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 또한
그리움부터 시작했다.
내게 도무지 마음을 주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그리움부터
너와의 만남을 시작했다.
상처가 많은 나는
오랜 아픔이 끝날 때쯤
너를 만나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상처받지 않은 눈으로
너를 보았다
너의 존재로 인하여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아픈 기억들을 떨쳐버린 듯한 착각이 들어
나 또한 여느 사람들처럼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들떴다
나에게 좀처럼 마음을 주지 않는 너를
너 또한 아픔이 없을 거란 생각은 아녔기에
아직 네가 온전하지 않은 채로
너와 내가
단지 낯선 사람으로 만났기 때문이란 이해로
이 기다림이 너를 향한 배려라 생각했다
시간이 흘러 너는 내게
반쪽의 마음을 주었다
그 온전치 못한 마음으로
나의 그리움은 작아지지 않았다.
그리움이 계속될수록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나는 외로워져 갔다.
너와는 다툼이 많아도
슬픔은 없을 거란 바람으로
들떠있던 나는
점점 커져가는 그리움으로
늘어가는 외로운 날들로
지치기 시작했다.
지난날 아픔으로 가득한
사랑의 기억이 되살아나
너와 나에 대한 희망은 점점 작아져 갔다.
너를 기다리며 흘려버린 시간이 갈수록 커지며
이렇게 또 쓰러지면
다시는 일어나지 못 할 것 같아
너를 기다리는 것을 단호히 포기하지 못했다
시간은 한참을 더 흘러갔다.
너는 그 이상의 마음은 주지 않고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너 자신이었다.
이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너와 나 사이는
아무 상관없다는 눈으로
혼자 있는 나를 궁금해하지도 않고
나를 보는 너를 마주할수록
나는 더 절실해져 갔다
알고 있다
잘 안다
사람이 한 사람에게 온통 마음을 주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난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을 향하게 하고 있었고
너 또한 그렇지 않은 것이 야속했고
나의 기다림을 너 또한 알고 있다 생각했다.
그리움부터 시작해 기다림을 거처 외로워지고
네가 짐작하는 것보다
많이 지쳐 버렸다
비록 네가 언젠가는 온전한 눈으로
날 바라보게 될 날이 온다 해도.
난 내 과거와는 다른 상처로
내 마음을 닫은 뒤가 되어
그때에 나는
지금 너를 보는 간절한 눈으로는
마주하지 못할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해
결국에는 너를 위해
반쪽을 차지한 너의 마음을 돌려주기로 했다.
너를 보낸 뒤 나는
네 마음을 다 차지하기에는 부족한 나 자신을
많이 원망하며 혼자의 시간들을
다시 그리움부터 시작해야 한다
행복한 미래를 잠시라도 다시 꿈꿀 수 있게 해 준
너를
또 오랫동안 잊지 못하고 아파하겠지만
그 시작 또한
그리움 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