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강아지 엄마들과 몸 바쳐 사수한 Manga

길 위에 추억을 그리며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우리

by pumpkin


작년 11월 담낭결석 수술 후 의사로부터 2개월 동안은 등산을 하지 말라는 명령(?)으로

나는 산행을 하지 못했다.

산이 좋아 매주 열심히 참여했던 나도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우리의 푸른 산 산행은 1월 중순부터 시작되었고, 나의 올해 첫 산행은 지난 주였다.

산행을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할 때마다 첫 산행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멀리 앞서 가시는 나보다 나이가 많으신 언니들의 뒷모습을 보면, 늘 제자리걸음인 나를 느끼게 된다.

좀 나아지나 싶으면, 좀 좋아지나 싶으면 일이 생겨 한 달에 두 번 채우기도 어려웠던 지난 시간들, 올해는 매주 참석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건강도 챙기고, 나날이 지평을 늘려가는 무게도 좀 줄이겠다는 각오가 나름 대단하다.

(1월이 안겨주는 마법의 주문)

해서 어제도 등산에 참여했다. 놀랍게도 2주 연속 참석이다. 할렐루야~!!


어제 우리의 산행 목적지는 Floresta Nacional Ipanema!

그동안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아주 예쁜 곳이라고. 무엇보다 분위기 있는 Madero에서 먹는 모닝커피는 영화의 한 장면이라는 말씀. 빵도 맛있어서 다들 빵을 사셨다는 말씀, 등등.

아주 깨가 쏟아지는 이야기들이 한 바구니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나도 그곳에 함께 가게 되었다니.

빵순이인 나는 산행을 빙자한 Madero 가 더 관심사였다.


늦잠꾸러기인 나는 새벽에 떠나게 되는 산행 전날이면 늘 긴장 속에 잠을 설치곤 한다.

“못 일어나면 어쩌나”

안 그래도 젤 못 걸어 C조에서도 맨 꼬리를 차지하는 나는 혹시라도 민폐를 끼칠까 긴장긴장,

하지만, 앞서 가시고 기다려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등 도닥여주시며 함께하시는 회원들분들 덕분에 나의 미안함은 곧 고마움으로 바뀐다.


우리의 첫 목적지는 아기다리고기다리던 Madero.

입구부터가 심상치 않다. 현타가 왔다.


“여기 지금 오디? 유럽?”


오우 브라질에 이렇게 멋진 곳이 있었나? 그것도 고속도로에?

내가 좋아하는 나무 장식에 아이들과 함께 오는 가족들을 위해 어린아이들 놀이 공간도 있고,

심지어 애견 동물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쁜 장소도 있었다.


진열장 안에는 먹음직해 보이는 빵과 샌드위치들이 가지런하게 놓여있었고,

빵순이인 나는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고,

마음을 비우고 소피아 언니가 맛있다고 하셨던 빵을 따라 주문했다.

주문하는 방법도 모두 디지털 방식.


보통은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해 직접 주문을 받는 곳이 있는데

여기서는 모든 게 디지털 방식이었다.

(혼자 왔음 굶을 뻔~ -_-;;)


소피아 언니의 능숙한 설명으로 1분 만에 주문 마치고
5분 만에 샌드위치가 나오고, 너무 흐뭇했던 아침 식사.


어제는 우리 푸른 산 분위기를 밝게 빛내주는 막둥이 영경 님이 함께 해주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가는 길에는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주제가 ‘강아지’로 이어졌다.

놀랍게도 함께 하신 9명 중 (3분은 커플) 중에 정선 언니만 빼고 모두 강아지 엄마들이었다.

서로 사진 보여주고 예쁘다고 난리 부르스 추다가, 급기야는 다음 주 모두 강아지를 데리고 산행을 가자는 이야기로 모아졌다. 우짜문 좋아~ ^^;;


추진력 빠르신 김정선 회장님, 초대 손님(? 강아지)은 입장료가 50 헤알이라며 우리는 아직 오늘 산행 목적지에 도착도 안 했는데, 다음 주 산행 계획이 진행되고 있었다.

(결론을 말하자면, 이 더운 날씨에 우리 강아지들의 건강을 위해 그냥 상상 속의 즐거움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렇게 웃고 떠드는 사이 우리는 드디어 Floresta Nacional Ipamema에 도착했고, 우리의 대화는 산행으로 이어졌다.


옛날에 무기를 만들던 대장간이라는 붉은 건물은 어찌나 운치 있고 멋지던지. 커다란 철문의 웅장함은 또 어떻고. 마치 바이킹 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느낌. 우리는 좋아라 하며 이번 주 산행 인증샷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했다.


WhatsApp Image 2026-02-01 at 19.07.03 (1).jpeg 아름다운 호숫가 앞에서 한 컷~!!



건강상 무리를 하면 안 되는 영경 님과 우리는 서로 길을 달리하하기로 했고, 우리는 최주엽 집사님의 인도하에 뒤를 따라나섰다. 호숫가를 따라 걷는 가는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비도 많이 오고 날씨도 더워서 그런지, 이번에는 유난히 모기가 많았다. 앞서 가는 분들 주위로 모기들이 후광처럼 붙어 다녔다. 모기약을 발랐는데도, 그들의 집요함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우리인가.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 중의 하나, 적응력.

