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9일 금요일
2026년이다. 1월 1일부터 7일까지 베트남 나트랑에 있었다. 돌아와서 하루를 쉬고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1월 하고도 9일이다. 나는 연말보다 연초에 많은 일을 한다. 한 해를 잘 보내주는 일도 중요하지만, 또 다른 한 해를 잘 열어주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1월 25일이 생일이라 이날을 일 년의 시작점처럼 여긴다. 1월 1일부터 24일까지는 한 해를 계획하고 준비하는데 쓴다.
베트남 여행은 여섯 번째다. 다낭에 두 번, 나트랑에 네 번 다녀왔다. 같은 여행지에 네 번을 방문하다 보니 처음 같은 설렘은 없다.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만큼의 안정감이 자리 잡는다. 마치 오래 만난 연인처럼. 여행은 비우러 가는 것일까 채우러 가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을 때 이번만큼은 둘의 균형이 딱 알맞게 잡혀 있었다. 연말에는 생각이 너무 많아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나를 괴롭히는 것들은 대부분 덜어내고 꼭 해야 하는 사유만 챙겼다. 처음 가는 곳에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다.
올해 새롭게 다짐한 것들은 몇 개의 단어, 몇 개의 문장으로 간추리기가 어려워서 일단 메모장을 켜고 마구 나열했다. 욕심이 과한가 싶다가도 이렇게 적어두어야 절반이나마 이룰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어떤 목표는 세우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목표를 세웠다가 지키지 못하면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 뜻을 마음에 두었던 것만으로도 새롭게 피어난 무언가가 분명 있다. 사실 새해 목표란 다 그런 것이 아닐까.
매년 세우는 하나의 목표는 다음과 같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그리기. 2025년 하반기에 3개월 동안 365장의 그림을 그리는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했더니 일시적으로 더 이상 그릴 수 없는 몸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들지 않은 것은 지난 십수 년간 처음이었다. 그 상태로 한두 달쯤 흘려보내니 또다시 무언가를 그리고 싶어졌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도 세 개에서 네 개 정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 같다. 매년 그랬듯이 새로운 것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많은 그림을 그릴 것이다. 누구보다 많은 그림을.
2024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일을 시작했으니 이제 3년 차가 된다. 경력이 늘어나는 데 그에 비례하는 성과가 없으니 두렵기만 하다. 취업 준비생은 있는데 프리랜서 준비생은 왜 없을까.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연차가 곧 안정감이고 경력이 되는데 내 연차는 아무것도 보장해 주는 것이 없다. 그렇다 보니 사회 초년생 같은 이 상태를 일 년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사업자를 이제 냈으니 올해가 일 년 차라고 우겨 볼 생각이다.
나는 아직도 너무 어리고 젊다고 생각하지만, 어려서 낼 수 있는 패기와 열정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나중에도 내 일을 지키고 지속하려면 지금 잘 생각해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두어야 오래 할 수 있겠다. 이 환경을 만들어 두는 것이 나의 새해 목표 중 가장 큰 골자다.
일을 계속할수록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이 커진다. 사랑해서 시작한 일이 나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잘 가꿔 볼 생각이다. 일이든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여러모로 많이 사랑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