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밟고 가는 너라 하여도
울면서 말한 그 순간에
나는 너를 더 많이 걱정했었다
너에게 이별을 말한 다음날
너와 언젠가는 같이 가자한 그곳으로 향하는
비행기표를 손으로 만지작 거리며
낯선 사람들이 수없이 지나치는 공항의자에서
난 촛점 없는 눈으로 수없이 반복되는
어제의 아픔을 되뇌이고 있었다
출발 시간이 점점 다가오면서
심장은 더 빨리 뛰어 저리기만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숨쉬기는 더 힘들어지고
온통 머리속은 너로 가득차
앞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나에게 너란 존재는 이런 것이었나...
시간이 흐르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위로도
온통 너로 가득찬 머리와
슬픔으로 흘러 넘치는
마음을 다독이진 못했다.
너에게 나는 무엇이였나..
하는 의문에 답을 찾을 수 없어 혼자 앓다가
어째뜬 우린 여기까지가 최선이란 결론에
어떤 말도 어떤 변명도 의미 없다고 단정 짓고 만다
이제 시간이 지나면
너도 희미해지고
나도 잊혀져 버리고
추억이 아프지 않고
네 생각도 덤덤해져 버리고
난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겠지만
그때 그게 너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실컷 두드려 맞은 듯 아프다.
아직은 미워지지 않는 너에게 바란다.
단지 네가
나만큼 아프지 않았으면,
네가 나로 인해 마음 갈 곳 없이
방황하지 않았으면,
생각의 바람에 휘둘려 쓰러지고 아플때
곁에 누군가에게 위로 받을 수 있었으면,
이제 곧
애린 겨울바람에
따뜻한 웃음을 잃지 않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