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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P Nov 20. 2018

그에게서 물러서다

하루 낮, 하루 밤


홧김에 결혼하지 말라던 오래 알고 지냈던


사람이 마지막으로 말한다.


결혼에 다가서는 당신의 걸음은 이미 헤메고 있습니다.


이별에 뒤따르는 끝 없을 것 같은 통증을 질러갈 묘약이 없다.

이것 저것을 마구 머리 속에 집어 넣고 잡히는 대로 손과 발을 굴려보아도 어디선가 전염된 듯 시름시름 앓는 한숨이 베어 나와

이내 이불 속으로 몸을 비집어 넣고는 만다.

 

가까웠던 모든 이들이 각자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을 지켜보며

스스로 나는 조급하지 않다고 여겼지만, 느닷없이  

어느 순간.

어느 날.

어느 밤.

찾아 오는 외로움은 밤을 홀딱 새기에 충분했고 반복 될 수록 그날들이 점점 더 빠르게 반복 될 수록

알게 되었다.

 

뭐 이보다 더 외로울 수 있겠나...


이것 저것 묘약을 찾다가 스스로 외로움을 벗어날 꾀를 내었다

 

만난지 채 백일이 안 되는 그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때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이 당황했고 놀랐고 의아해 했다.

 

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그들에겐 빤히 보이나 보다.

 

그런 새로운 감정과 반응들이 나를 정신 없게 만들었고 외롭지 않았고 기대를 갖게 했다.

내내 불안한 그였지만 마음 다치는 줄 알면서도, 어쩌다 한번 그 사람으로 인해 웃는것이 좋았고, 그들에게 내가 더없이 행복하게 비춰지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갖고 싶어

순식간에 결혼을 했다.

 

석 달쯤 흘렀을 때.

이상하게도 난 더 많이 헤매고 있었다.

오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위험하다 내게 경고 했던 것처럼

불안했던 그를 만난 처음부터 이미 난 헤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행복에 대한 기대를 번복하기가 너무 두려웠다.

두려움을 이내 극복하면 곧 그들처럼 나도 내 자릴 찾을 거라 스스로 다독였다..

또 다시 혼자 될 나보다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 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나에게 나를 숨긴 채로 있기를 바랐다.

결국

홀로 일 때보다 더 외로울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서

그냥 가면 내 길이라고 욕심으로 시작했던 처음을 기억해 냈다.

이제야 나는 내가 어찌해야 하는지 안다.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 마냥

안다는 것을 숨길 수 조차 없었다

 

내가 그의 존재를 갖기엔 나는 완전 하지 못했고

그가 나의 존재를 갖기엔 그가 온전 하지 못했다.

 

어긋났다

 

완전하고자 했던 나의 욕심은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적어도 그가 온전하기만을 바랐던 것도 욕심이 였다.

 

그를 지금 내가 어찌 생각하는지 안다.

말로 꺼내지 않아도  


공기를 알듯이

바람을 알듯이


차곡차곡 쌓아둔 그에 대한 미움은 소용 없는 것이였다.

나는 결국 그 미움을 만들며 되새기는 시간동안 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결국 덜 아프기 위한 노력은 내 안에 그의 자리를 더 많이 내주는 것이 되었다.


돌이키기를 매 순간, 매 일을 반복하며

조금 더 뒤로 조금 더 뒤로

그를 보내는 시간을 미룬 것이 벌써 이 년이 지났다.

이 정도면 그 안에 있는 나의 자리를 지울 수 없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날은 결국

오지 않았다.

더 미루기엔 핑계거리가 없다.


그에 대한 감정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제대로 설명할 수가 없다.

비를 몰고 올 것 같은 바람

계절이 바뀔 것 같은 공기를 그냥 느끼듯이


그와 나는 어찌 만나 긴 시간 함께하다 결국 의미 없이 이별하나...

굳이 찾으려하지 않아도 수 없이 많은 의문으로 긴 밤도 짧게 버리지만 정답은 없었다.

질척거리지 않으려고 쌓아둔 이유 있는 미움들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미련두지 않으려고

혼자 될 시간들이 담담하게 느껴지도록 무던히 노력한 나의 시간들은

오히려 더 많은 아쉬움으로 남고 있었다.

결국 나는 체념 위에 놓일 것이다.


꿈.....이 였나.

그를 만나서 같은 것을 생각하며 웃던 그날 들은

깨기 싫은 아쉬운 꿈이 였었나.

눈뜨면 언제나 그렇듯이 알지만 표현할 수 없는 느낌만 남아


서서히...잊혀지려나...


---정리하며 다시보니 많기도 하다.. 너와 함께한 사진들 .. 그래.

너는 사진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무척이나 사진찍는 것을 좋아 했다.

그래서 버린다..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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