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일간 열리는 헬싱키 교육 주간(Helsinki Education Week)을 맞아 헬싱키 시내의 한 초등학교에 다녀왔다.
신청은 간단한 로그인 절차를 거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신청 가능했다.
핀란드 교육의 이미지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음에 놀라고, 이의 홍보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은 정부의 씀씀이도 놀라웠다. 곧 HundrED라는 혁신 교육 포럼이 헬싱키 교육 주간과 함께 열린다니, 전 세계의 교육자들, 교육 스타트업, 교수 및 연구자들이 한 도시에 모인 셈이다.
초등학교 전경
이곳은 학교의 놀이터부터 흥미를 잡아끄는 요소들이 다양하다.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푹신한 매트가 깔려있다. 그네는 2 인용 타이어로 되어 있어서 한 사람만 타면 기구를 즐길 수 없는 형태다. 이처럼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협동 놀이를 유도하는 기구들이 많았다.
놀이터를 지나면 학교의 건물이 나타난다. 정문으로 쪼르르 달려가는 아이들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10월인데 겨울 옷이 벌써부터 가득한 핀란드 초등학교
머물렀던 짧은 시간, 이 공간에서 놀라웠던 점 5 가지를 꼽아보고자 한다.
첫째, 아이들이 영어를 너무 잘한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다들 낯선 방문자에 대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활발히 영어로 말을 건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쏟아지는 영어에 당황하다가 나이를 물어보니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제각각이다. 한 아이는 중국인인 줄 알고 지금껏 연습한 중국어를 써보려고 수줍게 접근했다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급히 영어로 바꾼다.
둘째,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내외하는 아이들이 없이 섞여서 우르르 몰려다닌다. 6학년 아이들이 제법 오빠 누나 노릇을 한다. 복도에 뛰어다니는 어린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잡아주는 것부터 수업의 뒷정리까지 책임감 있고 의젓한 모습에 놀랐다.
수업이 끝나고 학습 교구들을 정리하는 6학년 학생들
셋째, 점심시간, 쉬는 시간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있는 야외 공간에는 항상 KiVa(KiVa Anti-Bullying Program) 스태프들이 여럿이 있다. 어림잡아도 4~5명 이상이다.
여기서 KiVa를 잠시 설명하자면, 핀란드 정부와 투르쿠 대학(University of Turku)의 연구 협력으로 만들어진 왕따 예방 프로그램이다.
키바의 로고, 학교에서 이 로고를 입은 스태프들이 보이면 위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봉사자 및 선생님들이다.
왕따를 아이들의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사회 문제로 바라보는 핀란드는 KiVa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왕따의 예방, 토론, 경험 기반 학습(Experience-based learning)을 제공하고 있다.
헬싱키 대학에서 KiVa 프로그램에 대해 배우면서 이게 설마 가능할까 싶었는데 보란듯이 내 의심을 깨부순다. 물어보니 일시적인 상담 프로그램 혹은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인 교육 정책이며, 한 학교당 수 명의 스태프들이 상주하며 학생들의 well-being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이 단지 헬싱키 시내 한 곳이 아니라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지원되고 있다는 점 역시 놀라웠다.
넷째, 교실 환경이 상당히 자유롭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교실 바닥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양말이나 슬리퍼를 신고 다닐 수 있다. 별건가 싶을 수 있지만, 수업 중에 학생들이 바닥에 주저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말 그대로 교실에서 ‘뒹구는’ 장면은 내게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상을 다 옆으로 치워서 수업하거나 책상도 딱히 정해진 규칙 없이 자유롭게 배치하는 등 각 교실의 모습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선생님 말로는, 주어진 자율성이 크다 보니 수업의 내용과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자연히 각 교실마다 다른 공간이 조성된다고 한다.
또 사소하지만, 교실 벽에서 눈에 띄었던 큰 탱탱볼(?). 이 정도면 아이들이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을 싫어하는 수준이 아닌가 싶었다.
마지막 다섯 번째, 복도든, 교실 벽에든 지구 곳곳의 다양한 아이들, 난민 문제, 빈곤 등 다양한 이슈들이 큼직한 이미지로 붙어있다. 다양성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의식을 주입식으로 고양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며 익숙해지도록 하는 배려가 돋보였다.
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여기에서는 여타 유럽 대도시만큼 유색 인종을 다양히 만나진 못했지만 차별적인 언행이나 시선을 경험해본 적 없다.
'너가 이미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 내가 느낀 그들의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