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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죠앙요 Nov 27. 2022

넷플릭스

(35)

재요에게.


이 주제를 보고, 내가 언제 넷플릭스에 가입했는지 찾아보니 19년 9월이더라고.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시기인데, 그러고 보니 그 당시에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니까 가장 먼저 늘어난 소비가 콘텐츠라는 걸 발견했던 기억도 떠올랐어. 보통 삶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지는 않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는 밀렸지만, 그래도 갈증을 느끼던 부분이었기 때문에 아마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 궁금한 책이나 매거진을 살 수 있다는 것, 영화관 상영시간표보다 훨씬 다양한 목록에서 내가 보고 싶은 작품을 골라 볼 수 있다는 것. 별 게 아닌 것 같아도 이런 변화들이 정말 크게 다가왔었어. 


3년이 더 지난 시점에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원할 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돼. 한때 유일하게 사용하던 OTT 서비스였던 넷플릭스도 이제는 내가 보려는 것이 있으면 찾아 들어가는 정도의 의미가 되었고. 콘텐츠를 접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버린 데다 그 선택지도 너무 많아져서 사실 나의 시간은 늘 어떤 콘텐츠로 채워지고 있는 것 같아. 


그 대부분은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내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형태처럼 보였어. 근데 또 잘 찾아보면 그 틈새에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찰나의 순간이 있더라. 한동안 쉬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는 유튜브 채널이나, 이렇게 너와 번갈아가며 쓰고 있는 브런치처럼 대놓고(?) 콘텐츠인 경우도 있지만, 가끔씩 업로드하는 인스타그램 게시물부터 어쩌면 노션에 내가 매일 남기는 투두 리스트, 심지어 놀러 갈 때 세우는 계획까지도 - 일터에서 늘 하는 말인데 - '넓은 의미에서의 콘텐츠' 더라. 그래서 요즘의 내 삶은 '넓은 의미에서의 콘텐츠'로 가득하고, 심지어는 콘텐츠로써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나누기 위해 표현하다 보면 어떤 가치, 생각, 경험이든 콘텐츠라는 이름으로 그 형태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무형의 것을 유형화해보려는 의지가 콘텐츠 그 자체인 삶을 탄생시킨 것일지도 모르겠어. 


나의 글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보니 넷플릭스가 영화 산업에서 갖는 의의만큼이나 새로운 콘텐츠의 패러다임을 이끌었다는 점을 많이 느꼈나 봐. 기술, 또 어떨 때는 예술, 그리고 그밖에도 이야기, 감각 혹은 자극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콘텐츠'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특히 고민하고 있는 시기이기도 해. 그리고 너랑 시간을 보내면서 글로 나오지 않는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져. 


곧 만나자, 

다음에는 '브런치'에 대해 글을 적어 줘. 


2022.11.27.

기요.


+ 요즘의 우리는 대부분 영어로 연락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이곳에 영어로 적으려는 생각은 했지만, 이번에는 하지 못했어. 조금 더 시간이 여유로울 때 시도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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