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화장을 하면서도 자꾸 지우고 싶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가리는 게 중요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덜 바르는 게 더 예뻐 보일 때가 있다. 수지 피부를 보면 늘 그런 생각이 든다. “저건 뭘 써서가 아니라, 어떻게 덜 올렸을까.” 그러다 알게 된 제품이 Natasha Denona HY-GLAM 파운데이션 RN2.5였다. 이름보다 먼저 피부 표현이 눈에 들어오는 타입이었다.
처음 얼굴에 얹었을 때 느낌은 조금 낯설었다. 파운데이션인데, 바른 티가 거의 안 난다. 커버를 한다기보다 피부결을 정리해주는 쪽에 가까웠다. 잡티가 완벽하게 사라지는 건 아닌데, 이상하게 얼굴은 더 깨끗해 보인다. 그 미묘한 차이가 크다. 예전 같으면 “이건 커버력이 약하다”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이 정도가 더 자연스럽다”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RN2.5라는 컬러도 인상적이었다. 너무 노랗지도, 너무 하얗지도 않은, 살짝 로지톤이 도는 밝은 색이다. 얼굴이 칙칙해 보일 때 이 색이 은근히 정리를 해준다. 과하게 톤업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얼굴이 한 단계 맑아진 느낌. 다만 확실히 밝은 편이라, 평소보다 조금 더 화사하게 올라온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마음에 들었던 건 무너짐이었다. 요즘 파운데이션은 처음보다 끝이 더 중요하다고 느끼는데, 이건 지워지는 과정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들뜨거나 갈라지는 느낌보다, 피부에 스며들듯 남는 쪽이다. 대신 커버력이 강한 제품은 아니라서, 필요한 부분은 따로 손을 써줘야 한다. 어쩌면 그게 이 제품의 방식일지도 모르겠다. 전부를 가리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손보는 방식.
결국 이 파운데이션을 쓰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피부는 덜 건드릴수록 좋아 보인다”는 거였다. 수지 파데라고 불리는 이유도 아마 그 지점일 거다. 완벽하게 가려서가 아니라, 덜 바른 것처럼 보이는데 더 좋아 보이는 피부. 요즘은 그게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