살이 뚫리고, 피를 빨리고 간지러움에 괴로워하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갔다. 멈추면 더 물린다니까. ^^;;





image.png 우리에게 많은 웃음을 안겨주었던 점땡땡 Manga~ 몇개는 나도 먹고, Moonie도 먹이고, 딸아이에게 보내고~ ^^



망가


그렇게 우리의 피를 제물로 바치면서 가다 보니 큰 길이 나왔다.

숲을 빠져나오니 모기로부터 해방!

그렇게 큰길을 따라 올라가다 왼쪽으로 난 길로 들어서는데 거기에 아주 Manga 나무가 있었다.

그 주위로 망가가 꽃잎처럼 수북이 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오우~!! 심봤다~!!


우리는 모두 앉아서 모두 배낭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Manga를 담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는 말에 우리는 망가를 각자 들 수 있을 만큼(진심?) 담고는 일어섰다.

신난다고 담고 보니 좀 무거운 느낌!


“너무 많이 담은 건 아닐까? “


내 욕심만큼의 십자가겠지!

‘그래도 좋아! 두 손으로 십자가 지고 따라가리라!’는 결연한 의지로 따라나섰다.


목적지가 가까이 있다고 하셨으니 조금만 가면 되니까.

우리 모두는 야심 찬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그 와중에 나는 가다가 2개를 더 주워 넣었다.

이 못 말리는 욕심을 우짜문 좋아


이때까지는,

욕심에 대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게다.


그런데, 가도 가도 우리 목적지는 보이지 않고,

우리의 발걸음은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웬만하면 그늘이 있으련만, 완전 땡볕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니

망가를 그냥 길에 놓고 걸을까,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몸 바쳐 들고 온 게 억울해서 그냥 들고 갔다.


'아, 얼마큼 가야 하는 걸까?'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 님의 모습은 절망적이었다.

정말 목적지가 나오기는 하는 걸까?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어깨가 짓이겨지는 듯한 아픔과 고통.

그렇게 죽을 것 같은데도 망가를 끝까지 짊어지고 갔다는 것이 놀라웠다.

기어코 가져가고야 말겠다는 집념(욕심?)이 고통을 이겨내는 순간이었다.


내가 주운 망가를 끝까지 사수하리라!! (나무에서 딴 것도 아닌데 말이지)

지구를 지킨다는 대의가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을 듯싶다.


그렇게 십자가의 길을 걷다 보니 목적지가 나왔다.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그 멋진 풍경을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꼭 보여주고 싶어서 그래”하며 토닥여 주신 소피아 언니

고마워요, 언니


산을 오른다는 것은, 참 우리네 삶과 닮았다.

아무리 죽을 것 같이 힘들어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길이 보이고 목적지에 다다르게 된다는 것.

잠시 나의 지난 5년 동안의 삶이 스쳐 지나가며 코끝이 찡해졌다.



WhatsApp Image 2026-02-01 at 19.07.02.jpeg 숨막히는 실제 풍경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지를 못했다. 아쉬움이 한 가득



다시, 살짝 망가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산행 후, 집에 오는 길에 최주엽 집사님의 눈에 띈 망가 장수 팻말

"R$10.00!!"


망가가 가득 담긴 양동이에 R$ 10.00이라 붙어있었다.

우리가 온몸과 영혼을 바쳐 낑낑대고 가져온 망가가 모두 합쳐도 고작 10 헤알도 안된다니

그냥 마켓에서 사 먹을걸 그 고생을~!!

우리는 돌아오는 길 차에서 웃겨 죽는다고 데굴데굴 굴렀다.


하지만, 어디 사 먹는 망가에 비길 수 있을까

내 땀으로 주운 망가~

내 새끼가 제일 이쁘듯, 내 정성과 사랑이 가득 담긴 그 못생긴 망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

망가 줍는다고 늦어서 점심으로 먹기로 한 Picanha 고기도 못 먹었지만,

내가 주워 원 점순이 망가를 보니, 잘 키운 내 새끼 보는 마냥 흐뭇하기만 하다~ ^^


“그래그래~ 엄마가 맛있게 먹어줄게~”





아이스크림 생일 파티


점심 먹으러 간 식당에서 어떻게 생일 이야기가 나왔는지,

내 생일이 전 날이었음을 소피아 언니가 말씀드리면서 영경 씨의 깨알 같은 아이디어, ‘아이스크림 파티’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다시 Madero로 향했다. 겸사겸사 빵도 사고 아이스크림 파티도 하고.

이렇게 예쁜 생일 파티도 있구나.

사진을 찍어놓으니 행복이 묻어나는 예술 작품!

나는 생일 당사자라 아이스크림 두 개 먹었다. *흐뭇~*


전날에는 딸들과 함께 무슨 생일 축가를 3개 국어로 부른다고 배꼽 잡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분들과 아이스크림으로 예쁜 시간을 가지다니.

난 무슨 복이 이렇게 많은 겨.


그러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느님께 감사하드리는 것은

“나는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WhatsApp Image 2026-02-01 at 19.23.34.jpeg 아이스크림 파티 케익~ ^^ 이런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는 거지?



자주 빠져서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늘 보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입가에 웃음 얹어주시는 분들!

새삼 푸른 팀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초대해 주신 소피아 언니께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살아가면서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살다 보니 알겠더라.

축복임을.

1월의 마지막 날에 다가온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

훗날,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될 순간들

기록으로 남겨본다.


배려와 존중과 웃음으로

길 위에 추억을 그리며

끝까지 함께 걸어가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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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Life by 복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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