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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a C Sep 05. 2016

관광열차 승무원의 유니폼

옷장이 터지겠어 유니폼이 너무 많아

두 달만에 글을 쓴다.

스케쥴때문에 자는 시간도 모자랐다.

7월은 너무 살인적이었고 8월 역시 너무 살인적이라. 9월인 지금 다들 한계에 도달했다. 하하하.



우리도 승무원이니 유니폼을 입고 일을 한다.

입사 당시 KTX 근무였으므로 흔히 알고 있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근무했었다. 동복은 조금 다른데 스카프가 무늬 있는 실크 재질이고 블라우스도 세로 줄무늬가 있다. 하복은 조끼인데 상당히 덥다.

곧 유니폼이 바뀐다고 하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DMZ트레인 유니폼은 군복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1기 선배들 얘기를 들어보면 원래 마음에 들었던 시안이 있어서 그걸로 선택했었는데 최종 확정난 건 지금 입는 유니폼이라고. 이 유니폼은 호불호가 있는 편이다.

하복은 군인이고 동복은 경찰이란 얘기를 많이 듣는다. 춘추복은 하복에 자켓을 입는데 이 자켓이 우리를 북한 여군으로 만든다. 사실 제일 유니크한 유니폼이라고 생각하는데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글 커버 배경 사진이 겨울 코트에 바지를 입은 것인데 코트는 모직이고 깔끔하게 떨어져 사복으로 입기에도 나쁘지 않다. 목도리는 KTX 것과 같은 것을 쓴다.




4월부터 통합근무를 하면서 A트레인과 S트레인 유니폼도 받았는데 A트레인 유니폼은 아리랑을 떠올리게 하는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약간 한식당 종업원 같달까? 하복은 파란색, 동복은 흰색 계열이고 전체적인 느낌은 비슷하다. 유일하게 비녀가 있고 모두 승무원들이 디자인하여 본인 것을 직접 제작했다. S트레인 유니폼은 복고 컨셉인 기차 내부 인테리어에 맞춰 여고생 느낌인 연보라색 세라복(?)으로 제작되었다. 반팔 긴팔 블라우스는 팔 길이만 다르다. 춘추복은 감색 반코트가 나온다는데 나는 오며 가며 본 적이 있다. 나름 깔끔하니 괜찮.




춘추복 자켓부터 동복까지 올리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하복만 세벌이라 스케쥴이 허락할 때 세탁해서 입는데 세탁하기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각각 한 벌씩만 줘서 번갈아입기도 불가능하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사실 유니폼을 입으면 일하는 입장에선 편하다. 예전 사무직을 해 본 나로서는 아침마다 뭘 입을지 고민하고 거기에 돈이 쓰여지는게 너무 싫었다. 게다가 옷장은 마치 커리어우먼인 척 블라우스에 치마가 가득 걸려있는데 세탁은 항상 드라이클리닝인 현실이 너무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코레일 승무원으로 일한 이후 옷을 사 본 적이 거의 없다. 지난겨울 얼어 죽지 않으려고 26만 원짜리 오리털 패딩을 산 게 동료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였으니.



하지만 불편할 때도 있다. 회사에 락커가 있지만 나는 그나마 좀 더 자려고 유니폼을 입고 어피(헤어 메이크업)까지 다 하고 출퇴근을 한다. (DMZ트레인을 제외한 다른 열차들은 아침 7시까지 출근하고 밤 11시에 회사문을 열고 나온다. 옷 갈아입을 시간도 아깝다.) 지하철에서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보고 대놓고 훑는 사람도 있다. 특이하니 한 번 볼 수는 있지. 허나 아래위로 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않나. 보기만 하면 양반이다. 와서 당당하게 물어본다. 어디서 일하나ㅡ 무슨 유니폼이냐ㅡ 대답하기 싫어서 그냥 고개를 돌릴 때도 있다. 피곤해 죽겠는데 죄송하지만 실례하지만 이라는 쿠션어도 없이 당당하게 물어보는 저 자신감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 아직 출근 전인데 벌써부터 일하는 기분이다. 유난히 미친듯한 폭염으로 무더웠던 올여름에 어쩔 수 없이 긴 가디건을 걸쳐 입고 출퇴근을 했던 나는 남들보다 더 더운 시간이었다.








아쉽게도 1그룹의 O트레인과 G트레인 유니폼 컷은 없다. O트레인에 4일 근무해 본 적이 있는데 멀미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몸소 깨달을 정도로 심한 멀미로 아무것도 못했다.

그래서 이미 퇴사한 사람도 있지만 단체 컷은 이것 밖에 없기 때문에 동료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순환근무 초창기 때 단체 사진을 올려본다. 참고로 동복이다.

다들 수고가 많았고 또 수고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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