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언 땅에서도 푸릇하던 시금치를 엄마는 텃밭에서 캐냈다. 그 곁에 오와 열을 맞추며 푸릇했던 동초는 봄이 오기 전 아버지의 입맛을 돋우는 요긴한 나물이다.
마트에서 시금치 한 단 가격이 말도 못 하게 비싸다는 소문이 무성해도 우리 집 밥상 위 나물 반찬은 흔하고 당연하다. 겨울을 대비해 부지런히 움직였던 부모님의 노고 덕분이다.
“이제 시금치도 얼마 안 남았다.” 참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어 버무린 시금치나물을 건네는 엄마는 텃밭 사정을 알렸다. 알배추도 몇 포기 남지 않았다며 필요하면 가져가라 신다.
텃밭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모양이었다.
봄이 되면 나는 달래를 그렇게 사 모은다. 간장에 갖은 향신 재료를 넣어 달래장을 만들고, 감자 전분 가루에 살짝 버무려 부침개를 지져낸다. 바글바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에도 대충 썰어 넣는다. 그래도 남는 건 살짝 데쳐 나물로 무친다. 일층 부모님께 배달하고 2층 우리 가족 몫은 몽땅 내 차지다. 남편도 딸도 싫어하는 달래 향을 나만 좋아한 탓이다. 돌김에 싼 밥을 달래장에 찍어 먹는 그 맛을 모르는 황 씨 부녀가 안타깝다.
두릅은 눈에 띄기 무섭게 장바구니에 담긴다. 먹을 수 있는 시기가 한정적인 두릅을 부모님 입맛에 딱이다. 살짝 데쳐 초고추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어도 좋은 두릅에 튀김 가루를 발라 튀겨내면 달아난 입맛도 돌아온다.
취나물은 무조건 쌈이다. 알싸한 향이 강한 양념에 묻히는 건 반칙이다. 소금을 넣어 팔팔 끓인 물에 담근 듯 만 듯 데쳐 건져내고 볶은 콩가루를 듬뿍 넣어 심심하게 만든 쌈장과 함께 싸 먹는 취나물 맛에 빠지면 위험하다. 겨우내 찌운 살이 더 불어 오른다. 거기에 삼겹살을 더하면…. 봄이 영원하길 바라게 된다.
세발나물을 처음 마트에서 사 온 날 뭘 해 먹어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작은 부추 같기도 해 전을 구우면 되겠지 했지만 맛이 영…. 실패였다. 그 후로 한 동안 데려오지 않았던 세발나물을 어쩌다 겉절이로 해 먹고 홀딱 반해 버렸다. 얇게 채 썬 양파를 넣고 고춧가루, 간장, 액젓, 참기름과 설탕을 조금 넣어 버무린 세발나물 겉절이는 구운 오리고기와 내놓는다. 고기 is 뭔들? 세발나물 is 뭔들이 된다.
이렇게 봄나물을 한 바퀴 다 돌고 나면 부모님의 텃밭은 푸릇함으로 다시 채워진다. 마늘, 양파 싹이 올라오고, 막대에 기댄 고추 모종이 자란다. 씁쓸한 맛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당신들은 입에도 안대는 치커리와 당귀가 한 귀퉁이를 차지한다.
“인자 여꺼 먹어래이.”
봄이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