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31일 금요일
새해가 되었다. 나는 9월에 시작한 식당 일을 여전히 하고 있다. 아직 고정 수입이라고 할 것이 없는 (자칭) 프리랜서라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돈을 벌어야만 했다. 2024년 9월 초에 파트타임으로 할 수 있는 식당 일을 구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여섯 시간을 일한다. 내 역할은 주방 보조다. 명확한 임무가 없는 사람은 오히려 가장 많은 일을 하게 된다. 재료 준비부터 튀김, 설거지, 청소 등 많은 일들을 해치우다 보면 생각보다는 빠르게 퇴근이 다가온다.
식당에서 퇴근을 하는 동시에 작업실로 출근한다. 작업실에 도착하면 옷을 갈아입고 씻은 다음 간단하게 청소를 한다. 그리고 작업을 시작한다. 보통은 그림을 그리고, 가끔은 편집을 한다. 그림 보정을 할 때도 있고 글을 쓸 때도 있다. 집중해서 작업하는 시간이 두 시간쯤 되면 피곤이 몰려온다. 아침 8시 반부터 일어나 식당 일을 하며 쌓인 피곤이 한 번에 느껴진다. 그러면 누워서 쉬다가 잠시 잠을 청한다. 한 시간쯤 뒤에 맞춰둔 알람을 듣고 일어나는데, 한 번에 일어나는 날은 드물다. 가끔은 아예 일어나지 못하고 뻗어버려서 하루를 날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 늦게 자긴 한다.
저녁은 직접 해 먹는다. 안 그래도 얼마 되지 않는 작업 시간을 요리하는데 전부 쓸 수는 없기 때문에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가 무엇인지 매일 고민한다. 최근에는 채소볶음을 많이 먹는다. 식용유에 마늘과 베트남 건고추 3-4개를 넣고 기름을 낸 뒤 냉장고에 있는 당근, 양배추, 배추, 무, 깻잎 등 채소들을 적당히 썰어서 함께 볶는다. 모든 야채가 고루 익을 수 있도록 타이밍을 조절해 넣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적절하게 익은 채소를 뜨거울 때 먹으면 그 무엇보다도 맛있다. 저녁으로 밥대신 채소볶음과 계란프라이만 먹은 적도 많다.
작업실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왠지 딴짓을 하고 싶은 날이면 혼자 노래방에 간다. 코인 노래방에 가서 2000원을 넣고 6곡을 부른다. 가끔은 9곡을 부르기도 하는데, 혼자서 쉬지 않고 6곡쯤 부르면 목이 꽤나 아파온다. 남자 혼자 걸그룹 노래를 연달아 부르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게다가 노래방 기계로 100점을 받으면 한 곡이 추가되는데, 갈 때마다 한 번씩은 추가를 받게 된다. 2000원을 넣으면 한 곡이 추가되도록 확률 세팅이 되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노래를 부르고 바로 옆에 있는 중고서점에 가서 책을 읽는다. 앉은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는 얇은 에세이나 만화를 고른다. 얼마 전에는 박수봉 작가의 <수업시간 그녀>를 읽었고, 오늘은 김예지 작가의 <저 청소일 하는데요>를 읽었다. 그리고 저녁으로 먹을거리까지 사서 작업실에 돌아오면 5시 반쯤 된다. 고작 두 시간과 만원도 안 되는 돈을 들여서 행복을 찾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날에는 특별히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그리고 있던 그림을 더 진행시키거나 글의 초고를 쓰는 일을 한다.
브런치에 마지막으로 글을 올린 지 6개월이 되었다. 뭐든 꾸준히 하는 사람이 이긴다고 그렇게 되뇌어놓고 또 이런저런 핑계로 하려던 일을 미뤄놓았다. 그 사이에 새해가 되었다. 언제나 새해 목표는 전년도보다 많은 그림을 그리고 많은 글을 쓰는 것이다. 올해도 그 다짐을 지키기 위해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와 오랜만에 로그인했다.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