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우지는 못하고 남 손에 맡기기도 싫고
아. 드디어.
일명 돌끝맘이 되었다.
다행히 무급이긴 해도 임신휴직이라는 고마운 휴가 덕에 산전 후 휴가를 출산 후 몰아 쓸 수 있어서 유아휴직을 다 쓰고 나면 아이가 만 15개월이나 되어서야 복직하는 게 너무 감사하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좀 더 담아둘 수 있어서.
그동안 내 얼굴과 몸은 좀 더 노화했고 몸 여기저기 영양분 부족 현상에 아직도 삐걱대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한 생명을 세상에 내놓고 인간다운 인간을 만들어보려고 애쓴 시간과 노력들이 아깝지 않고 그저 보람찰 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아이는 너무 예쁘고 너무너무 사랑스럽지만, 그 사랑스러움의 오조억 배 힘들다.
복직을 몇 달 앞두고 남편과 복직 전에 아기가 부산 친정으로 가게 될 거란 얘길 할 때마다 남편은 눈물이 날 거 같다며 그만 얘기하자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육아휴직을 3개월 이어서 쓰기로 했다. 그는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스케줄 탓에 어디 기관에 맡기는 게 불가능한 우리 부부의 상황을 보고 친정엄마가 큰 결심을 해주셨다. 당분간은 아이를 맡아주기로. 마음이 한없이 무겁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둘 중 하나는 일을 그만둬야 하기에 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쓴다면 불규칙한 우리 스케줄의 공백을 한 달마다 바꿔가며 일일이 맞춰줄 사람이 과연 있을까. 맞춘다 한들 월급은 맞춰줄 수 있을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더 답이 없다.
회사에 적응이나 할 수 있을지.
2년이라는 시간은 날 철저히 누군가의 엄마로 만들었고 알아서 몸이 기계적으로 하던 일들을 대부분 잊게 만들었다.
친한 동료들끼리 만든 카톡방에서 회사 소식을 듣곤 하는데 요즘 휘몰아치고 있는 신입들의 패기가 날 위축되게 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고개를 내밀기도 한다.
적어도 기관에 맡길 수 없는 우리 같은 부부에겐 국가에서 현실을 알려주고 아이는 낳지 말라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너희는 아이를 낳아도 키울 수 없으니 아예 자녀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말이다.
하긴 아이부터 가진 게 죄라면 난 그 죗값을 일도 그만두고 얼마 되지도 않는 남편의 월급으로 세 식구 의식주를 감당하는 것으로 치러야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구절벽인 이 나라에서 아이는 축복이고 미래이니 죗값 같은 건 치르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지..
분에 넘치는 복지는 바라지도 않으니 그저 아이를 우리 손으로 키우면서 일하고 싶다.
경제는 잘 모르지만 저축 정도는 아는 일반 서민인 내가 봐도 답은 두 개다.
집값이 절반으로 내리던지 월급이 두배로 오르던지.
아, 하나 더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질 좋은 국공립 보육기관이 있던지. (그래야 둘 다 숙박 다이아일 때 맡기지)
가방 끈 길고 연봉도 많은 분들이 그걸 왜 모르는지 모르겠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