하다'라는 기준에 약간 혼란이 있는 것 같아 보여요.
하고 싶은 것은 사람마다 다 다르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안 한다고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안 하는 게 평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해 봐야죠.
평범한 게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분명 제 말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꼭 말해 주고 싶었거든요.
제가 제 꿈을 알아차렸던 순간처럼 그 친구도 알아차리길 바랬어요.
다행히 잠깐 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입을 열었어요.
"사실 제가 하려다 중단한 게 있었는데요, 다시 해 봐야겠어요!"
하려다가 중단하게 무엇인지 정확하지는 않아요.
그게 무엇인지 너무나 궁금하지만 그 친구가 직접 말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해요.
마음속으로 응원하면서 말이죠.
평범함은 도피처도 우리의 보호색도 아니니까요!
얼마 전에 읽었던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에요.
남들보다 튀지 않게, 평범하게 주변의 색을 받아들이면 많은 경우 보호받는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의 색깔에만 맞춰 살다가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사라질 수도 있는 일이에요.
적절함을 유지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조금 더 현명하고, 조금 더 행복한 내가 될 수 있도록 우린 ‘평범하다’는 보호색 대신 나다운 색깔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