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2일
첫 수강료를 받았다.
올해 2월부터 드로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 수강생 둘은 소이랑 준영이다. 소이는 2019년에 만난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고, 준영이는 소이의 남자친구다. 두 사람 모두 드로잉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클래스를 열었다. 2월 초에 시작해 네 번을 진행했고, 수강료는 월초에 받기로 해 오늘 처음으로 돈을 받았다. 올해 들어 처음 받은 외주도 성준이 여자친구가 오픈한 카페의 일이니, 일의 시작점에서 친구들 덕을 참 많이 보고 있다.
4주간 기초 드로잉 수업을 했다. 연필 잡는 법, 선 긋는 법부터 시작해서 기본도형인 원기둥, 구, 육면체를 모두 그렸다. 다음 주부터는 정물화를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의지도 강하고 습득이 빨라서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재미있다. 무엇보다 나도 그림의 기초를 다시 떠올리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작년에 학교에서 그림 수업을 하나 들으며 느끼기도 했지만, 연필을 잡고 소묘를 하는 건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된다. 무엇을 하든 기초를 닦는 일이 가장 중요하니까.
두 사람 모두 취미로 미술을 시작했기 때문에 최대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전공자들이야 몇 번의 입시와 끝없는 경쟁을 거치며 전투적으로 그림 그리는 일이 익숙하지만, 두 사람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우선 그림 그리는 데 시간제한을 전혀 두지 않고 있다. 어떤 미술학원이든 그날 해야 하는 그림의 양이 있고, 학생도 선생도 그것을 끝내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기 때문에 내내 무언가에 쫓기듯 그림을 그리게 된다. 우리는 음악을 틀고 자유롭게 각자 그리고 싶은 속도로 그린다.
대신 호흡을 끊어주고 있다. 한 번에 2시간 30분 수업을 하는데, 수업 시간 내내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자칫 지루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 시간 2-3개의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초 도형인 원기둥을 하나 그렸다면, 다음에는 원기둥을 응용한 정물을 하나 그린다. 육면체를 그린 뒤에는 기초 도형에 질감을 넣어서 그려 본다. 수업 초반이니 하나의 그림을 끈기 있게 완성하기보다는 여러 개의 퀘스트를 제시해서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진행하고 있다.
이렇게 하루에 두세 장의 그림을 그리려면 그림의 사이즈가 작아야 한다. 미술학원에서는 실력 향상을 위해 크게 그릴 것을 강조하지만, 우리는 각자 원하는 크기로 그리도록 하고 있다. 작은 그림으로 빠르게 끝내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는 것이다.
그림 그리는 일에 있어 두 사람의 지향점은 많이 다르다. 한 사람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로운 드로잉을 추구하고, 다른 한 사람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정확하게 그려내는 드로잉을 추구한다. 무엇을 하든 기초는 익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기초 소묘를 착실하게 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두 사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세분화해서 짜 볼 생각이다.
[숴클래스] 2월 수업 내용
WEEK 1
2/5(월) : 2시간
자화상 그리기, 휴지 그리기 (발상)
선연습, 명암 5단계, 귤 컨투어드로잉
WEEK 2
2/12(월) : 2시간 30분
선연습, 명암 10단계
기초도형 (1) - 원기둥 그리기
WEEK 3
2/19(월) : 2시간 30분
종이컵 그리기 (원기둥 응용)
정물 자유 드로잉
WEEK 4
2/26(월) : 2시간 30분
기초도형 (2) - 구 그리기
사과 그리기 (구 응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